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 "여자가 좋아하는 여자가 되고 싶어요"(인터뷰)

문완식 기자 / 입력 : 2017.03.28 08:12 / 조회 : 3084
  • 글자크기조절
image
루시 /사진제공=KQ프로듀스


루시(LUCY)는 샛별 같다.

눌러쓴 모자 밑에선 눈이 반짝였고, 작은 입에선 동화 같은 얘기들이 흘러나왔다. 긴장 속에 설렘이 엿보였고, 뿌듯함 속에 걱정도 느껴졌다.

루시는 신예 가수다. 지난 22일 데뷔 싱글 '비-데이'(B-Day)를 발표했다. 루시가 작사, 작곡을 맡았고 래퍼 키썸이 피처링 참여했다. '신예'라고는 했지만 루시는 여느 신인 가수들과는 좀 다른 행보를 보인다.

싱글의 인트로인 '파라다이스'(Paradise) 티저를 소품까지 준비해 직접 연출하는가 하면 데뷔에 앞서 이례적으로 각종 패션 매거진 화보로 남다른 매력을 뽐내기도 했다. 이에 앞서서는 또 같은 소속사 이든의 데뷔곡 '그 땔 살아' 공동작사로 참여하고, 베이빌론의 '처음 본 여자는 다 예뻐' 뮤직비디오 여주인공으로 출연해 패셔니스타다운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다재다능'이라는 단어로만 설명하기 힘들 정도.

image
루시 /사진제공=KQ프로듀스


궁금했다. 루시가 대체 누구인지. 27일 루시를 만났다.

"제가 만든 노래가 세상에 나오는 걸 처음으로 겪어봤어요. 생각 외로 뿌듯하던데요. 나는 누구인지, 내가 해야 할 음악이 무엇인지 좀 더 신중하게 됐어요. 혼자인 게 좀 무섭기도 하지만, 어차피 할 거라면 즐겨야죠."

루시는 지난 2015년 지금 소속사(KQ프로듀스)에 들어왔다. 들어오고 나서 곡 작업에 열중했다. 그런데 알앤비와 힙합으로 승부 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듯했다. 그래서 딥하우스 쪽으로 집중했다. UK베이스 사운드에 알앤비적 요소를 가미한 '비-데이'는 그렇게 해서 나온 곡이다. 루시의 목소리는 발랄하고, 키썸의 랩은 묵직하다.

"즐겁긴 하지만 공허한 느낌을 곡에 담고 싶었어요. 많은 분들의 생일에 이 노래가 나왔으면 하는 마음에 곡 후반부는 반복되게 했어요(웃음). 나중에 공연할 때 재밌을 것 같아요."

루시는 "여자 솔로 가수로서 독특한 걸 노리고 싶었다"고 했다. 가령 '비-데이'에는 노래 중 루시가 까르르 웃는 부분이 있다.

"너무 직설적이면 무섭잖아요. 사회가 꼭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란 얘기를 하고 싶은데 무겁게만 계속 갈 수 없어서 순화용 장치 같은 게 필요했어요. 그게 웃음이었죠."

image
루시 /사진제공=KQ프로듀스


촛불을 후 하고 불 때 나를 위해 All night

하나 둘 많아지는 초와 사람들을 봐

Tell me have a nice day

Tell me have a nice day

Birthday처럼 오늘도 행복할 수 있게

유치원을 들어갈 때 내 꿈은 엄마의 꿈

지금 내가 하는 일 아무도 못 말리는군

꽃길만 걸을 거 같았던 초등학교 운동장

모래 위는 거칠고 손은 지저분 해지고

여긴 어떤 곳일지 무서워

빨주노초파남보 이는 건물 속

그대는 어떤가요

내가 사는 이곳 Paradise 하얀색을 섞어

파스텔처럼 예쁜 색

과연 그럴까


image
루시 /사진제공=KQ프로듀스


가사는 루시가 가장 좋아하는 책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영감을 받았다.

"전 가사의 영감을 책에서 받아요. 제가 사람들하고 막 어울리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간접경험의 도구로써 책을 많이 보는 편이에요. 특히 동화를 많이 보죠. '앨리스'를 보면서 도대체 저자가 누구일까. 왜 이런 글을 썼을까 너무 궁금했어요. 루이스 캐럴(Lewis Carrol)이라는 저자는 수학자였고, 집안 상황도 별로 안 좋았고, 정신병자였다는 걸 알았죠. 이런 사람이 이런 글을 썼다는 데 흥미로웠어요. '앨리스'는 계속 읽어요. DVD도 집에 있어서 계속 보죠. 자기 전에도 보고 읽고 또 읽고 있어요. 볼 때마다 느낌이 달라요. 무서울 때도 있고요."

"상상력이 풍부할 것 같다"는 얘기에 루시는 "생각이 많은 것 같다"며 "아무리 피곤해도 생각이 많아 잠이 잘 안온다"며 웃었다.

앞서 루시의 '다재다능'에 대해 얘기했지만, 빼놓은 게 있다. 루시는 춤도 출 줄 안다. 그냥 흉내 내는 수준이 아니라 댄서 수준의 춤을 구사한다. '걸크러시'랄까.

"전 여자들이 좋아하는 여자가 되고 싶어요. 실제 성격은 정말 털털해요. 예쁜 척하고 센 척하고 스타일리시 한 척하면 티가 나잖아요. 있는 그대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싱어송라이터에 댄스, 그리고 털털한 패셔니스타. 언뜻 이효리가 떠오른다고 하자 루시는 배시시 웃었다.

"여자 솔로 가수는 한계가 있다고들 하는데 전 그 한계라는 말이 없어지게 하고 싶어요.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고 싶고, 제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어 루시라는 이름을 계속 알리고 싶어요. 그렇게 여자 솔로 가수로서 자부심을 갖고 싶습니다."

'루시'는 떠나간 소녀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비틀스(The Beatles)의 곡 '다이아몬드를 지닌 하늘의 루시'(Lucy In The Sky With Diamond)에서 이름을 따온 백색왜성에서 가져왔다. 계속해 빛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 루시의 염원이 묻어난 이름이다.

루시와의 인터뷰는 1시간이 넘게 진행됐다. 하지만 채 5분의 1도 이 인터뷰 기사에 담기지 않았다. 그녀의 혜성 같은 이야기는 계속된다. To be continued…

기자 프로필
문완식 | munwansik@mt.co.kr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연예국장 문완식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