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한컷]'데뷔60년' 안성기의 별명이 '독일잠수함'이었다고요?

[록기자의 사심집합소]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7.04.16 08:00 / 조회 : 3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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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안성기 / 사진=이기범 기자


지난 13일 서울 상암동 영상자료원에서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올해 데뷔 60주년을 맞이한 배우 안성기를 위한 특별전 '한국영화의 페르소나 안성기展' 개막식입니다.

따져보기 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올해 예순다섯인 그가 벌써 배우 인생 60년이라니요. 5살에 연기를 시작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130편 가까운 출연작 중 70편 가량이 아역 때 촬영한 작품입니다. 그로테스크한 미학으로 칭송받은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0)엔 '천재소년' 소리를 듣던 깜찍하고 천진한 꼬마 안성기가 있습니다. 뛰어난 연기로 '천재소년'로 불리며 한꺼번에 영화 두서너 편을 찍곤 했다 합니다. 제작 한경이 요즘과는 다르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안성기의 배우인생 60년이 더 특별한 게 다작 탓만은 아닙니다. 아직까지도 여전한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그의 60년은 곧 한국영화의 지난 60년 역사이기도 합니다.

그가 직접 꼽은 '나의 특별한 영화 리스트'만 봐도 그 시절이 떠오릅니다. 입대와 학업으로 10년 가까이 영화를 떠나 있다 선택한 복귀작인 이장호 감독의 '바람불어 좋은 날'(1980)에선 고도성장의 시기, 소외된 젊은이가 됐습니다. 임권택 감독과 처음 만난 '만다라'(1981)에선 속세의 번민으로 방황하는 승려가 돼 한국 영화를 세계에 널리 알렸습니다. 배창호 감독과 함께 한 '고래사냥'(1984)은 답답한 현실 속 해방감을 선사한 흥행작이었습니다. 정지영 감독의 '하얀전쟁'(1992)에선 월남전 참전 용사의 후유증을 묘사했습니다. 강우석 감독과 함께 한 코미디 '투캅스'(1993)에선 비리형사로 망가져 가며 관객의 사랑도 듬뿍 받았습니다.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에서 속 노란 은행잎이 떨어진 계단 위 킬러 안성기는 여전히 강렬한 이미지입니다.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2003)으로는 한국영화 최초의 1000만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준익 감독의 '라디오스타'(2006)에는 내가 아니라 내 스타를 위해 사는 매니저가 된 안성기가 있습니다. 그의 대표작이 어디 이뿐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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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안성기 / 사진=스타뉴스


안성기의 데뷔 6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온 사람들로 한적한 영상자료원이 북적였습니다. 송강호 장동건 김민종 오지호 김의성 고아라 이경영 이한위 김지미 양택조 등 여러 배우와 임권택 김기덕 정지영 이장호 배창호 등 수많은 감독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대에 오른 안성기의 소감은 담담하고도 겸손했습니다. 데뷔 시절 귀여워해주셨던 촬영기사, 조명기사의 이름, 제작부장의 별명을 하나하나 소개하며 "그런 분들의 귀여움과 사랑으로 아역 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마음먹고 해보자 했을 때 정말 좋은 분들을 만났다"면서 "뒤돌아보면 그분들, 영화인 모두가 오늘의 저를 만들어주셨다고 할 수 있다. 이 자리를 빌려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영화인과 배우의 정년을 확장시키기 위해서라도 사명감을 갖고 더 오래 보고싶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털어놨습니다. 왠지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배우가 '딴따라'로 불리던 시절, 배우가 더 존중받기를 원해 더 바르게 살았고 더 까다롭게 작품을 골랐다는 안성기. 60년 배우로 살며 영화가 좋고 기어코 극장에 와 영화를 봐주는 관객이 좋아 오로지 영화만 찍은 배우. 그의 영화인생을 정리하는 듯한, 그 자리에서만 볼 수 있었던 짧은 편집 영상을 보며 푸근한 미소 뒤에 감춰진 그의 꼿꼿한 자존심과 무거운 책임감, 여전한 존재감 그리고 꽃미모(!)를 다시 한 번 실감했습니다. 현장에 가서 알게 된 안성기의 별명도 있습니다. 지금은 왠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과거 안성기는 '독일잠수함'이란 별명을 갖고 있었다는 게 연출작 18편 중 13편을 안성기와 함께 한 배창호 감독의 설명입니다. 조용히 차분하게, 하지만 기어코 임무를 완수한다고 해서 '독일잠수함'이란 별명이 생겼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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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안성기 / 사진=이기범 기자


배창호 감독은 "이 호칭이 전체주의적인 것 같아 좋아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어울릴듯 하다"며 "앞으로도 사랑받길 기대한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전하며 '국민배우' 안성기전의 개막을 축하한다"고 축사를 맺었습니다. "팬클럽도 없고, 전국민이 팬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최고작은 늘 다음 작품이라 생각한다"는 단 한 사람의 국민배우, 안성기의 데뷔 6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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