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SD 25인 연봉합이 커쇼보다 적으니 '탱킹'이라고?

장윤호 기자 / 입력 : 2017.04.07 08:33 / 조회 : 4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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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와의 개막전서 개막전 5승 기록을 작성한 다저스 에이스 커쇼. 그의 연봉이 이날 샌디에이고 개막전 로스터 25인의 연봉합계보다 많다./AFPBBNews=뉴스1


지난 4일(한국시간) LA 다저스테디움에서 벌어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LA 다저스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는 선발로 나서 7이닝동안 탈삼진 8개를 솎아내며 2피안타 2실점(1자책점)으로 막는 쾌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다저스 구단 타이기록인 7년 연속 개막전 선발로 나선 커쇼는 여기서 5승 무패를 기록, 명예의 전당 멤버인 돈 드라이스데일이 보유한 다저스의 개막전 최다승 기록과 타이를 이뤘고, 메이저리그 역사상 개막전 성적이 5승 무패 이상으로 출발한 9번째 투수로 기록됐다.


하지만 이날 커쇼가 세운 진짜 흥미로운 기록은 따로 있었다. 어쩌면 메이저리그 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을 기록으로 보인다. 그 것은 바로 커쇼의 올해 연봉이 그가 이날 상대한 샌디에이고 선수들의 올해 연봉 합계보다 더 많다는 사실이다. 이번 시즌 샌디에이고의 개막 엔트리에 포함된 선수 25명의 연봉을 모두 합치면 약 2천8백만달러 정도인데 이는 올해 연봉으로 3천3백만달러를 받는 커쇼에 비교해 500만달러 정도나 적다.

커쇼는 연봉 뿐 아니라 경기력에서도 샌디에이고를 혼자서 압도했다. 7이닝동안 단 2안타로 2실점(1자책점)하며 투수로 활약한 것은 당연(?)했지만 그는 타자로도 안타와 볼넷으로 한 번씩 두 차례 출루한 뒤 모두 홈을 밟아 2득점을 기록하며 투타에서 모두 혼자서 샌디에이고 팀 전체를 압도했다. ‘일당백’이란 표현은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 것 같다.

커쇼 혼자 연봉이 다른 구단 전체보다 많다는 것을 놓고 커쇼가 너무 많은 돈을 받는다는 비판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요즘 메이저리거들의 연봉시세를 보면 커쇼의 기량과 공헌도에 비해 많이 받는 편이 아닐 수도 있다. 물론 커쇼 본인은 스스로 지나치게 많은 돈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지난 2014년 1월 7년간 2억1천500만달러에 재계약했을 때 다저스는 원래 3억달러선 계약을 제시했는데 커쇼는 지나치게 높은 액수에 불편함을 느껴 이를 고사했고 결국은 2억달러 초반으로 총 규모를 낮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이번 기록의 포인트는 커쇼의 높은 연봉이 아니라 샌디에이고의 낮은 페이롤에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한 구단의 개막 엔트리 25명 연봉 합계가 다른 팀 선수 1명보다 적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역대 최고의 '탱킹'(Tanking- 미래 높은 순위의 드래프트 지명권 확보를 위해 고의적으로 패배를 추구하는 것) 작전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올해 샌디에이고의 시즌 개막 페이롤 합계는 약 6천500만달러 정도로 커쇼의 연봉보다는 두 배 정도 많다. 문제는 이 가운데 3천150만달러가 이미 팀을 떠나간 선수 3명에게 지불해야 하는 ‘죽은 돈’이고 500만달러 정도는 부상자명단에 오른 5명의 연봉이라는 것이다. 결국 개막전 페이롤의 절반이 훨씬 넘는 액수가 이미 팀에 없거나 다쳐 뛰지 못하는 선수들에게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올해 샌디에이고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는 1루수 윌 마이어스로 300만달러를 받는데 이는 올해 메이저리그의 평균 연봉인 450만달러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 또 개막 로스터 25명과 부상자명단에 있는 6명 등 총 31명 가운데 연봉이 100만달러가 넘는 선수는 10명뿐이다. 팀의 3분의 2인 21명이 100만달러 미만의 연봉을 받는 것이다. <아래 도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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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선발 투수 죠리스 차신이 앤디 그린 감독에게 공을 넘기고 있다./AFPBBNews=뉴스1





이는 샌디에이고의 선수들이 매우 어리거나 메이저리그 커리어가 매우 짧다는 것을 의미한다. 샌디에이고 개막 로스터에서 만 23세 이하 선수는 7명에 달하고 상당수가 빅리그 커리어 1~2년차 선수들이기에 전체적인 연봉이 바닥권인 것이다. 선수들의 나이와 경력으로 보면 이번 시즌 샌디에이고는 웬만한 구단의 트리플A 팀과 비슷한 수준이다.

