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민 "중년남 연기, 쩍벌 각도까지 고민했어요"(인터뷰)

영화 '아빠는 딸'의 정소민 인터뷰

이경호 기자 / 입력 : 2017.04.07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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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소민/사진=임성균 기자


코믹 연기에 공포를 느낀다고 하지만, 맛깔나게 잘 소화해 내는 배우가 있다. 바로 정소민(28)이다.

정소민은 오는 12일 개봉하는 영화 '아빠는 딸'(감독 김형협)으로 관객들과 만남을 앞두고 있다. 영화는 어느 날 몸이 뒤바뀐 아빠 원상태와 여고생 딸 원도연의 이야기를 다뤘다.


극중 원도연 역을 맡은 정소민은 겉은 여고생, 속은 40대 중년 남자로 분했다. 팔자걸음에 앉을 때 다리를 쩍하고 벌리는 모습은 외모만 여자일 뿐 영락없는 남자다. 여기에 종종 차진 욕설까지 해 '아빠는 딸'의 코믹함을 더했다.

'아빠는 딸'에서 정소민을 보면 '참 잘 했네'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잘 했는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유독 코믹 연기에 부담감을 드러냈다.

"저는 코미디 장르와 먼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처음 연기를 할 때부터 '코미디가 가장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사람마다 다르지만 저는 그렇게 느꼈죠. 사실 거기(코미디)에 어려운 요소가 많아요. ('아빠는 딸')촬영하면서도 제가 잘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전 진짜 걱정 많이 했어요."


코미디 장르, 연기에 대한 정소민의 고민은 단순하지 않았다. 공포였다.

"어차피 제가 코미디가 안 되니까 ('아빠는 딸'에서) 굳이 웃음에 대한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 없이 인물(캐릭터)에 집중해서 (촬영)해야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여전히 코미디에 대한 공포는 있어요. 관객들이 보고 재미가 없으면 의미가 없잖아요. 그런 게 사실 두려워요. 코미디는 부담되고 겁은 나지만 즐기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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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소민/사진=임성균 기자


'아빠는 딸'에서 40대 중년 남자로 빙의한 정소민은 쉬운 게 하나도 없었다고 했다. 단순히 바디 체인지가 된 남자 역할을 해야 하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이번에 모든 게 다 어려웠어요. 40대 남자의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데, 제가 경험한 부분이 아니니까 어려웠죠. 극중 표현해야 할 남자는 40대 중년, 아빠, 만년 과장의 모습은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았죠. 그래도 어려웠지만 보람 있었고,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아빠는 딸'은 지난해 윤제문이 음주사건으로 논란이 되면서 개봉이 무기한 연기됐다. 많은 고민을 하며 연기한 정소민은 이 부분에 대해 아쉬워하지 않았다.

"옛날에는 개봉이 연기되고 그런 일이 있으면 초조함이 많았어요. 어느 순간부터 그런 것에 대해 '인연이면 하게 되고, 세상에 나오고 되겠다. 또 나랑 인연이 아니어서 안 나오는구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또 좋은 시기에 맞춰 나오겠다 싶었죠. '아빠는 딸'의 경우에는 오랫동안 안 입은 코트를 입었는데, 주머니에서 만 원이 나오는 느낌. 깜짝 선물 같은 느낌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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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소민/사진=임성균 기자


극중 아저씨로 분한 정소민은 윤제문이 출연했던 영화 '고령화 가족'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그녀의 숨은 노력이 남달랐다.

"촬영 초반에 선배님을 뵐 기회가 많이 없었어요. 그래서 선배님이 출연한 영화를 참고했는데, 그게 '고령화 가족'이었어요. 그 작품에는 제가 훔쳐올 수 있는 것들이 많았죠. 또 선배님을 현장에서 만날 때마다 집중해서 지켜봤어요. 행동 하나하나 머릿속에 담으려고 했죠. 그리고 리딩할 때 서로 대사를 반대로 읽어서 녹음을 해 갔어요. 그걸 들으면서 말투도 연습했어요. 제문 선배님 특유의 만사 귀찮은 듯 툭툭 던지는 말투도 많이 들으려고 애썼죠."

