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축구 대표팀, 북한 원정 떠난다… 7일 평양서 북한과 '격돌'

베이징 공동취재단 / 입력 : 2017.04.03 09:27
  • 글자크기조절
image
2018 여자아시안컵' 예선전을 위해 베이징을 거쳐 평양으로 출국하는 윤덕여 감독과 선수들이 2일 오전 인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뉴스1)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이 북한 평양에 간다.


윤덕여(56)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은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예선 B조 경기에 나서기 위해 평양으로 향한다.

여자 대표팀은 북한 방문 비자 발급을 위해 2일 중국 베이징에 하루 머문 뒤, 3일 오후 한국시간 4시 20분쯤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대표팀은 4일 김일성경기장에서 공식 훈련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예선전에 돌입한다.

한국 대표팀과 북한, 인도, 홍콩, 우즈베키스탄 등 5개국이 배정된 B조에선 1위 팀만 2018년 4월 요르단에서 열리는 본선 진출 자격을 얻게 된다.


북한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위로 17위인 한국보다 7계단 앞선 B조 최강 전력을 자랑한다. 이번 아시안컵은 2019 프랑스 여자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을 겸하고 있어, 북한과의 순위 싸움에서 밀린다면 월드컵 본선 진출은 물거품이 된다.

평양으로 향하기 하루 전 윤 감독은 공동취재단과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처음 같은 조에 배정됐을 때 당혹스러웠다"며 소감을 밝혔다.

윤 감독은 "북한과 같은 조가 될 확률이 3분의 1이었는데, 우려했던 것이 현실이 되면서 그날 밤은 잠을 잘 못 잤다"며 "그래도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많이 가지라고 주문했고, 선수들도 이제는 해 볼 만하다며 ‘으쌰으쌰’하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윤 감독으로서는 이번이 두 번째 평양 방문이다. 1990년 10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통일축구에서 선수로 활약했다. 현재 북한 여자축구 대표팀 사령탑 김광민(55) 감독과 상대 선수로 맞붙기도 했다. 당시 결과는 1-2 패배.

윤 감독은 "선수 시절 북한과 맞붙어 3승 1패였다"며 "여자대표팀을 맡은 뒤 1무 3패를 남겼지만, 이제는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감독은 또 "7만 명 정도를 수용할 것으로 알려진 김일성경기장이 모두 꽉 찰 것으로 예상한다"며 "하지만 이는 국제대회를 많이 치르지 않은 북한에도 큰 부담이 될 것이고, 북한 축구에 많이 적응했기에 주눅 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예선은 남북 축구 대결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게 윤 감독의 생각이다. 윤 감독은 "우리 대표팀이 2차례 월드컵에 출전하면서 국내 팬들의 관심이 커졌다"며 "탈락할 경우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해 공백이 길어지기에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내야 하고, 어린 선수들을 위해 무대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덕여 감독은 북한과의 맞대결에서 상대의 단순하지만 투박한 축구를 저지해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이번 아시안컵 예선에선 각조 1위 팀만 아시안컵 본선행 티켓을 획득한다. 윤덕여호는 오는 7일 열리는 북한전이 조 1위 싸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세계 정상급 경기력에 근접해 있는 북한 여자축구는 객관적인 전력에선 한국에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12년 12월 여자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윤덕여 감독은 지난 2013년부터 매년 북한과 맞대결을 펼쳐왔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4강전과 2018 리우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등 중요한 고비에서 북한과 마주쳤다. 윤덕여 감독은 여자대표팀을 지휘하며 북한에 3연패를 당한 이후 지난해 2월 열린 리우올림픽 최종예선에선 북한과 1-1 무승부를 기록해 북한전에 대한 자신감을 높였다.

그동안 여자대표팀은 북한과의 맞대결에서 경기 종반 체력 저하를 드러내며 고전을 펼치는 패턴을 반복했지만 윤덕여 감독은 같은 문제점을 노출하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윤덕여 감독은 "선수들도 체력문제를 잘 알고 있다. 지난 열흘 동안 훈련하면서 체력 보강을 했고 중요한 것은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북한은 한국을 상대로 체력적인 우위를 바탕으로 후방에서 전방으로 길게 볼을 연결해 공격진이 해결하는 전술을 반복해서 사용해 왔다. 북한 대표팀은 한국을 상대로 맹활약을 펼쳤던 라은심이 대표팀에서 은퇴했지만 한국을 상대로 골감각을 발휘했던 허은별은 건재하다.

윤덕여 감독은 "북한은 롱볼을 활용하는 간단한 축구를 한다. 체력을 바탕으로 단순하면서도 효율적인 축구를 한다. 공수전환이 빠른 것이 강점"이라면서도 "북한 공격진에 연결되는 롱볼에 이은 세컨볼을 장악하면 상대 패턴을 저지할 수 있다"며 의욕을 보였다.

북한은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여자월드컵과 FIFA U-20 여자월드컵에서 잇달아 우승을 차지하며 여자축구 강호 다운 면모를 드러냈다. FIFA U-20 여자월드컵 일부 멤버가 성인대표팀에 합류해 세대교체도 서서히 진행중이다. 반면 윤덕여 감독은 북한의 기존선수들과 신예들의 호흡이 완벽하지 않고 중앙에 비해 기량이 떨어지는 북한의 측면 자원 공략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여자대표팀은 북한과의 역대전적에서 1승2무14패의 절대적인 열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번 북한전은 평양원정경기로 치르는 어려움까지 극복해야 한다. 남북전이 열릴 김일성 경기장은 5만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인 가운데 경기 당일 북한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이 예상된다.

윤덕여호는 지난달 목포 전지훈련에서 북한의 열성적인 응원에 대비한 소음훈련을 진행하며 북한전을 세밀하게 준비했다. 또한 윤덕여 감독은 김일성경기장 그라운드가 인조잔디인 것에 대해 "WK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우리 선수들은 인조잔디에서의 경험이 많다. 우리가 출전했던 지난 여자월드컵 경기도 인조잔디에서 열렸다"며 "북한전이 수중전이 될 가능성도 있는데 인조잔디에 비가 오면 볼이 바운드 된 후 가속된다. 그런 점은 롱볼을 구사하는 북한보다는 우리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뜻을 나타냈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