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원정 앞둔' 윤덕여 감독 "북한과 격돌 운명 같아, 우리 선수들 믿는다" (일문일답)

베이징 공동취재단 / 입력 : 2017.04.0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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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여자아시안컵' 예선전을 앞둔 윤덕여 감독이 2일 오후 중국 베이징 호텔에서 취재진과 티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베이징 사진공동취재단(뉴스1)





윤덕여(56)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이 평양으로 떠났다.


윤덕여(56)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은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예선 B조 경기에 나서기 위해 평양으로 향한다.

여자 대표팀은 북한 방문 비자 발급을 위해 2일 중국 베이징에 하루 머문 뒤, 3일 오후 한국시간 4시 20분쯤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대표팀은 4일 김일성경기장에서 공식 훈련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예선전에 돌입한다.

한국 대표팀과 북한, 인도, 홍콩, 우즈베키스탄 등 5개국이 배정된 B조에선 1위 팀만 2018년 4월 요르단에서 열리는 본선 진출 자격을 얻게 된다.


북한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위로 17위인 한국보다 7계단 앞선 B조 최강 전력을 자랑한다. 이번 아시안컵은 2019 프랑스 여자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을 겸하고 있어, 북한과의 순위 싸움에서 밀린다면 월드컵 본선 진출은 물거품이 된다.

다음은 윤덕여 감독과의 일문일답.

- 북한에서 경기를 할 당시 기억은?

▶ 당시 공항에 도착하니 인산인해였다. 생각지도 못한 인파가 몰려 공항이 꽉 찼다. 공항에서 나와 고려호텔에 갔고, 차에서 내리니 목말을 태워 환영하고 그랬다. 환영해주는 것도 좋고, 색다른 경험이었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무섭기도 했다.

호텔까지 가는 길에 술(꽃 같은 것)을 들고 거리에 사람들이 나와 흔드는 모습이 신기했다. 당시는 약간 (남북관계가) 화해 분위기였다. 지금은 조금 다를 수 있다. 친선경기가 아니라 월드컵에 가느냐 못 가느냐의 문제가 걸려 있어 전과 다를 것으로 보인다.

당시 베이징에서 방북 교육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시안게임 끝나고 바로 북한으로 갔다. 조선민항 전세기를 탔었던 것 같은데 한국 선수단만 타고 갔다. 남자는 경기를 치렀고, 여자 대표팀은 경기 없이 합동 훈련으로 대체했다. 여자축구 격차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김광민 감독은 굉장히 빠른 선수였다. 오버래핑에 뛰어난 선수였다. 그때 '평양에 다시 오겠다'는 생각은 못했다. 중국처럼 쉽게 다닐 수 있는 곳이 아니니까. 그 전에도 북한과는 월드컵 예선전도 했고, 다이너스티컵(지금의 동아시안컵, 한국 중국 일본 북한 4개국)에서도 했다.

그때보다 지금이 (남북 선수들이) 교류하기 더 힘든 것 같다. 선수들끼리 이야기도 많이 했는데, 지금은 좀 어려운 느낌이다. 지난해 말레이시아에서 세미나 참가해 (김광민 감독을) 잠깐 만나 커피 마실 시간이 있었는데, 서로 자라난 배경과 환경이 다르고 사상이 다르기 때문에 결국 대화가 잘 연결이 안 되는 느낌이었다.

- 북한이랑 같은 조 됐을 때 느낌

▶ 당시 북한과 한 조에 속할 확률이 3분의1이었다. 그렇게 될 거라는 생각은 못했다. 피파 랭킹 중 아시아권에선 한국과 북한이 톱 랭킹이니 같은 조에 걸릴까 하는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우려했던 게 현실이 됐고, 당혹스러움이 좀 있었다. 지소연이 그때 한국에 있었는데, 같이 식사하는 자리에서 "북한하고도 붙을 수 있다"고 지나가는 식으로 얘기했다.

33.33% 확률. 지소연도 설마 했을 것이다. 선수들도 처음 당황스러워했지만, 이제는 해볼 만 하다는 반응이다. 키프로스컵에 나가면서 자신감을 갖자고 이야기 했다. 매년 북한과 경기 치렀는데 내용이 점차 좋아졌다.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가지라고 주문했고, 선수들도 '으쌰으쌰'하는 분위기다.

