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코리언 빅리거들의 2017 키워드 '불확실성!'

장윤호 기자 / 입력 : 2017.04.04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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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오승환-추신수-김현수-류현진.


"불확실성"

3일 막을 올린 2017 메이저리그 시즌에 도전장을 낸 한국인 선수들의 키워드는 이 한 단어로 함축될 수 있을 것 같다. 메이저리그 개막 엔트리에 포함돼 시즌 시작부터 빅리거로 나서는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 류현진(LA 다저스), 그리고 마이너에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와 황재균(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최지만(뉴욕 양키스), 필드 밖에서의 문제로 인해 팀 합류는커녕 미국 땅을 밟지도 못한 채 제한선수 명단(Restricted List)에서 시즌을 맞은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까지 8명의 한국인 선수들은 모두 올해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상태로 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시즌 개막과 맞춰 이들 8명 앞에 놓인 올해의 과제와 목표, 희망을 정리해본다.


◎오승환(세인트루이스)

3일 시카고 컵스와의 시즌 개막전부터 마운드에 올라 올해 한국인 선수로는 가장 먼저 출격했다. 8명 가운데 팀 내 입지나 위상에서 가장 탄탄하고 불확실성 측면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선수지만 첫 경기에서 9회초 3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블론세이브의 멍에를 쓴 것에서 드러났듯 그 역시 불확실성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신인으로써 일약 명문 세인트루이스 구단의 클로저까지 부상했지만 그렇게 쌓아올린 토대 위에 계속 커리어를 쌓아가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굳이 지난해 세인트루이스에서 부동의 클로저였던 트레버 로젠탈의 경우를 돌아볼 필요도 없다. 하지만 우려되는 2년차 슬럼프를 극복하고 확실하게 메이저리그의 에이스급 클로저로 자리 잡는다면 시즌 종료 후 프리에이전트(FA)가 되는 그로선 탄탄대로가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첫 등판의 블론세이브는 그리 우려할 일은 아니다. 9회초 3점 리드를 달렸지만 사실 오승환이 마운드에 올랐을 때는 1점차 박빙의 승부였다. 팀이 1-0으로 앞선 8회초 1사부터 마운드에 올랐으니 팀에선 1점차 살얼음 상황에서 ‘5아웃 세이브’를 주문한 것이다. 오승환을 절대적으로 신뢰하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8회 1사 1, 2루에서 선발 카를로스 마르티네스를 구원한 오승환은 첫 타자를 몸 맞는 볼로 내보내 주자 만루 위기에 몰렸으나 지난해 내셔널리그 MVP인 크리스 브라이언트와 MVP 투표 4위였던 앤서니 리조를 잇달아 외야 플라이로 잡고 실점없이 위기를 막아냈다. 최대 라이벌이자 월드시리즈 챔피언과의 시즌 개막전 1점차 8회 1사 만루에서 리그 최강급 타자 두 명을 잇달아 상대해 실점없이 막아낸 것만으로도 세이브 자격이 있었다.

하지만 역시 5아웃 세이브 부담은 컸다. 세인트루이스가 8회말 랜들 그리척의 투런홈런으로 3-0으로 달아나 승기를 굳힌 듯 했지만 9회 선두 벤 조브리스트를 이날 두 번째 몸 맞는 볼로 내보낸 것이 화를 불렀다. 다음 타자의 1루쪽 땅볼 타구를 1루수 맷 카펜터가 깨끗하게 잡지 못하고 더듬는 실책성 플레이로 내야안타를 만들어준 뒤 윌슨 콘트레라스의 동점 3점포가 터져 세이브가 날아가고 말았다.

오승환으로써 잘 던졌지만 불운했다고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확실한 셋업맨이 8회 위기를 막아줬더라면 9회 오승환의 과제는 한결 수월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만큼 그가 큰 신뢰를 받고 있음을 의미하기에 큰 불만이 없다. 더구나 비록 세이브는 놓쳤지만 경기는 이겼으니 블론세이브는 빨리 잊고 다음 등판을 준비하면 된다.

◎김현수(볼티모어)

지난해 시즌 개막전 선수 소개시간 때 홈팬들로부터 야유를 받으며 빅리그 커리어를 출발했던 김현수는 올해는 당당히 개막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그것만으로도 상당히 먼 길을 온 셈이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에 보여준 꾸준한 타격감을 계속 이어가지 못한다면 다시 힘든 상황에 빠지는 것은 금방이다.

김현수의 과제는 꾸준한 타율을 유지하는 것과 함께 장타력을 끌어올리고 왼손투수 상대 성적을 향상시켜 점차 플래툰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제부턴 장타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수비 보다는 타격이 중요시되는 코너 외야수로서 계속 단타만 치고 있을 수는 없다. 지난해 고비 고비에서 때려준 큰 타구들이 그가 팀에서 자리를 잡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홈런은 아니더라도 팀 공격의 물꼬를 터주는 2루타 같은 장타들이 필요해진 시점이 됐다. 그에게 올해는 더 이상 적응기가 아니다.

한편 왼손투수 상대 성적은 지난해의 경우 아예 타격기회 자체가 거의 없었기에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사실 올해 역시 기회를 얻을지 조차 아직 미지수지만 중요한 것은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는 것이다. 벅 쇼월터 감독의 성향으로 볼 때 그에게 많은 기회를 주리라고 예상하기 어렵기에 찾아 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는 것이 필요이다. 오승환과 마찬가지로 올 시즌 종료 후 FA가 되는 김현수에게 올해 성적은 정말로 중요하다.

