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4월에 우승할 순 없다 but 우승기횔 놓칠 순 있다

장윤호 기자 / 입력 : 2017.04.18 07:41 / 조회 :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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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시카고 컵스 WS 우승 확정 순간 /AFPBBNews=뉴스1


지난해 월드시리즈 챔피언 시카고 컵스가 지난 주말 피츠버그 파이리츠에 3연패를 당하면서 시즌 전적 6승6패로 승률 5할이 됐다. 지난해 정규시즌에서 103승을 올린 뒤 결국 108년 묵은 월드시리즈 한을 풀었던 컵스는 지난해 정규시즌을 25승6패라는 신들린 성적으로 출발했었다. 그런데 지난해 31경기 만에 기록했던 패수(6)를 올해는 단 12경기 만에 조기 달성(?)한 셈이다.

지난해 94승을 거뒀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올 시즌 개막전에서 텍사스 레인저스를 상대로 적지에서 3연승을 거두고 호기롭게 출발했지만 이후 3번의 시리즈에서 단 2승(7패)을 보태는데 그치며 시즌 전적 5승7패로 메이저리그 6개 디비전 가운데 최약체라는 AL 중부지구에서 최하위로 떨어졌다. 지난해 무려 103패를 당했던 ‘동네북’ 미네소타 트윈스(7승5패)보다도 뒤져있다. 지난해 월드시리즈에 올랐던 두 팀이 올해는 합계 11승13패로 승률 5할이 밑도는 스타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플레이오프 팀들 가운데 출발이 신통치 못한 팀은 이들만이 아니다. 지난해 정규시즌 95승을 거둬 AL 최다승팀이었던 서부지구 챔피언인 텍사스는 현재까지 4승8패로 지구 꼴찌로 추락했고 ALCS(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클리블랜드와 격돌했던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2승10패로 메이저리그 전체 꼴찌로 떨어져 있다. 지난해 AL 디비전 플레이오프에 나섰던 4강 중 3팀이 현재 각자의 소속 지구에서 꼴찌로 ‘바닥깔개’ 역할을 하고 있다.

내셔널리그 쪽은 AL만큼 부침의 반전이 심하진 않지만 기대가 컸던 컵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3승9패),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5승9패) 등의 부진이 눈에 들어온다. 반면 지난해 NL 최하위 팀이었던 신시내티 레즈(9승5패)를 위시로 콜로라도 로키스(9승5패),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8승5패) 등의 빠른 출발은 인상적이다.

시즌이 시작된 지 이제 겨우 2주가 지난 시점에서 지금까지의 성적을 가지고 큰 의미를 부여하며 확대해석을 할 수는 없지만 일단은 지난해와는 출발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중에서도 두 월드시리즈 팀 컵스와 인디언스의 슬로 스타트가 어떻게 변할 지가 관심거리다. 두 팀 모두 시즌이 진행되면서 제자리를 찾아 가겠지만 특히 컵스의 경우 지난해와 같은 맹렬한 ‘단독질주’가 되풀이 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여전히 최고 우승후보를 꼽으라면 컵스를 꼽아야 하겠지만 지난해 같은 맹렬 질주 가능성은 이미 사라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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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스 감독 조 매든 /AFPBBNews=뉴스1

컵스의 조 매든 감독은 10일 피츠버그에 마지막 2이닝동안 6점을 내주고 1-6으로 역전패를 당한 뒤 “우리 문제는 적시타가 나오지 않는 것과 경기 막판에 리드를 지키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컵스의 우승을 이끈 자산 가운데 가장 중요한 두 가지가 아직까지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말해준다.

물론 그렇다고 컵스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컵스 선발진은 현재까지 평균자책점 2.56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2위(1위는 캔자스시티 로열스, 2.31)다. NL 2위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3.47)보다 압도적으로 앞선다. 존 레스터(0-0, 1.00), 제이크 아리에타(2-0, 2.89), 존 랙키(1-1, 3.00), 카일 헨드릭스(1-1, 5.73), 브렛 앤더슨(1-0, 0.84) 등이 철벽 마운드를 구축하고 있다. 이런 선발진과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뒤 한층 더 발전할 것으로 기대되는 젊은 스타들이 즐비하게 버틴 라인업을 갖춘 컵스에 대해 염려하는 것은 한마디로 시간낭비다.

하지만 그렇다고 컵스에게 승리와 성공이 보장돼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첫 2주간의 성적을 가지고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지만 ‘슬로 스타트’가 시즌 전체의 추세로 굳어지지 않도록 가능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은 필요하다.

지금까지 나타난 컵스의 문제는 매든 감독의 지적대로 타선과 불펜이다. 타선은 적시에 터지지 않는 것이 거론됐지만 파워 실종도 주목할 만 하다. 지난 해 홈런과 장타율에서 모두 NL 4위였던 컵스 타선이 올해는 첫 12경기에서 홈런 9개에 그치며 NL 꼴찌, 장타율은 0.366으로 13위에 그치고 있다. 물론 초반에 이 정도 차이는 하루 이틀이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지만 눈길이 가는 것은 사실이다.