- 경기 현장 예상

▶ 아마 7만 명 수준 경기장이 꽉 찰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에게도 굉장한 부담이 될 것이다. 북한도 자국에서 국제대회를 개최하는 일이 흔치 않기 때문에 관중은 아마 꽉 찰 것이다. 우리 쪽 경기 위원장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총회에서 북측 관계자와 이야기 했는데, 아마 경기장이 꽉 찰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분명한 건 북한 선수들에겐 동기부여가 잘 될 거라는 점이다. 우승을 하면 아마 국제대회에서 주는 칭호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민 체육인, 공훈 체육인 이런식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나올 수도 있다.

북한 축구 장점은

▶ 북한 축구의 장점은 체력이다. 북한과 붙어보면 처음엔 우세하다가 후반에 체력적으로 밀리는 느낌이다. (한국은 체력 보강 등 준비 했는지?) 선수들도 (체력 문제를) 잘 알고 있고. 끝날 때쯤 지거나 비긴다는 걸 알고 있어. 우리 선수들도 그런 것(체력 문제)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 선수들도 여러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고, 지난 열흘 동안 훈련하면서 체력 보강을 했지만, 중요한 것은 막판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본다. 그런 면에서 선수들이 지혜롭게 하다보면 밀어붙일 수도 있고, 못하면 당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경험 많은 선수들이 잘 해줘야. 세대교체를 멈추고 경험 많은 선수들을 다시 불러들인 것도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조소연 선수가 대표적. 주장이기도 하고, 지소연 선수에게도 그런 점 기대해 볼 만 하다. 베테랑 선수들이 꼭 필요하다. 그만큼 중요하고 급한 상황이다.

북한전에서 화끈하게 이겨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좋지 않겠나?

▶ 여자 축구를 보면 지난 2003년에도 월드컵 다녀왔고, 2015년에도 월드컵 출전했는데, 큰 대회를 치르고 나면 국내 팬들의 관심이 커지고 선수들 이름도 많이 알게 됐다. 이번 대회는 2019 여자월드컵까지 연결되니 중요하다. 탈락하면 우리 선수도 월드컵 같은 큰대회에 출전할 기회가 없어지는 것이니 공백이 굉장히 클 것이다. 어린 선수들이 축구를 잘 해 갈 수 있는 배경을 만들어주는 역할도 할 것 같다.

선수들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예전과 달리 이제 여자축구에 팬들의 관심이 커졌고 인터넷에 댓글도 달린다. 우리 선수들도 다 볼 것인데,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질책과 격려에 관심을 느끼게 될 것이다. 팬들의 성원이 있어야 같이 발전할 수 있으니 이번 대회가 중요하다.

- 북한전 앞둔 부담감?

▶ 북한 경기를 계속 봤다. 지난 1월 20일 토요일 조추첨한 이후 생중계로 못 보고 나중에 카톡으로 알았다. 그날 밤 잠들기 힘들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때부터 북한하고 경기했던 것을 영상으로 계속 봤다. 그거 보면서 다시 고쳐야 할 것을 생각하고 훈련해 고쳐갔다. 그러면서 키프로스컵을 준비했다. 북한하고 경기를 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키프로스컵에서 북한 경기도 주의 깊게 봤다. 북한이 키프로스컵에서 A조 1위 가능성이 있어, 결승에서 (한국과 북한이) 맞붙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했다

한국과 북한이 스위스와 모두 붙었기 때문에 가상 대결을 한 셈이다. 북한의 측면이 허점이 보이는 것 같다. 북한도 차후에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이고 세대교체를 하는 과정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은 아마 425팀이 1년 내내 대표팀처럼 훈련하는 팀이다. 지금 어린선수들이라 허점이 보이기도 하지만 곧 세계 대회 나가서 경쟁력을 갖출 것. 특히 체력적인 점은 대단하다. 키프로스컵에서 훈련하는 것도 봤는데, 체력이 대단하다.

- 북한 축구 스타일?

▶ 북한은 간단하게 축구한다. 으란바 뻥 축구다. 하지만 체력을 바탕으로 한 단순하면서도 가장 효율적인 축구를 구사한다. 북한은 공수 전환이 굉장히 빠른 것이 강점이다. 중앙지역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세컨볼을 잘 잡으면 좋을 것이라고 본다. 이제는 매년 해오면서 적응을 많이 했다. 이제 막연하게 북한이라고 해서 주눅이 들거나 하진 않는다.

