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애리조나 방망이-콜로라도 불펜 뜨거운 첫인상

장윤호 기자 / 입력 : 2017.04.11 08:08 / 조회 : 3396
  • 글자크기조절
image
AJ.폴락./AFPBBNews=뉴스1


메이저리그 2017 정규시즌이 막을 올려 한 주가 지났다. 과연 첫 인상은 어땠을까.


장장 6개월여에 걸쳐 팀당 162경기씩을 소화하는 메이저리그에서 첫 주의 결과만 보고 시즌 전체를 예상하는 것은 한 마디로 ‘장님 코끼리 만지기’이자 ‘마라톤’에서 초반 100m 결과를 가지고 우승 판도를 논하는 격이다. 앞으로도 종착역까지 예측할 수 없는 변수와 반전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 것이기에 지금 시즌에서 시즌을 전망하는 것은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첫 인상이 주는 가치를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다. 장님도 코끼리를 만지면 최소한 “크다”는 느낌은 얻을 수 있다. 또 세상일이란 때론 열심히 연구하고 분석한 결과보다 그냥 처음 본 느낌이 더 정확할 때도 많다.

그런 의미에서 시즌 첫 주에 받은 첫 인상을 살펴볼 때 올해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레이스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빡빡하게 전개될 수도 있다는 느낌은 받는다. 시즌 개막 전에 서부지구에서 2강으로 지목됐던 LA 다저스(4승3패)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2승5패)를 제쳐두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6승1패)와 콜로라도 로키스(5승2패)가 서부지구 1, 2위로 출발한 것이 눈에 띈다. 심지어는 ‘만장일치 꼴찌후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3승4패)도 지구 우승후보인 다저스 및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치른 시즌 첫 7경기에서 3승을 올리며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그런 순위는 당장 이번 주말이면 180도 달라질지 모른다. 하지만 당초 2강3약으로 꼽혔던 레이스에서 소위 3약팀들이 보여준 첫 인상은 이들이 단순히 출발에만 반짝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들게 만든다. 과연 이들이 마라톤을 끝까지 뛸만한 ‘체력’과 ‘지구력’을 갖췄는지는 앞으로 두고봐야할 문제지만 일단 첫 인상은 NL 서부지구 레이스가 생각보다 훨씬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우선 선두로 나선 애리조나는 샌프란시스코와의 개막 4연전에서 3승을 거둔 뒤 돌아서서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3연전을 싹쓸이로 따내 6승1패로 올해 메이저리그 최고의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 ESPN의 MLB 파워랭킹에서 프리시즌 22위이던 랭킹이 9위까지 수직 상승했다.

애리조나의 출발이 인상적인 것은 출발부터 강한 상대를 꺾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랭킹 7위였던 샌프란시스코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매디슨 범가너에게 5회까지 퍼펙트로 눌리며 0-3으로 끌려가던 경기를 끝내 뒤집고 9회말에 뉴 클로저 마크 멜란슨을 상대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것을 시작으로 4경기 시리즈를 3승1패로 따냈고 이어 시즌 개막전에서 텍사스 레인저스를 상대로 3연승을 거뒀던 랭킹 2위 클리블랜드를 3게임 싹쓸이로 돌려세웠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애리조나의 타선이다. 7경기에서 48득점을 올려 경기당 6.86득점과 팀 타율/출루율/장타율이 .313/.369/.504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부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해당된다. 리그 MVP 후보인 폴 골드슈미트(.346/.452/.692, 2홈런 5타점)가 최고의 스타트를 끊었고 지난해 시범경기 마지막 주에 팔꿈치 골절상을 입고 거의 전 시즌을 쉬었던 A.J. 폴락(.286/.333/.500)도 100%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과연 애리조나 타선이 이번 주 샌프란시스코 원정 3연전과 다저스 원정 4연전에서 지난주의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image
그렉 홀랜드 /AFPBBNews=뉴스1


애리조나가 시즌 첫 주에 뜨거운 방망이를 앞세워 최고의 출발을 보였다면 콜로라도는 불펜이 인상적이었다. 그렉 홀랜드와 마이크 던이 새로 합류한 불펜은 지난 한 주 동안 25이닝을 커버하며 3승과 5세이브를 올렸고 삼진을 35개나 뽑아내고 볼넷은 9개로 막았다.