불펜 역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지난해 말 캔자스시티와의 트레이드로 영입한 클로저 웨이드 데이비스가 올해 6경기에서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헥토르 론돈, 페드로 스트롭, 우에하라 고지, 저스틴 그림, 마이크 몽고메리, 칼 에드워드 주니어 등으로 짜여진 불펜은 언뜻 보기엔 거의 약점이 없는 유닛처럼 보인다. 이들은 하나같이 불펜투수에게 요구되는 능력들을 고루 갖추고 있고 필요하면 클로저를 받치는 셋업맨 역할도 해낼 수 있는 선수들이다.

그런데 이렇게 탄탄해 보이는 불펜이 출발부터 삐끗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컵스 불펜은 지금까지 6번의 세이브기회에서 4번이나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며 1승4패, 평균자책점 4.19로 헤매고 있다. 수준급 불펜투수들이 가득 하지만 성적은 수준급과는 거리가 멀게 나오고 있다. 과연 데이비스의 넘버 1 셋업맨이 누군지도 불분명한 느낌이다. 뛰어난 선수들이 많다보니 역할이 명확히 분담되지 않은 채 그때그때 필요와 상황에 따라 출격하는데 어쩌면 이 같은 역할의 모호성이 선수들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앤드루 밀러나 델린 베탄시스 같이 압도적인 셋업맨이 클로저를 받쳐주는 것과 비교하면 컵스 시스템에서는 불펜투수들 간의 역할 분담이 다소 모호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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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월드시리즈 진출을 확정짓고 기뻐하는 클리블랜드 선수들. /AFPBBNews=뉴스1

한편 또 다른 월드시리즈 팀 클리블랜드의 경우는 컵스와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달아오르진 않았어도 탄탄한 선발진을 앞세워 언제라도 앞으로 치고 나갈 저력이 느껴지는 컵스와 달리 클리블랜드는 선발진이 출발부터 엉망이어서 그 문제부터 해결되지 않으면 자칫 5월이 지나기 전에 1년 농사를 망칠 가능성까지 엿보이고 있다.

현재 클리블랜드의 투수진은 팀 평균자책점이 5.35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꼴찌다. 평균자책점이 5점이 넘는 유일한 팀이다. 특히 선발진이 심각하다. 선발진 평균자책점이 6.38, 피안타율 0.273으로 두 부문에서 모두 메이저리그 최악이다. 에이스 코리 클루버(6.38)를 비롯, 자시 톰린(18.47), 트레버 바우어(8.44) 등이 모두 부진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앤드루 밀러와 코디 앨런이 버틴 불펜이 시즌 3승 무패, 3,63으로 단단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선발진이 빨리 제 모습을 찾지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불펜이라도 그리 큰 도움이 될 수 없어 올해 긴 여름을 보내게 될 가능성을 걱정해야할 판이다.

상대적으로 클리블랜드의 타선은 괜찮은 편이다. 시즌 55득점으로 AL 4위에 올라있고 팀 타율(0.243)과 출루율(0.328)도 5위로 나쁘지 않다. 하지만 올해 초 3년간 6,000만달러 계약에 영입한 슬러거 에드윈 인카나시온의 출발이 영 신통치 못하다. 타율이 0.205(44타수 9안타)에 홈런 1개, 타점 1개가 전부다. 시즌 개막전에서 솔로홈런으로 1타점을 올린 이후 홈런과 타점이 모두 제로이고 삼진은 이미 18개에 달했다. 삼진 수가 안타 수의 두 배에 달하는 상황이다.

반면 떠오르는 슈퍼스타인 유격수 프란시스코 린도어의 출발은 눈부시다. 타격 슬래시라인(타율/출루율/장타율)이 0.362/0.436/0.702로 OPS가 1.138에 달하고 홈런 4방을 포함, 8개의 장타를 뿜어내며 8타점을 올리고 있다. 특히 장타력이 눈부시게 달라졌다. 지난해부터 타구의 고도를 높이는 스윙을 하고 있는 린도어는 시즌 첫 12경기에서 벌써 홈런을 4개나 때려냈고 이 추세라면 지난해 수립한 개인 시즌 최고기록 15개는 전반기 중에도 뛰어넘을 수 있을 전망이다.

시즌은 이제 시작이다. 아직 갈 길이 멀기에 지금까지 성적으로 어떤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하지만 4월에 월드시리즈를 우승할 수는 없어도 4월에 우승 기회를 잃어버릴 수는 있다. 출발이 너무 나쁘면 아예 우승 기회조차 얻지 못할 수 있기에 아무리 뛰어난 팀들이라도 슬로 스타트가 너무 길어진다면 회복 불가능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출발이 신통치 못했던 우승후보들이 시즌이 진행되면서 어떻게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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