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갑순이' 유선 "고구마? 통쾌한 한방 기다렸죠"

SBS 주말드라마 '우리 갑순이' 신재순 역 유선 인터뷰

임주현 기자 / 입력 : 2017.04.06 12:41 / 조회 : 3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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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모션미디어


SBS 주말드라마 '우리 갑순이'(극본 문영남 연출 부성철)? 제목을 '우리 재순이'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 드라마 속 유선의 활약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하는 말은 없을 것이다.


배우 유선(41)은 극중 신재순 역을 맡았다. 재순은 한 번 결혼에 실패한 뒤 사랑이 없는 재혼을 선택한 인물. 재순은 차가운 남편 조금식(최대철 분)과 그보다 더 쌀쌀맞은 아이들을 만나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재혼 생활을 꾸렸다. 답답한 성격의 캐릭터로 인해 고구마 100만 개를 먹은 것 같다는 반응을 얻기도 했던 유선은 긴 기다림 끝에 최대철과 설레는 중년 로맨스를 펼쳤다. 재순의 희로애락을 함께한 유선은 마지막 촬영 전날 눈물을 흘렸다고 털어놨다.

"마지막 촬영 전날 그동안의 일이 스쳐 지나갔어요.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눈물이 나서 당일 날은 눈물이 안 났어요. 정이 많이 들었고 저 자체도 재순이에게 정이 많이 들어서 재순이를 정리하는 것도 힘들었고 팀들이랑 뿔뿔이 흩어진다는 것도 마음이 무거웠어요. 막상 끝나는 현장에서는 화기애애하게 정리하고 종방연 때는 잘하고 싶어서 배우들끼리 의논도 많이 하고 정성 어린 종방연을 치렀어요. 최대철 씨가 부반장, 제가 반장인데 배우들을 위한 이벤트, 스태프들을 위한 이벤트를 준비했죠. 배우들을 위한 이벤트는 스태프들이 뽑은 베스트커플상, 인기상, NG상, 공로상 해서 트로피를 제작해서 수여하고 스태프들을 위한 이벤트는 100만 원을 50만 원, 30만 원, 20만 원으로 나눠 봉투에 넣어 준비했고 배우들 애장품도 가져와서 행운권 추첨을 했어요. 하나가 되고 집중과 몰입이 후끈 달아오르는 종방연은 처음이었어요. 모두가 유쾌할 수 있는 자리였어요. 모두가 웃으면서 마무리할 수 있게 한 게 처음이었어요. 준비 과정도 좋았지만 그 자리도 흐뭇했어요."

극 초반 재순이 답답한 상황에 처했듯 유선 역시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돌파구가 없는 재순의 재혼 생활 속 유선은 연기로서 보여줄 것이 없어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처음에는 시놉시스에 재혼 가정의 아픔을 그리고 있는 커플이었고 그걸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극복할지를 보여주는 캐릭터 설정이 있었어요. 애초에 눈물도 많이 흘리고 답답한 상황이 많겠다고 각오했는데 처음에는 너무 외로웠어요. 남편은 전 부인 만나러 다니고 애들도 자리조차 주지 않았죠. 초반 촬영은 청소하고 밥하고 기다리고 이런 게 대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애들은 차갑게 굴고 남편도 정을 주지 않았어요. 초반 촬영도 힘들었어요. 대사도 선생님(문영남 작가)이 많이 주지 않았어요. 너무 외롭고 힘들고 연기로 보여줄 게 없으니까 답답했어요. 배우 유선의 답답함이 실제 재순이의 감정으로 간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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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SBS