스몰마켓 팀이긴 하지만 샌디에이고가 항상 이처럼 페이롤이 바닥을 훔쳤던 것은 아니다. 불과 2년 전인 2015년 시즌 샌디에이고의 개막 페이롤인 1억800만달러에 달해 역대 팀 최고 기록을 수립했고 지난해에도 9천900만달러로 적지 않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샌디에이고는 지난 여름 공격적인 투자의 실패를 인정하고 장기적인 팀 재건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상당한 액수의 ‘죽은 돈’을 감수하고 베테랑 제임스 쉴즈와 맷 켐프, 멜빈 업튼 주니어, 앤드루 캐시너 등을 내보냈다. 그로 인해 올해 샌디에이고는 업튼과 쉴즈, 그리고 켐프와 트레이드해 데려온 뒤 곧바로 방출한 헥터 올리베라 등 3명의 잔여 연봉으로만 3천150만달러를 지급해야 한다. 25명 개막 로스터에 오른 선수들 연봉 합계보다 더 많은 액수가 더 이상 팀에 없는 선수들에게 나가는 슬픈 현실이다. 다저스의 경우는 이런 ‘죽은 돈’의 규모가 최고 7,500만달러에 달해 샌디에이고의 두 배가 넘지만 페이롤 총액이 1억6천만달러가 넘기에 페이롤 대비 죽은 돈의 비율은 샌디에이고에 비해 훨씬 낮다.

하지만 이처럼 샌디에이고가 어리고 경력 짧고 연봉이 저렴한 선수들만으로 팀을 꾸렸다고 곧바로 ‘탱킹’을 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물론 과거 하위권을 헤매던 워싱턴 내셔널스가 2009년과 2010년 드래프트에서 잇달아 전체 1번 지명권으로 괴물투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와 괴물타자 브라이스 하퍼를 건진 덕에 지금 내셔널리그 정상권 팀으로 올라섰고 한때 3년 연속 리그 최다패를 기록했던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2012년 전체 1번으로 천재 유격수 카를로스 코레야를 얻으면서 지금은 우승후보 대열로 올라선 것 등은 최상위 드래프트 지명권의 가치가 얼마나 큰지를 말해주는 것이 사실이다.

샌디에이고 역시 이미 팀 재건에 나선 입장에서 드래프트 상위 지명권을 통해 이런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선수를 찾아낼 수 있다면 훨씬 재건 속도가 빨라질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스트라스버그와 하퍼, 코레아 급의 선수가 매년 나오는 것은 아니며 나온다고 해도 반드시 그런 선수를 잡을 수 있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또 탱킹을 1~2년 한다고 갑자기 팀이 달라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섣불리 탱킹을 하다간 자칫 팬들의 신뢰를 잃는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결코 함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 워싱턴과 휴스턴, 그리고 지난해 월드시리즈 챔피언인 시카고 컵스의 경우도 단순히 상위 지명권을 얻기 위해 탱킹을 한 것이 아니라 꾸준하게 젊은 선수들을 키워내는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한동안 성적이 나빴던 것이다. 컵스의 경우 2013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2번으로 크리스 브라이언트, 2014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4번으로 카일 슈워버를 얻었지만 지난해 108년 우승가뭄을 끝내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것은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젊은 유망주들을 꾸준하게 키워내고 그에 맞춰 베테랑들을 적기에 보강하는 등 장기적인 전략이 맞아떨어졌기에 가능했다. 샌디에이고도 새롭게 장기적인 전략으로 팀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올해 아무리 트리플A급 팀을 내보냈다고 해도 그것만을 놓고 ‘탱킹’이라고 몰아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

올 시즌 샌디에이고의 전망을 보면 상당수가 메이저리그 최악의 성적을 점치고 있다. 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샌디에이고의 올해 성적을 58승104패로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샌디에이고의 로스터를 뜯어보면 그렇게 무기력한 팀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강력한 우승후보인 다저스와의 개막 4연전 시리즈에서 1승3패로 패했지만 2차전에서 좌완 클레이튼 리처드가 다저스 타선을 8이닝동안 산발 5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시즌 첫 승을 따내는 등 어느 정도의 가능성을 보였다.

전체적으로 보면 당장 1~2년은 하위권을 벗어나기 힘들겠지만 이들이 꾸준히 함께 성장하면서 적기에 베테랑 투수 자원이 보강된다면 3~4년 후에는 뭔가 특별한 결과를 기대해볼 만한 포텐셜이 보인다. 과연 2년전 무모한 ‘올인’ 작전에서 참담한 실패를 맛본 뒤 완전히 새롭게 출발하는 샌디에이고가 휴스턴과 워싱턴, 그리고 시카고 컵스가 그려놓은 장기적 재건의 청사진을 다시 한 번 재현해 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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