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이냐, 안철수냐, 영화계가 주목하는 까닭은?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7.04.17 11:59 / 조회 :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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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사진=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각 당의 대선주자가 확정되며 본격적인 5월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영화계는 이번 대선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부산국제영화제 파동, 모태펀드 논란, CJ E&M 외압 등 지난 정권에서 워낙 영화계를 향한 압박이 거센 탓이다.

뿐만 아니다. 유력한 대선 후보군에서 내놓은 영비법(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효될지를 놓고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10월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과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영비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대기업이 배급과 상영을 겸할 수 없게 규제하는 법안이다. 안철수 의원이 유력한 대권 주자인 데다 도종환 의원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문화예술정책위원회 상임공동위원장이기에, 두 사람이 각각 대표 발의한 영비법 개정안이 현실화될지를 주목하고 있는 것.

영비법 개정안이 발효되면 CJ E&M은 CGV를 매각하거나 배급업을 포기해야 한다. 롯데 엔터테인먼트, 메가박스도 마찬가지. 한국영화산업의 지각변동을 가져올 수 있는 법안이기에, 극장을 보유한 투자배급사 뿐 아니라 영화계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안철수, 도종환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영비법 개정안은 미국 파라마운트 판결을 모태로 한다. 파라마운트 판결이란 1948년 미연방 대법원이 메이저 스튜디오의 극장 소유에 대해 수직적 통합은 독과점 우려가 있다고 판단, 이를 금지하고 소유 극장을 매각하도록 명령한 판결을 말한다.

그간 한국영화제작가협회(제협)는 꾸준히 파라마운트 판결을 모태로 한 영비법 개정안을 추진해왔다. 2013년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협의 의뢰로 발의하려 했으나 영화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발됐다.

안철수 의원은 제협과 도종환 의원은 참여연대와 이번 법안을 같이 준비했다.

제협 등이 영비법 개정안 발의에 주력하고 있는 건, 대기업의 영화산업 수직계열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스크린 독과점 현상이 수직계열화에 따른 것이라 보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기업이 극장과 배급을 같이 하지 못하게 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 이런 방식은 상부구조가 하부구조를 결정하기에 상부구조를 바꾸면 하부구조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된다는 논리다.

그렇다면 과연 파라마운트 판결을 모태로 한 영비법 개정안들은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크린 독과점 현상을 오히려 심화시키고, 한국영화산업 전체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애초 파라마운트 판결은 수직계열화를 해결하려는 소송이 아니라 극장의 매점매석을 막으려 했던 소송이었다. 한국과는 상황이 다르다.

무엇보다 메이저 배급사가 극장을 좌지우지한다는 파라마운트 판결의 요지는 필름 시대의 논리다. 디지털 시대와는 맞지 않다. 필름으로 찍어 배급사가 프린트를 극장에 나눠줘야 했던 필름 시대에는 메이저 배급사가 극장을 좌지우지했다.

하지만 지금은 디지털 시대다. 멀티플렉스에서 디지털로 각 스크린에 영화를 배분한다. 극장 프로그래머가 얼마나 많은 스크린에서 얼마나 많은 횟차로 어떤 시간대에 상영할지를 결정한다. 극장의 힘이 배급사의 힘을 넘어선 지 오래다. 필름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산업이 바뀐 탓이다. 극장은 자사 계열 영화가 아니더라도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흥행이 잘 될 영화를 밀어주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꿨다.

지난 2일 서울중앙지검은 CJ CGV와 롯데시네마가 계열사가 만든 영화에 스크린 수, 상영 기간 등을 유리하게 제공하는 등 불공정거래를 했다며 고발된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CGV와 롯데시네마가 계열사 밀어주기가 아니라 영업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스크린 등을 배정한 것으로 봤다며 계열사에서 만들지 않은 영화도 흥행이 예상되면 큰 상영관을 배정했다고 불기소 이유를 설명했다.

같은 논리로 서울고법은 지난 2월 CJ CGV와 롯데시네마가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취소해달라며 낸 행정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사법부에선 이미 메이저 투자사가 극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계열사 영화를 계열 극장에서 밀어준다기보다는 극장들이 돈을 더 벌기 위해 특정 영화에 스크린을 몰아준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대기업 수직계열화가 스크린 독과점이란 결과를 낳았다고 하더라도, 이미 시장은 디지털 시대를 맞아 다른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는 뜻이다.

현실은 이렇지만, 위헌 시비를 넘어 영비법 개정안이 발효된다면 스크린 독과점 문제 해결은 요원해질 것이다.

누가 극장을 인수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극장이 스크린수를 좌우하기에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몰아주기는 횡횡할 수 밖에 없다. 대기업 수직계열화에 대한 견제도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다.