한국 팬들도 지난 8일 류현진 선발등판 경기에서 불펜투수 3명이 마지막 3이닝동안 다저스 타선을 1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삼진 5개를 솎아내 2-1 승리를 지켜내는 것을 보면서 콜로라도 불펜을 상대로 후반 뒤집기가 지극히 힘들 것이라는 것을 실감한 바 있다. 더구나 이 경기엔 홀랜드(4이닝 6K)와 던(4이닝 1안타 7K)은 나오지도 않았다. 이들은 둘이 합쳐 시즌 8이닝 1안타 13탈삼진으로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콜로라도는 원래 타선이 막강한 팀이고 더구나 경기 절반을 쿠어스필드에서 치르는 어드밴티지도 갖고 있다. 그 어떤 투수도 쉽게 막아낼 수 있는 타선이 아니다. 다저스의 슈퍼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도 지난 9일 쿠어스필드 출격에서 생애 처음으로 백투백 홈런을 맞는 등 홈런 3방을 내주며 4실점하고 패전투수가 된 것은 쿠어스필드에서 콜로라도를 상대하기가 얼마나 힘든 과제인지를 잘 말해준다. 만약 존 그레이와 타일러 앤더슨, 타일러 챗우드가 이끄는 선발진만 시즌 내내 잘 버텨줄 수 있다면 강력한 타선과 탄탄한 불펜을 보유한 콜로라도가 서부지구 레이스에서 만만치 않은 다크호스로 올라설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image
마이크 던 /AFPBBNews=뉴스1


3약 가운데 최약체로 꼽히는 샌디에이고는 지난 주말 샌프란시스코와의 홈 3연전에서 샌프란시스코 에이스 범가너를 잡는 등 2승1패를 거두며 샌프란시스코를 지구 꼴찌로 몰아넣었다. 올해 개막 25명의 연봉 합계가 클레이튼 커쇼 한 명 보다도 적은 2천800만달러에 불과해 ‘탱킹’(Tanking) 논란이 이는 샌디에이고이지만 젊은 패기의 선수들이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첫 주에만 3승을 뽑아내며 쉽게 물러설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애리조나나 콜로라도와 비교할 때 전체적인 전력의 열세가 뚜렷해 오래 버티기는 쉽지 않아 보이지만 3~4년 후를 기대하고 장기적인 전략으로 이들 젊은 선수들을 키워가고 있기에 성적에 관계없이 끝까지 파이팅을 보일 팀인 것은 분명하다.

반면 2강으로 분류된 다저스와 자이언츠의 출발은 그리 시원치 못하지만 이제 겨우 출발단계인 만큼 아직 크게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 특히 다저스의 경우는 아직 완전히 발동이 걸린 것은 아니지만 타선이나 투수진 모두 무난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반면 자이언츠는 개막 첫 주에 몇 가지 문제점이 드러나며 이를 어떻게 고쳐 나갈지가 관심거리다. 일단 에이스 범가너가 나선 두 경기를 모두 패한 것은 범가너의 투구가 문제가 아니라 불펜과 타선 때문에 진 것이었다. 하지만 범가너가 나서지 않은 나머지 경기에선 모두 선발진이 기대에 못 미쳤고 불펜도 불안했다. 타선도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였다.

image
황재균.


특히 좌익수와 중견수 포지션은 문제가 다소 심각하다. 브루스 보치 감독은 시즌 첫 7경기에서 좌익수 3명과 중견수 2명을 기용했는데 이들 5명이 첫 7경기에서 기록한 타격 슬래시라인은 .105/.148/.140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팀은 지난 주말 시즌 개막 직전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방출된 멜빈 업튼 주니어를 마이너 계약으로 영입하는 고육책까지 동원해야 했다. 왜 샌프란시스코가 시범경기동안 황재균에게 좌익수 훈련을 시켰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3루와 내야 유틸리티맨에는 자리가 없지만 현재 샌프란시스코 외야엔 믿을만한 선수가 없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가 계속될 경우 샌프란시스코가 과연 얼마나 빨리 ‘좌익수’ 황재균을 테스트할 지도 관심거리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는 계속 바닥을 헤매기엔 너무 강팀이다. 범가너와 조니 쿠에토, 맷 무어, 제프 사마지아로 이어지는 선발진만 봐도 리그 최강 중 하나가 될 수 있는 유닛이다. 멜란슨이 새로 가세한 불펜도 아직 완전히 제자리를 잡지 못한 느낌이지만 조만간 정상 궤도로 돌아올 전망이다.

결국 시즌 중반 이후로 가면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가 서부지구 우승을 놓고 다투게 되는 것은 예정된 수순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레이스에 콜로라도나 애리조나가 합류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토론토와 볼티모어, 보스턴, 뉴욕 양키스 등 4팀이 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플레이오프 레이스가 펼쳐졌던 일이 올해는 NL 서부지구에서 나타나게 될 가능성이 기대되고 있다.

관련기사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