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바위보로 대표된 봉준호, 세계가 주목하는 까닭은?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7.04.12 15:30 / 조회 :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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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 촬영현장 스틸/사진제공=넷플릭스


봉준호 감독. 이미 세계적인 감독이지만, 요즘 그의 행보가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 때문이죠. '옥자'가 제70회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될 경우, 넷플릭스가 참여한 영화로 처음 칸에 입성하기 때문입니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가 투자해서 선보이는 영화가,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칸의 뤼미에르 극장에서 상영된다는 것 자체가 일대 사건입니다. 어쩌면 '옥자'는 영화라는 매체의 유통 경로를 바꿀 역사적인 작품으로 기록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세계영화계가 주목하든 말든, 봉준호 감독은 '옥자'를 찍느라 지난해부터 정신없이 바빴습니다. 워낙 디테일에 신경 쓰는 감독이라 칸영화제에 '옥자'를 출품한 뒤에도 후반 작업에 정신이 없답니다.

그런 그지만, 한국영화감독조합 대표로도 여러 일에 나섰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자들을 고발하는 영화인 시위에도 참석했더랍니다.

사실 봉준호 감독은 영화감독조합 대표라는 감투를 쓸 생각이 없었습니다. '옥자'로 워낙 바쁜 탓이었죠. 그랬던 그가 대표에 오른 까닭은 바로 가위바위보 때문입니다.

2015년 말이었죠. 영화감독들 송년회가 있었습니다. 총회 비슷한 자리였습니다. 당시 영화감독조합 대표였던 이준익 감독이 봉준호 감독과 '명량'의 김한민 감독, '암살' 최동훈 감독을 불러세워 후임 대표 자리를 놓고 가위바위보를 시켰습니다. 그만 봉준호 감독이 이겼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대표를)하려면 제대로 해야 하는데 신작 촬영으로 잘 못할 것 같다"며 고사를 했습니다. 이때 변영주 감독이 나섰습니다. 변영주 감독은 "그럼 못할 것 같다는 거지"라면서 "봉준호 감독이 대표를 했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은 거수를 합시다"고 제안했습니다. 참석한 대부분의 감독들이 손을 들었죠. 그리하여 봉준호 감독은 한국영화감독조합 대표를 맡게 됐습니다.

물귀신 작전이었을까요? 봉준호 감독은 기존 부대표였던 정윤철, 변영주 감독 외에 신임 부대표로 최동훈 감독과 류승완 감독을 지명했습니다. 두 감독 모두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 류승완 감독은 이후 해외 촬영으로 바쁜 봉준호 감독을 대신해 자신도 '군함도' 촬영으로 정신없는 와중에도 문화계 블랙리스트 대응 영화인 선언 등에 참석했습니다.

현실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는 감독들이, 결국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옥자'에 많은 고민을 담았답니다. 넷플릭스와 작업한 것도 창작의 영역에 더 많은 도움을 줄 것 같아 선택한 것이라고 합니다. 알려졌다시피 '옥자'는 거대한 돼지 옥자와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브래드 피트가 대표로 있는 플랜B 엔터테인먼트도 제작에 참여했죠. 봉준호 감독은 '옥자'가 자신의 첫 사랑 영화라고도 했다는데, 곧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버라이어티 등 외신들은 '옥자'가 이번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이 유력하다고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13일 공식 부문 라인업 발표를 보면 알겠죠. '옥자'가 경쟁부문에 초청된다면, 봉준호 감독으로서도 처음으로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을 받게 됩니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은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마더'는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됐었습니다. 만일 상까지 타게 된다면 '칸느봉'이라는 수식어도 붙을 것 같습니다.

설사 칸에 초청을 받지 못하더라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세계가 흔들릴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설국열차'와 '옥자'로 연거푸 국제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봉 감독은 차기작으로 다시 한국의 깊은 이야기로 돌아옵니다. '기생충'이란 신작을 결정하고 송강호와 같이 하기로 이미 이야기를 끝냈습니다. 제목이 '기생충'이다보니 괴물과 돼지에 이어 이번에는 기생충이냐는 사람들도 제법 있습니다. 가족 이야기입니다. 기생충 같다는 말을 어떨 때 쓸지 생각해보면 미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이제 한국영화의 얼굴입니다. 큰 얼굴이죠. 가위바위보에 이겨서 한국영화감독조합 대표가 됐을지라도, 마침 그가 대표가 된 뒤 만든 영화가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도, 그가 바쁜 와중에도 문화 블랙리스트 적폐 해소에 앞장 선 것도, 우연이지만 필연입니다.

그가 그린 '옥자'가, '옥자' 이후 그릴 '기생충'이, 과연 어떤 이야기일지, 한국 관객 뿐 아니라 세계 영화팬들이 고대하고 있습니다. '옥자'가 공개될 6월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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