◎추신수(텍사스)

지난해 온갖 부상으로 아쉬운 시즌을 보냈던 추신수는 올해 재기를 꿈꾸고 있다. 엄청난 규모의 장기계약으로 인해 팀내에서 그의 위치는 확고한 편이지만 7년 계약이 반환점을 도는 이번 시즌에 확실하게 부활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계약 후반은 정말 힘들어질 것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추신수의 경우 올해는 상당수의 경기를 지명타자로 나서게 될 전망이다. 그가 원하는 바는 아니지만 현재로선 받아들이는 것 외엔 별다른 방법이 없다. 이미 산전수전 다 겪은 추신수에게 코칭 스태프라도 특별한 조언이나 지시를 할 일이 없다. 추신수로선 성적으로 말해야 하고 그의 위상으로 미뤄볼 때 충분한 기회를 얻겠지만 그의 상응하는 결과가 나와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가 건강을 유지하면서 팀의 간판타자다운 활약을 보여준다면 텍사스는 올해 특별한 시즌을 맞을 가능성이 있는 팀이다.

◎류현진(LA 다저스)

불확실성 측면에서 순위를 매기면 류현진이 가장 앞에 설 것이다. 시범경기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며 팀의 선발진 진입 목표를 이뤄냈으나 진짜 시작은 이제부터다. 과연 정규시즌에 어떤 류현진을 보게 될지 모두가 숨죽이고 기다리고 있다. 지난 2년간의 공백기를 딛고 진정한 ‘코리언 몬스터’의 부활을 보여줄 수 있을지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올해 다저스는 1988년 이후 29년 만에 다시 월드시리즈 우승을 넘보는 팀이다. 만약 류현진이 2013, 2014년 시절의 모습을 되찾는다면 그것은 다저스라는 호랑이가 또 다른 날개를 다는 것이 될 것이다. 하지만 복귀 첫 해부터 그런 성적을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일 수도 있다. 그것이 충분히 가능한 일일지, 비현실적인 기대일지는 실제로 류현진이 정규시즌 경기에 등판하기 전에는 장담하기 힘들다.

한편 류현진의 첫 등판 경기는 아직 미정으로 남아있다.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왼손과 오른손투수를 번갈아 내보내는 것을 선호해 오른손투수 마에다 겐타를 두 왼손투수 클레이튼 커쇼와 리치 힐 사이에 2선발로 옮겼고 또 다른 오른손투수 브랜든 맥카시를 힐과 류현진 사이에 4선발로 발표했다. 하지만 류현진이 5선발로 나설 경우 시즌 첫 두 경기 일정이 덴버 쿠어스필드 원정과 시카고 리글리필드 원정으로 험난해 맥카시와 류현진의 등판순서를 바꾸는 문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랜 공백에서 돌아오는 류현진이 첫 두 경기부터 최악의 등판조건을 만나는 것을 피하고 싶은 것이다.

결국 첫 등판 일정부터 불확실한 것이 류현진의 현실이다. 그의 과제는 그런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다저스 선발진에 확실하게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는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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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좌)와 황재균.


◎박병호(미네소타)

모두가 그의 개막 엔트리 진입을 확실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 정작 결정권을 쥔 미네소타 수뇌부들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고 그로 인해 개막을 트리플A에서 맞게 된 박병호의 앞날은 상당히 불투명해 보인다. 시범경기에서 팀내 최고의 파워와 타격감을 보인 선수를, 그나마 뚜렷한 포지션 경쟁자도 없는 상황에서 마이너로 보냈다는 것은 그에게 쉽게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금 박병호로선 트리플A에서 칼을 갈며 기회를 기다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과연 미네소타 수뇌부의 생각이 어떤 것인지는 앞으로 조만간 드러나겠지만 박병호가 트리플A에서도 계속해서 ‘무력시위’를 할 경우 수뇌부의 계획을 앞당길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

◎황재균(샌프란시스코)

미네소타 수뇌부가 박병호를 마이너로 내려보낼 구실을 찾았다면 샌프란시스코 수뇌부는 황재균을 붙잡아놓을 이유를 찾았다. 황재균은 트리플A에서 좌익수와 1루수 수업을 받게 될 전망인데 그 결과에 관계없이 메이저리그 팀에 변화가 생기면 바로 콜업을 받게 될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황재균이 스프링캠프에서 워낙 많은 것을 보여줬기에 샌프란시스코 측에서는 그가 빅리그에서도 그런 모습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상당히 궁금해 하고 있다. 황재균으로선 조금도 조급해할 필요없이 차근차근 준비를 하고 있으면 기회는 멀지 않아 그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최지만(뉴욕 양키스)

최지만은 스프링캠프에서 양키스 1루수 그렉 버드의 백업 요원이 될 가능성을 테스트 받았으나 한마디로 테스트에 합격하지 못했다. 스프링 캠프동안 눈에 띄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1루 백업경쟁에서도 완전히 밀려있어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올해 빅리그 복귀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강정호(피츠버그)

피츠버그 구단은 강정호를 완전히 포기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에게 마지막 기회를 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그가 올 시즌에 팀이 의미 있는 전력이 될 여지는 많지 않아 보인다.

강정호로선 최우선 과제가 미국 땅에 발을 디디는 것이다. 미국 땅에 들어가지 못하는 한 피츠버그가 무슨 말을 해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가 빅리그 커리어에 대한 희망을 이어가려면 우선은 미국행 입국비자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경기에 나설 몸 상태를 만들고 실전 감각을 회복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 보다도 중요한 것은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면서 인간적으로 반성하고 성숙해진 면을 보여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순수하게 경기력 측면에서 보면 불확실성 순위에서 류현진이 앞서겠지만 전체적인 선수 커리어를 놓고 보면 강정호가 류현진보다도 훨썬 더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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