정소민이 중년 남자를 연기하면서 팔자걸음을 유독 자연스럽게 했다. 이는 그녀의 관찰력과 고민에서 나온 것.

"팔자걸음은 연습을 많이 했죠. 어느 순간 현장에 가면 저도 모르게 그렇게 걷고 있더라고요. 감독님이 '다음 작품에 가서 적응 못하면 어떡해요. 제가 소민 씨의 앞길을 망친 것 아닌가요'라고 농담을 할 정도였죠. 사실 제 모습(행동)에서 큰 변화를 주기보다 디테일한 부분에 신경을 쓰려고 했어요. 팔자걸음도 그렇고, 앉아 있을 때 다리를 벌리는 모습을 보여줄 때 다리의 각도까지 고민했어요. 제가 직접 관찰해서 만들어 낸 거에요."

그녀는 아저씨 연기를 하면서 "X됐다"고 욕까지 한다. 시원하게, 맛깔나게 하는데 이게 사실 애드리브라고 했다.

"예고편에서도 나오는데, 사실 대본에 없었어요. 드라마 '디데이'에서 김상호 선배님이랑 같이 연기를 했었는데, 욕을 차지게 잘 하시더라고요. 그게 선배님 영향으로 생긴 애드리브였어요. 제 말투 잘 들어보시면 김상호 선배님과 비슷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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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소민/사진=임성균 기자


'아빠는 딸'을 촬영하면서 실제 아버지에 대한 이해도 높아졌다는 정소민은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관람해 주길 바랐다.

"아버지는 엄격하세요. 그래서 저도 어느 순간 도연이처럼 아버지가 불편해졌던 것 같아요. 그게 대학교 시절까지 유지가 됐죠. 지금은 다시 친해져서 잘 지내고 있어요. 아버지도 유해지셨거든요. 최근에 아빠랑 '재심'을 같이 봤어요. 어느 날 혼자 영화를 보러 가신다고 하시길래, 그렇게 보내면 나중에 후회될 것 같아서 같이 갔죠."

정소민은 '재심'을 보고 친구인 강하늘에게 인증샷을 보낸 사연도 털어놨다.

"'재심' VIP 시사회 때 초대를 받았는데 촬영 때문에 못 갔어요. 그래서 티켓 인증 사진을 보냈어요. 하늘이가 오히려 '힐링했다'고 문자를 보내더라고요. 저희가 절대 그런 사이가 아닌데, 간만에 훈훈한 대화를 주고 받았어요."

'아빠는 딸'에는 많은 카메오들이 등장한다. 그 중 눈에 띄는 이가 있으니 바로 박명수. 그는 2015년 MBC '무한도전'의 '무도드림' 특집에서 '아빠는 딸'에 1300만원에 낙찰돼 출연하게 됐다. 영화에서 특유의 호통 화법으로 재미를 선사했다. 그러나 정소민은 이를 두고 "조마조마했다"고 촬영 비하인드를 털어놨다.

"감독님이 틀 안에서 마음껏 연기하라고 하셨었는데, 박명수 선배님은 아예 다른 말을 지어내서 했어요. 현장에서 처음 듣는 내용이 나오니까 너무 긴장을 했고, 저랑 윤제문 선배님이 서로 눈치를 봤죠. 생방송 같은 느낌이었고, 어디서 뭐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라 집중했어요. 그게 오히려 재미있었고, 영화가 코미디 장르여서 잘 맞아 떨어졌어요. 오랜만에 저도 즉흥연기를 했고, 배운 게 많았죠. 그리고 촬영은 종일 하셨어야 됐는데, 오전에만 잠깐 하고 가셨어요. 나중에 (VIP) 시사회 때 오셔서 1300만 원 어치 값어치 채우시겠죠."

'아빠는 딸'에서 뛰어난 관찰력과 연구로 자신만의 코믹 연기를 완성시킨 정소민. '코믹 연기 대표 여배우' 정소민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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