- 이번에 무엇으로 승부할 건가

▶ 우리 대표팀의 강점은 미드필드다. 좋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 있다. 지소연이나 이민아. 측면에서 강유미 윤미라 정가을. 기술적으로 좋다. 사실 북한이 더 급할 것이기 때문에, 좋은 능력을 갖고 있는 우리 선수들이 볼을 잘 소유하고 연결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그런 능력은 우리가 북한보다 좋다.

- 여자축구의 매력

▶ 남자 축구는 선이 굵은 면이 있다. 여자 축구선수들은 경기 외적으로도 순박한 면이 많아. 선수들보다 나이 많은 딸이 있는데, 우리 선수들 보면 정말 순박한 면이 있어 좋다. 때 묻지 않고 밝은 면이 있는데, 그런 모습이 경기장에서 나타났으면 좋겠다.

여자 축구는 조금 더 아기자기한 면이 있고,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기쁘다. 2013년에 부임.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자평한다. 어느 팀하고 해도 경쟁력을 갖췄다고 본다. WK리그 관중 100명도 안 되는 데서 고생하고 있어 안타깝고, 그런 측면에서도 이번에 더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 월드컵도 갔다 왔지만, 이번 대회는 어떻게 보면 그것보다 더 큰 역사적 의미가 있다. 적지에서 그런 결과를 만들면 역사적인 것.

북한과 매년 만났는데

▶ 운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선수 때는 네 번 붙었다. 북한에서 할 때는 졌다. 3승 1패. 여자대표팀 부임하고 나서는 부임하시고 나서 2013년 2-1, 2014 2-1, 2015년 2-0, 작년 오사카에서 1-1로 1무 3패다. 이제 때가 됐다. "이제 이길 때가 됐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후반 체력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 후반 교체 카드나 여러가지 고민하고 있다. 전술적인 변화도 생각하고 있고. 우리 선수들과 같이 많이 해봤기 때문에 선수들의 체력적인 면 익히 알고 있다. 어쨌든 체력 안배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일단 할 수 있는 만큼 뛰는 것이 중요하다.

- 북한 요주의 선수는

▶ 허은별이다. 대표적인 공격수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골 감각이 좋다. 득점력과 기술을 갖춰 제일 조심해야할 선수다. 북한은 특별한 전술 변화가 없는 팀이기 때문에, 체력으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롱볼을 찬 뒤 공격수들이 뛰어가 득점하는 스타일이다. 우리 선수들도 그래서 훈련할 때 자기가 마크해야 하는 선수들의 사진을 붙여놓거나 그 영상을 따로 편집해 계속해서 보고 있다. 아마 개인적으로 잘 분석하고 있을 것이다.

- 경기장 응원전은 어떻게 대비

▶ 목포에서 소음 훈련 했다. 북한 응원단 소리를 녹음해서 크게 틀어놓고 훈련했다. 북한 국가나 뭐 그런 것들이었다. 이제 선수들도 상당히 익숙해졌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열리는 곳이 인조 잔디인데, 우리 팀도 인조잔디는 익숙해서

- 북한 외 다른 경기

▶ 인도와 첫 경기를 하고, 우즈베키스탄은 한 번도 붙어본 적 없는 상대다. 그래도 우즈베키스탄과 맞붙기 전에 경기를 몇 차례 볼 수 있으니 괜찮을 것이다. 객관적 전력은 우리가 높다.

북한은 우리와 마지막으로 경기를 치르고 우리는 경기가 남게 된다. 북한은 최종적으로 먼저 경기를 모두 마친다. 비기게 될 경우 다득점 경쟁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고 있다. 확실히 이기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이지만, 무승부 작전도 생각해볼 수 있다. 골득실이 중요할 수도 있다. 북한도 같은 생각을 할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골을 넣으려고 할 것이다.

- 북한과의 상대 가장 중요한 건

▶ 초반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수비수들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초반에 안정적으로 경기 운영을 잘해서 넘기게 되면 좋을 것이다. 선수들을 믿는다. 특히 이번에 상대 팀의 경기를 봤을 때, 오사카에서 왔던 골키퍼가 엔트리에 들어올지 모르니. 약점이 좀 보여. 경기 당일 비가 오면 볼이 빨라질 수도 있으니 대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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