또한 배급과 극장업 겸업을 금지하면, 당장 한국영화 투자가 위축될 게 불 보듯 뻔하다. 부동산 매각에 극히 보수적인 롯데 엔터테인먼트는 영비법 개정안이 발효되면 극장을 지키고 배급업을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배급업을 포기한다면 투자를 할 이유가 없다. 한국 4대 메이저 투자사의 한 축이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CJ E&M은 콘텐츠 사업을 미래 전략사업으로 꾸리기에 CGV 국내 법인을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에도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메가박스도 배급을 포기해야 한다면 투자를 줄일 수 밖에 없다.

대기업들의 영화 제작 투자가 위축되면, 영화 제작 현장에도 곧장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미 영화 제작 현장은 디지털 시대로 전환하면서 과도기를 톡톡히 겪고 있다. 표준계약서가 화두다.

필름 시절, 영화 스태프는 도제식 운영에 열정 페이를 강요당하며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었다.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건, 영화에 대한 헌신과 필름이 주는 제약 때문이었다. 필름 값이 비싸 찍을 수 있는 횟차에 한계가 있었던 탓이다. 그러나 필름에서 디지털로 넘어나가면서 촬영 현장에서 찍을 수 있는 한계가 사라졌다.

더 많은 촬영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데다, 빠른 영화를 선호하는 추세로 바뀌면서 컷수가 많아졌다. CG가 더욱 중요하게 되면서 소스 촬영도 늘었다. 제한된 스태프 인원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촬영량이 늘어났다.

이런 이유로 제협과 영화산업노조가 합의해 2015년 1월부터 표준계약서가 도입됐다. 각 스태프마다 연차에 따라 임금이 지급되고, 시간별로 임금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표준계약서가 도입되면서 이번에는 영화제작가들이 볼 멘 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2시간에 촬영 준비를 마치는 스태프와 4시간에 촬영 준비를 마치는 스태프에 동일 임금을 적용하는 게 맞느냐는 원성이 나오기 시작한 것. 3년차에 포컷를 맞추는 스태프보다 10년차인데 포커스를 못 맞추는 스태프에게 더 많은 임금을 주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이유로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은 표준계약서를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영화산업노조는 그동안 열정페이를 강요하다가 이제야 조금 숨통이 트이는 상황에서 제작가들이 꼬투리를 잡으려 한다는 반감이 강하다. 양측의 주장은 필름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전환하는 과도기에서 생기는 갈등이기에 합의와 조정으로 해결돼야 한다.

문제는 표준계약서 도입으로 한국영화 평균제작비가 5억원 이상 늘었지만 투자수익률은 마이너스란 점이다.

영화산업이 위축되지 않고, 성장률이 지속 된다면 이런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여력이 있지만, 투자가 위축되면 현장은 자본의 논리대로 무너질 수 밖에 없다.

표준계약서는 당초 2006년에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렇지만 2007년부터 영화산업 거품이 빠지고 산업 전체가 위태로워지자 표준계약서 도입 논의 자체가 사라졌다.

필름 시대 논리로 영비법 개정안이 발효되면, 디지털 시대로 전환된 촬영현장이 위태로워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특정 영화에 스크린을 몰아주는 스크린독과점, 혹은 스크린 쏠림 현상은 분명히 대책이 필요하다. 두 의원이 각각 발의한 영비법 개정안에도 특정 영화의 스크린 독점을 방지하고, 예술 영화 및 독립영화 전용상영관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이 들어있다.

그럼에도 규제 법안은 신중해야 한다. 규제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지만 가장 시장을 뒤흔드는 방안이기도 하다.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지원정책을 쓴다. 유럽에서 다양한 영화들이 상영되는 까닭은, 좌석점유율이 낮을 경우 국가에서 보조금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특정 조건을 갖춘 영화를 상영할 때, 관객이 일정 점유율 이하로 들 경우 정부에서 돈을 주기에, 극장이 다양한 영화를 상영한다.

물론 프랑스도 고몽 등 대형 배급사들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지만, 국가 보조금이 다양한 영화들을 위한 마지노선인 건 분명하다.

파라마운트 판결을 모태로 한 영비법 개정안은 스트리밍 서비스로 변화하고 있는 유통망 체계와도 맞지 않는다. 스크린수를 규제해 장기 상영으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구조는 이상적이다. 그러나 한국영화산업은 이미 극장 상영에 이은 VOD, 스트리밍 서비스로 진행되는 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한국에 진출한 넷플릭스는 아예 영화를 극장과 스트리밍 서비스로 동시에 선보이겠다며 '옥자'를 첫 실험작으로 내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5월 대선으로 어느 정권이 들어서든, 문화계는 퇴행의 시대를 끝내고 정상화하려는 노력이 일 것이다. 영화계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기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각 대선주자들은 4차 산업혁명을 위한 대책들을 우선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말하면서, 필름 시대 논리로 영화계를 재단하는 게 맞는지, 신중한 접근과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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