석예빈, 전설의 무희 '최승희' 재연.. 바다 속 진주의 부활

김동영 기자 / 입력 : 2017.04.1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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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원 공연을 성황리에 마친 석예빈.





지난 16일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전설의 무용수 최승희의 작품을 재연한 '최승희의 아리랑'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최승희는 암울했던 일제강점기 시대에 전 세계 곳곳의 무대를 누비며 동양의 신비함과 아름다움을 알린 세계적인 무용수다. 더불어 그녀는 당시 시대상에 비춰볼 때 상상하기도 힘든 신여성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고, 자신의 매력을 무대에서 유감없이 뽐내는 당당한 여성이었다.

그녀의 탄생 이후 100여년이 흘렀지만, 16일 '최승희의 아리랑'에서 그녀가 부활하는 모습을 마주했다. 이는 바로 6세의 나이에 최승희의 춤으로 단독공연을 펼치며 '리틀 최승희'로 불린 석예빈이다.

석예빈은 2년 전인 2015년 6월 국립극장 공연 당시 10대의 어린나이로 초립동, 보살춤, 진주무희 등 최승희의 대표작품을 완벽히 소화하며 전석 매진이라는 기록과 함께 각종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아직 앳된 얼굴이었지만 눈에 서린 영롱함은 최승희에 대한 열정을 알아차리기에 충분했다.


수년이 지난 지금 석예빈은 미주, 중국, 동남아시아 순회공연을 거치며 더욱 성장하여, 어느덧 성숙한 여인의 모습으로 관객에게 다가왔다. 더불어 이번 공연에서는 최승희가 월북 후 1960년에 만든 미공개 '진주무희' 독무는 60년 만에 한국에서 재현되었다.

요즘 쉽게 보지 못하는 추억의 축음기 소리와 함께 시작된 공연에서, 그 태엽을 감는 석예빈의 모습이 마치 최승희를 떠올리게 했다.

첫 번째 프로그램인 '이태리정원'은 1936년 9월에 발표된 최승희의 노래로, 당시의 향락적 도시의 정서가 반영되어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이는 석예빈의 목소리로 리메이크되어 3D영상과 함께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초립동'은 어린 신랑의 들뜬 기분을 귀엽고 사랑스럽게 연기하였고, '물동이춤'은 어린 처녀가 물동이를 가지고 물을 기르는 일상의 모습을 민속적 색채가 짙은 안무로 승화했다.

화창한 봄날 머리를 길게 드리우고 앞치마를 두른 어린 처녀가 샘물 터에서 자신의 모습을 물에 비추어 보기도 하고 뻐꾹새와 노는 천진난만한 표현을 통해 우리 민족들의 행복한 생활 모습과 아름답고 소박한 감정을 보여줬다.

장사익의 아리랑 가락에 맞춰 새롭게 재해석된 '아리랑'에서는 아리랑 가사에 담긴 한민족의 애환이 흰 천에서까지도 느껴졌다. 또한 3D영상과 천이 하나가 되는 모습이 더욱 눈길을 끌었다.

가장 압권은 '보살춤'이었다. 이는 3D 영상기술과 최승희의 춤이 만난 콜라보레이션의 정점이었다. '보살춤'은 한 자리에 머물러 춤을 추는 것이 특징으로 정중동(靜中動)을 함축하는 고난이도의 춤이다.

불상의 자세에서 우러나오는 정서를 춤으로 녹여내, 한 곳에서 추지만 역동성과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것이 매력이었다. 3D 영상기술은 '보살춤'을 추는 1m 반경 내외를 빼곡하게 메우며 환상적인 무대를 돋보이게 해줬다.

이번 공연에서 유일하게 3D를 배제하고 오직 춤과 미디어아트로만 재현된 '진주무희'는 '진주'를 주인공으로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조선 반도를 표현한 작품이다. 조개 속에서 나온 진주의 아름답고도 고귀한 모습과 그 느낌을 동작으로 표현한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중간중간의 조개모양의 캐스터네츠 소리는 마치 조개가 부딪히는 소리처럼 들려 바다 속의 조개가 속삭임을 연상시켰다.

마지막 프로그램인 'Do Dream'은 '꿈꾸고 두드려라, 꿈꾸고 도전하라'는 뜻으로 성공의 문을 두드리라는 의미를 가졌다. 이는 성경의 '문을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라는 구절과도 일맥상통하는데, 마침 이날 이 부활절이어서 공연을 보는이들에게 행복과 희망의 문을 두드려 모두가 원하는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이외에도 '추고', '도라지', '승무' 등 다양한 작품속에서 최승희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번 공연에서 석예빈은 최승희를 연기하는 무용수가 아니라 마치 최승희 자체가 되어 무대에 선 듯한 고도의 집중력을 보여줬다.

지난 공연에서보다 더욱 요염해지고 고혹스러워진 손사위와 눈맵시는 여성의 눈으로 보아도 아름다웠으며 보는 이들을 숨죽이게 하였다. 왜 석예빈의 춤을 국민 소리꾼 장사익이 봄날 꽃 찾아 춤추는 나비에 비유하며 아름답고 향기로운 몸짓그녀의 춤을 전설이 될것이라고 표현하는지 알게 됐다.

특히 석예빈은 진주무희 무대에 서기 전 4월 16일 동년배인 그들의 아픔을 대신해 이같이 말했다.

석예빈은 "한 알의 진주가 되기위해서는 수많은 상처들을 치유하는 오랜 인내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인내의 시간과 고통을 참아내고 아름다운 보석으로 부활한 진주들... 4월 16일 오늘 그 진주가 부활을 꿈꾸며 무대에 섭니다"라고 말했다.

함께 관람했던 외국인 관객 10여명은 공연내내 "원더풀", " 어메이징"을 외치며 공연이 끝난 후에도 석예빈과 기념사진을 찍으며 이렇게 감동적이고 환상적인 공연을 보게된 것에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며 헤어짐을 아쉬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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