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우희 "머무는 건 싫다..1mm라도 성장하고 싶다"(인터뷰)

영화 '어느날'의 천우희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7.04.06 07:57 / 조회 : 2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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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의 천우희 / 사진=임성균 기자


천우희(30)라는 배우는 요 몇 년 한국 영화계가 얻은 중요한 수확 중 하나다. '써니'(2011)의 본드걸로 관객의 시선을 훔쳤던 그녀는 '한공주'(2014)로 드라마틱하게 재발견됐고, 차곡차곡 쌓이는 필모그래피와 함께 믿을 수 있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2017년의 봄과 함께 신작 영화 '어느날'(감독 이윤기)로 돌아왔다.


천우희는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뒤에야 영혼이 되어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된 미소 역을 맡았다. 이름처럼 미소 띤 말간 얼굴로 나타나 눈을 반짝이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녀가 처한 절박한 상황을 잠시 잊게 된다. '한공주'의 공주나 '곡성'(2016) 속 무명의 잔상이 지워질 만큼. 유일하게 미소를 볼 수 있는 남자 강식(김남길)과의 로맨스 영화가 아닐까 착각할 만큼. 그러나 영화가, 천우희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따로 있다.

한 차례 거절한 끝에 '어느날'의 시나리오를 받아들었다는 천우희는 자신에게 대한 영화팬들의 기대와 관심이 부담되지만 행복하다고 했다. 그리고 단 1mm라도 더 성장하고 싶다고, 연기를 더 잘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자신을 움직이게 한다고 털어놨다.

-그럴 줄 몰랐는데 눈물나더라.

▶읽었을 때 눈물샘이 자극되는 느낌은 아니었다. 인간적인 인물이라 하면 밝은 모습도, 내면의 아픔도 있는 게 일반적이다. 밝은 면도 아픈 모습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보신 분들은 짠하셨나보다. 이번에도 '안 됐다'면서 우셨다고 하더라. 저는 아픔이 있어도 씩씩하고 꿋꿋하려는 모습이 더 좋았다.


-영화의 메시지를 어떻게 생각했나.

▶처음엔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또 어떤 아픔을 치유하고 서로 보듬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했다. 미소를 연기한 입장에서는 떠나는 사람이 어떻게 해야할까 생각도 하게 됐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희생해야 할까, 반대로 그것을 받아들여야 할까,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픔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결론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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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의 천우희 / 사진=임성균 기자


-이번에도 단벌이다.

▶제가 단벌 전문이다. 다른 여배우들은 옷도 많이 갈아입으시고 화장도 많이 하시곤 하는데 그게 익숙하다보니 단벌을 제 몸에 착 붙은 것처럼 소화할 수가 있다. 단벌이 서운한 단계는 지났다. 초월한 거다. 그래서 '해어화' 때 옷을 갈아입으며 기쁨이 더 컸다. 이렇게 옷을 상큼하게 입었네~ 하면서.

의상은 고민해서 결정했다. 사고 당시 옷을 입고 있을 것이냐, 병원 환자복을 입고 있을 것이냐에서 고민했다. 판타지라는 설정이지만 완전한 영혼이 아니라 인간 같은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환자복을 입고 있으면 튀기도 하고 영혼인지 아닌지 모호하게 그리기가 어렵지 않겠나 해서 이렇게 됐다. 감독님도 고민을 많이 하셨다.

-영혼이 되어 나를 바라보는 장면은 어떻게 찍었나.

▶대역이 있어서 제가 누워있고 대역이 저를 바라보는 장면, 바꿔서 다시 그 장면을 찍는 식으로 촬영했다. 감정적으로도 어렵지만 기술적으로 어려운 게 있더라. 시선처리, 각도 등이 맞아야 하니까. 남길 오빠가 '누워 있으니까 편하겠네' 그랬지만 전혀 편하지 않았다. 한 번 더 해야 하니 시간도 여유가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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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의 천우희 / 사진=임성균 기자


-처음엔 거절하려 했다던데.

▶감독님 색깔 시나리오가 아니지 않나. 약간 어색하기도 하고 고정적 이미지가 그려져서 선뜻 선택하기 어려웠다. 감독님을 만나고선 감독님의 색깔대로 풀 거라는 믿음이 들었다. 남길 오빠와 만나 이야기를 하면서 갑자기 의지가 확 불타오르기도 했고. 이 캐릭터도 다른 식으로 표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판타지 여주인공의 전형을 깨고 싶다는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해달라.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느껴지는 정서가 있다. 판타지 여자 캐릭터의 느낌이 묻어날 수밖에 없는 게, '아저씨'라는 말을 쓰기도 하고 문어체 같은 말이 많았다. 바람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여리여리하고 보호해주고 싶은 여성 캐릭터가 그려졌다. 판타지 영화라고 하면 누구나 생각하는 그런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너무 많이 보기도 했고, 제가 연기하면 뭔가 달라야 하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다. 제가 관객 입장이라 해도 고루하거나 식상한 건 싫다. 연기하는 나도 재밌고 관객도 재밌으려면 식상함에서 탈피해야 하지 않을까 해서 하고싶은 대로, 조금 더 친근하게 했다.