유선과 재순의 답답함은 재순이 금식에게 감정을 쏟아내는 장면부터 풀어졌다. 시청자들 역시 이 장면을 보고 사이다 한 모금을 마신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시청자들도 고구마 100만 개 먹은 거 같다고 답답해하시고 배우 유선도, 재순도 통쾌한 한 방을 기다린 것 같아요. 남편에게 쏟아내는 장면이 있는데 (대본이) 6~7페이지였어요. 대본을 딱 받았을 때 '어떻게 외우지' 했죠. '어떻게 외우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드디어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본을 외우면서도 펑펑 울었어요. 촬영까지 2주가 남았는데 감정을 끊김 없이 가고 싶어서 달달 외웠어요. 그 촬영 때 눈물이 떨어지면서 NG 없이 갔죠.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몸이 떨렸어요. 시청자들이 드디어 사이다 한 모금 먹었다고 하고 저도 동시에 시원했어요. 선생님(문영남)이 놀라운 게 캐릭터의 감정과 배우의 감정이 어느 순간 하나가 돼서 쭉 갈 수 있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계속 인물과 함께 쌓아와서 같이 답답해하고 터트리고 하니까 초반부터 젖어 들면서 제가 재순이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시청자들의 답답함을 유발한 것은 오래전 일인 양 재순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최대철과 이어질 듯 말 듯한 로맨스 역시 응원을 받긴 마찬가지. 유선은 재순의 답답함이 시청자들의 사랑으로 이어진 것 같다며 담담히 말했다.

"안타까움인 것 같아요. 답답하고 그 답답함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이어지고 잘되는 과정을 보면 행복하고 또 안되면 답답하고 또 잘됐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사랑과 응원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 갑돌이(송재림 분), 갑순이(김소은 분)는 20대의 철없는 사랑, 오래된 연인의 반복되는 사랑인데 그들보다 안쓰럽고 마음 아픈 게 재순이라서 안타까움에 시청자들이 몰입을 해주셔서 애정을 가져주신 게 아닌가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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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순은 영화 '검은 집', '돈 크라이 마미' 등에서 주로 강한 캐릭터를 주로 맡았던 유선에게 이미지 변신을 안겨준 캐릭터다. 유선은 새로운 면을 보여주려고 의도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매번 역할을 맡으면서 '정말 새롭다'라고 접근하지 않는 것 같아요. (재순은) 제 안에 있는 소스를 가지고 친근하게 하려고 하니까 낯설거나 새롭지 않았어요. 다만 처음에는 인물에게 주어진 틀이 제한돼 있었고 감정 표현이 절제돼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에 대한 답답함이 있었죠. 표현하는 인물이면 시원했겠는데 이 인물은 절제돼 있고 표현 반경이 적어서 거기서 오는 힘겨움이 있었어요. 후반부 재순을 생각하면 인물의 성장이 크게 변화됐어요. 처음에 답답하게 시작한 게 연기를 풀어가면서 재순의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줄 때 저도 변화될 수 있었어요."

종영을 2회 앞둔 '우리 갑순이'의 가장 큰 관심은 재순과 금식의 러브라인이다. 재순이 금식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은 결과 금식은 다른 여자와 결혼을 결심한 상황이다. 유선은 시청자들의 걱정을 잠재우며 마음 따뜻한 결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피엔딩을 암시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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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대본이 방송보다 3주 앞서 있어서 대본을 미리 받아보는데, 59회에서 금식이 결혼식 들어가는 장면이 마지막이었다. '어떻게 되는 거야? 선본 여자는? 금식이 나쁜 놈 아니야? 내가 결혼을 막으면 나쁜 거 아니야?' 온갖 가상 시나리오들이 나왔어요. 대본 리딩하고 고두심 선생님이 작가님에게 '어떻게 되는 거예요?'라고 했더니 답을 회피하시더라고요. (웃음) 저희에게도 안 알려주셨어요. 다음 대본이 나올 때까지 궁금해서 피가 말랐죠. 다음 대본을 받고 얼른 펴봤는데 다음 상황이 펼쳐진 걸 보면서 '역시 선생님이구나' 하면서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보시면 같이 행복해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유선은 이번 작품으로 많은 선물을 받았다며 웃었다. 연기와 흥행, 대중들의 사랑까지 모두 잡으며 작품 밖에서도 행복한 결말을 맞은 유선이었다.

'달콤살벌 패밀리'와 영화 '퇴마: 무녀굴'이 잘되지 않았어요. 출산 후에 복귀한 작품들이 성적이 안 좋았죠. 흥행과 연기, 대중들의 관심에 갈증이 있을 무렵에 문영남 작가님이 만나 기대와 바람을 가지고 시작했어요. 스타 작가님이시고 늘 신화를 만드는 작가님이니까 갈증을 풀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연기, 대중들의 관심, 흥행까지 선물처럼 다 받았어요. 그래서 정말 이 작품 자체가 선물처럼 느껴져요. 오래도록 잊을 수 없는 작품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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