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완 "'미생'으로 출발해 지금은? 여전히 계약직"(인터뷰)

영화 '원라인'의 임시완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7.03.28 06:56
  • 글자크기조절
image
'원라인'의 임시완 / 사진제공=NEW


임시완(29)은 한 눈에도 반듯하고 싹싹했다. 호감을 부르는 모범생 이미지는 그의 작품들을 관통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라마 데뷔작 '해를 품은 달'(2010)에선 공주가 한 눈에 반한 훈남 선비로 제국의 아이들 멤버가 아닌 배우 임시완의 존재를 알렸다. 이 시대 직장인들을 어루만졌던 드라마 '미생'(2014)에서는 노력하고 싶어도 노력할 곳이 없던 비정규직 신입사원 장그래로 이 시대 청춘들을 대변했다. 첫 영화 '변호인'(2013)에선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대학생이 돼 감옥에 갇혔다. 변호사 송강호가 '사람이 그래선 안 된다'며 생을 바꾸게 한 바로 도화선이 됐다.

모범생 이미지가 슬슬 너무 반복된다 싶었을 무렵, 그는 영민하게도 자신의 이미지를 절묘하게 뒤트는 신작을 내놨다. 29일 개봉하는 '원라인'(감독 양경모)이다. 그의 역할은? 멀쩡한 얼굴, 신뢰감 가는 화술, 모범적인 이미지로 사람들을 홀리는 사기꾼이다. 전략도 절묘하다. 돈이 궁해 사기대출에 손을 댄 대학생으로 시작해 대출사기계의 샛별이자 거물로 성장해가며 익숙한 '미생'의 장그래의 이미지를 뒤집어버린다. 능청스러워 얄밉기까지 하다. 하지만 임시완은 의도적인 이미지 변신은 아니었다고 손을 내저었다.


"사실 이미지 변신을 꾀한 건 감독님이세요. 저는 '좋은 것 같아요' 그랬다. 저는 이미지를 바꿔야지, 바꾸지 말아야지 이런 생각을 안 했어요. 별 생각이 없었어요.(웃음) 그런 데 대해서 갇혀있고 싶지 않았다. 불필요한 생각이라 연기를 할 때 있어서 스스로 저에 대한 벽을 만드는 것 같아서 의도적으로 하지 않았어요."

image
'원라인'의 임시완 / 사진제공=NEW


하지만 이미지는 확실히 변한 듯하다. "진구 형을 존경합니다. 진짜입니다"라고 거듭해 말하는데도 어딘지 장난기가 느껴졌을 정도. 넉살도 늘었다. 몇 날 며칠 돈을 아껴 사치스럽게 커피전문점 커피를 사먹는다는 청년들을 다룬 기사를 읽고 안타까웠다는 그는 '대선후보 같다'는 평이 나오자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커피 한 잔 정도는 어렵게 않게 사먹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고 응수했다. 함께 한 선배들이 임시완 칭찬만 한다고 했더니 "김영란 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로비를 많이 했다"며 "항상 술자리 술친구를 자처하고 같이 술을 마셨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인터넷 생방송에서 선보였던 이른바 '소맥'(소주+맥주) 제조는 평소 해본 적이 없는데도 "손에 착착 감겨 스스로 놀랐다"는 설명. 임시완은 자기 안의 새로운 뭔가를 발견한 걸까.


"제가 작품을 몇 개 하면서 느낀 건, 어떤 면이 제게 '있다 없다'가 아니라 '많이 있다 조금 있다'의 차이인 것 같다는 거예요. 누구나 모든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그 중에서 어떤 모습이 강화됐느냐에 따라 사람의 캐릭터가 정해진다고 봐요. 이 캐릭터의 성격에 특화된 사람이냐 덜 특화됐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전 능글맞음에 특화된 사람은 아니에요. 하지만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추려고, 제가 가진 그 조그마한 성격을 최대한 끌어내려고 했어요. 작품을 하면서 평상시보다 더 밝게 지내려고 했고요."

image
'원라인'의 임시완 / 사진제공=NEW


임시완이 이미지 변신보다 내심 더 만족스러워하는 건 연기하는 방법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평소 완벽주의자 성향이 있는 임시완은 캐릭터의 모든 걸 미리 빈틈없이 준비하려고 애쓰면서 연기에 임했다 한다. 그런 집착이 얼마나 스트레스였는지 '미생' 시절만 해도 연기라는 게 즐거운 작업만이 아니었다. "결과를 보고 사람들이 '잘 했네' 했을 때 희열을 느꼈지, 과정 자체가 즐겁지만은 않았다.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다"는 게 그의 고백이다. 임시완은 "내가 이렇게 연기하다가는 오래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 스타일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이번엔 현장에 동료에 많은 것을 기댔다. 임시완은 "원래 스타일을 바꿔가며 시행착오를 겪다 보니 호흡을 맞춰주시는 분들이 답답함을 느끼셨을 텐데도 드러내지 않고 '좋다 좋다' '잘했다 잘했다' 칭찬해 주셨다"며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끌어낸 게 있는 것 같다"고 웃음지었다.

현재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 촬영을 병행하고 있는 임시완은 곧 군입대를 앞뒀다. 숙제를 혼자 하지 않은 듯한 심정으로 더이상 지내기 싫어 자연스럽게 입대를 기다리고 있다. 첫 영화 '변호인'과 비교하면 첫 주연작이었던 '오빠생각'이 다소 흥행에서 부진했던 게 사실. 임시완으로선 신작 '원라인'에 대한 기대와 부담이 더 클 법도 하다. 하지만 그는 "1000만을 이미 경험했다. 성패는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천재지변이 없는 한 전작 '변호인'을 뛰어넘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이미 했다. '오빠생각'이 다소 부진했다고 해서 슬럼프를 겪거나 하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미생'에서 출발해는 어디쯤 왔을까…. 이젠 정규직이 됐나 했는데 여전히 계약직이네요"라고 웃었다.

"많은 분들이 '변호인'을 보셨기 때문에 그 숫자에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연기해야되겠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그 목표에는 번번이 닿지 못하고 실패해요. 아직 만족하지 못했다. 아마 만족하려면 오래 걸릴 것 같아요."
기자 프로필
김현록 | roky@mtstarnews.com 트위터

스타뉴스 영화대중문화 유닛 김현록 팀장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