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극, 헤인즈의 왼손

채준 기자 / 입력 : 2017.04.18 10:33 / 조회 : 18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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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농구 최고 외국인 선수인 헤인즈가 두팔을 벌리고 자신의 활약을 자축하고 있다. 그의 두팔은 노장이 된 그를 여전히 강하게 만들고 있다/사진제공=KBL


프로농구 오린온스의 에런 헤인즈(36,199cm)의 왼손은 그때그때 다르다.


공격을 할 때는 버저비터부터 덩크슛, 레이업슛, 미들슛, 드리볼, 패스, 스틸까지 무장하고 있다. 다재다능하고 찬란하며 밝은, 그야말로 찬사를 받는 손이다. 과거 헤인즈가 삼성과 모비스, SK에서 뛰던 시기에도 헤인즈의 공격력은 뛰어났다, 특히 삼성에서 뛰던 시절의 젊은 헤인즈는 뛰어난 득점력 하나로도 충분히 경쟁력 있었고 승리를 이끌었으며 삼성 우승의 중요한 요소였다. 그리고 모비스와 SK에서도 빛을 발했다.

이번 시즌에 보여준 헤인즈의 왼손은 여전히 찬란했다. 하지만 헤인즈는 이제 왼손의 뛰어난 공격력에만 의지하는 것 같지는 않다. 타고난 센스와 넓은 시야를 보유한 헤인즈는 왼손을 적절히, 충분히 그리고 중요한 순간에 알맞게 사용한다. 심판이 보지 않을 때 반칙을 활용하고 상대를 밀치는 손이기도 하다. 치열했던 17일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4차전 경기에서는 헤인즈의 왼손은 공수에 걸쳐 승부를 결정지었다. 특히 공격보다 수비에서 결정적인 활약을 했다. 헤인즈의 영리한 파울성 수비 하나가 타오르던 삼성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어 버렸다. 삼성맨들조차 포인트 가드 주희정을 질책하도록 하는 영리함을 보였다.

4쿼터 후반부 오리온스의 공격이 먹히지 않고 삼성의 추격이 거센 시점이었다. 오리온스는 허일영의 3점슛이 들어가지 않았고 삼성이 리바운드를 잡았다. 주희정은 속공에 나섰고 골밑에서 라틀리프와 헤인즈의 1대1 상황, 73-66으로 삼성이 뒤지고 있었고 시간은 종료 1분 41초 전이었다. 그런데 주희정이 이때 어이없는 턴오버를 저지른다. 라틀리프의 왼쪽으로 패스가 갔고 라틀리프는 멍하니 공을 봤다. 누가 봐도 주희정의 턴오버로 보였다. 그런데 난데 없이 라틀리프는 심판에게 항의했다. 느린 영상에서 이유는 확인됐다. 라틀리프의 뒤에 자리한 헤인즈는 오른손을 들어 라틀리프의 왼쪽을 커버했다. 그리고 주희정의 볼 투입이 시작되는 순간 왼손으로 라틀리프를 잡아챘다. 심판은 물론 삼성 벤치조차 보지 못한 순간적인 나쁜 손이었다. 만약 헤인즈의 왼손이 가동하지 않았다면 73-68 또는 69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삼성의 상승세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승패가 달라질 수 도 있는 장면이다.

농구 전문가들은 헤인즈의 왼손에 대해서 고개를 끄덕인다. 농구인 A는 “노장이 되면 손기술이 발달할 수 밖에 없다. 아무래도 몸이 젊을 때와 비교하기 어렵다”며 “국내 선수들도 노장이 되면 손기술이 발달하고 엘보우도 활용한다”고 밝혔다.


추일승 감독과 친해서 이름을 밝히기 어렵다는 농구인 B씨는 “우리끼리 얘기지만 대단히 중요한 장면이었고 100% 헤인즈의 파울이었다.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는데 심판이 헤인즈에 속으면서 승부가 기울었다”며 “헤인즈는 국내 농구에 최적화된 선수라는 점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고 밝혔다.

현역농구인 C씨는 “심판들이 헤인즈에게 매번 당한다. 헤인즈 같은 고수와 심판의 수준 차이가 현격하다. 헤인즈가 프로선수라면 심판들의 수준은 중학생 정도다”며 “헤인즈가 잘못했다고 할 수도 없다. 주어진 5개의 파울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고 심판이 부르지 않으면 그만이다. 결국 삼성-오리온의 4차전 승부는 심판 머리 위에 있는 헤인즈의 승리라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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