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TV]제목만 '살림남'이면 뭘하나..살림은 여자몫인데

조연을 인턴기자 / 입력 : 2017.03.30 07:00 / 조회 :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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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2TV '살림하는 남자들' 방송화면 캡처


KBS 2TV '살림하는 남자들'은 우리 사회의 고정된 성 역할에 문제를 제기하며 출발했다. '남자들의 살림이란 특별한 것이 아닌, 일상을 함께 하는 것'이 기획의도인 '살림하는 남자들'은 현재 시즌2 방영 중이다.

신선한 기획의도와 달리 프로그램은 남자의 살림을 전혀 당연한 것으로 보여주지 않았다. 오히려 성적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전개됐다.

지난 29일 방송된 KBS 2TV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이하 '살림남2')'에서 일라이 부부는 늦은 결혼식을 준비하러 단둘이 웨딩드레스 숍에 갔다. 아이는 누가 봤을까. 일라이 아내 지연수의 어머니가 보고 있었다. 정원관 부부의 데이트도 정원관 아내 김근혜의 어머니가 아이를 봐줬기에 가능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살림남2'에서 살림은 모두 여자의 몫이다. 이번 화에서는 일라이의 어머니가 일라이의 집에 방문한 에피소드가 방영됐다. 계속해서 부엌에 있는 건 일라이의 어머니와 아내 지연수였다. "도와줄까"라는 일라이의 질문에 일라이의 어머니는 아이를 보는 게 도와주는 거라며 그를 만류했다.

물론 미국에 사는 시어머니의 방문에 며느리가 식사를 대접하는 게 잘못된 건 아니다. 하지만 '살림남2'이라는 타이틀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장면이었다.

게다가 이를 본 홍혜걸이 부인 여에스더에게 "연수 씨는 얼굴도 예뻐 몸매도 날씬해 마음도 착해 요리까지 잘하시는데 당신은 뭐예요"라고 말하는 내레이션까지 방송됐다. 전통적 성역할을 직간접적으로 당연시하는 발언이다.

백일섭은 여자인 배우 김형자가 등장하자마자 그에게 살림을 떠맡겼다. 심지어 김형자는 백일섭이 집으로 초대한 손님이었다. 갈비찜을 만들던 백일섭은 김형자에게 레시피가 적힌 종이를 주며 자신은 앉아서 쉬었다. 김형자는 "손님을 부른 거요, 일하는 아줌마를 부른 거요"라며 소리쳤다.

'살림남2'의 기획의도는 공허했다. 그저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연예인 부부와 졸혼이라는 특이한 선택을 한 남자 배우의 사생활을 보여주기 바빴다. 사회에 유의미한 메시지를 제시할 것이라는 기대는 방송과 함께 실망으로 변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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