-이른파 청순가련이 아니었으면 했다는 건데, 이미 천우희는 충무로 '센 캐릭터' 전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순가련한 캐릭터도 언젠가는 하겠죠? 그게 고루하다는 건 아닌데 기존의 것을 벗어나고 싶다. 많이 가는 큰 길 말고 작은 옆길도 있지 않겠나. 그래도 예전보다 청순가련한 캐릭터가 많이 들어온다. 청순가련하냐고? 말 잘해야 할 것 같은데. 땡큐다. 얼마든지 잘할 수 있다.(웃음) '써니'나 '곡성' 보신 분은 제가 무섭다고도 하는데 저는 무섭지 않다. 무난한 것 같다.

-'한공주' 이후 승승장구 중이다. 슬럼프를 겪던 이전의 고민은 많이 사라졌나.

▶고민은 더 많아졌다.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 일을 하면서 항상 조심하려고 하는 건 게으르거나 자만하거나 안주하는 것이다. 이 정도면 괜찮았어라고 생각하는 순간 성장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머물러 있는 건 싫다. 1mm라도 성장했으면 좋겠는데, 어쩔 수 없이 괴로움을 동반한다. 나쁘지는 않다. 고통스럽고 힘들어도 그렇기 때문에 값지게 다가오는 게 있다. 점점 어려워지고 힘들어지는 건 있다. 연기를 오래 하는 선배들이 더 대단해 보이기도 한다.

-고민하다 힘들면 어떻게 해소하나.

▶해소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땅 끝까지 파다 보면 뚫리지 않나. 그냥 저는 그 문제 핵심을 건드릴 때까지 계속 건드리는 편이다. 그러다보면 모든 게 다 결론이 나더라. 그런 저만의 해석, 해결이 있더라. 굳이 해소해야겠다 생각하지 않는다. 응축된 고민이라든지 갈증은 연기할 때 푼다.

-어느덧 믿음과 기대를 주는 '믿고 보는' 배우가 됐는데.

▶부담되기도 하고 기분좋기도 하다. 그런 수식어를 붙여주는 것만으로 영광이다. 저도 스스로에게 욕심이 있다. 강박증처럼 생기는 것도 있더라. 지금도 물론 연기에 대한 욕심이 가장 크다. 사람이고 여자인지라 예뻤으면 좋겠고, 어떤 면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도 하지만 가장 큰 욕심을 연기를 잘 하고 싶다는 것이다. 제가 연기하는 가장 큰 힘의 원천일 것이다. 잘 해내고 싶다는 것은 스스로 느끼는 부분이 가장 크다. 그걸 긍정적으로 활용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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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의 천우희 / 사진=임성균 기자


-함께 호흡을 맞추고 싶은 여배우로 배우 문근영을 거론했는데.

▶나무엑터스 같은 회사 배우라 친근해서 팔이 안으로 굽는 것도 있지만, 근영이와는 연기적으로 이야기는 하지만 작품에서 만난 적이 없다. 둘이 차를 타고 가다가 '한 스크린에 나오면 느낌이 어떨까'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의지도 되면서 많은 걸 나눌 수 있어 좋을 것 같고, 그걸 궁금해하는 관객도 있지 않을까 싶다. 동갑이기도 하고, 작품에서 만나보고 싶다.

-이윤기 감독의 영화인데 멜로가 없다. 본인도 아쉽지는 않았나.

▶멜로가 없다고 아쉽지는 않다. 다음 작품에서 하면 된다. 이번 영화는 색깔 자체가 멜로와 다르다. 시나리오 받을 때부터 알고 있었기에 욕심이 없었다. 그런 시나리오 자체가 아니었다. 남길 오빠와도 만나면 '다음에 합시다' 그랬다. 둘이 아주 잘 맞았다. 이야기도 잘 통했다. 꼭 나이나 경력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진 않은데, 선배로서 오빠로서 모든 걸 챙기시더라. 다른 현장에서도 여러가지를 신경써 주신다고 들어서 굉장히 감사했다. 어찌 보면 주연으로 보여줘야 하는 모습이나 행동이 있을 수 있는데 오빠가 살펴주고 도와줘서 고맙다. 둘이 너무 형제 같아서 현장에서 항상 어깨 부딪치고 주먹 치고 하며 지냈다. 멜로를 하면 연기니까 몰입을 해야한다.(웃음)

-멜로를 함께하고 싶은 남자배우가 있다면?

▶글쎄, 생각한 적이 없나보다. 함께 하고픈 배우로 한석규 선배님 이야기를 했다. 선배님과 멜로는 나이 차가 너무 나려나. 사석에서도 마주친 적 없지만 느껴지는 성품 자체가 따뜻하시다. 만나 작품을 하는 것만으로 영광이지 않을까 한다. 이제훈씨도 멋있으시고…, 또 있다. '도깨비' 공유 이동욱씨! 둘이 다른 매력이 있다.

-차기작은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인데.

▶여러가지 에피소드가 있는데 개봉할 때 풀어야 하지 않을까. 에피소드가 좀 많다. 작품마다 인연이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장르, 캐릭터라고 되는 것도 아니고 하기 싫다고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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