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 /사진제공=KQ프로듀스 |
루시(LUCY)는 샛별 같다.
눌러쓴 모자 밑에선 눈이 반짝였고, 작은 입에선 동화 같은 얘기들이 흘러나왔다. 긴장 속에 설렘이 엿보였고, 뿌듯함 속에 걱정도 느껴졌다.
루시는 신예 가수다. 지난 22일 데뷔 싱글 '비-데이'(B-Day)를 발표했다. 루시가 작사, 작곡을 맡았고 래퍼 키썸이 피처링 참여했다. '신예'라고는 했지만 루시는 여느 신인 가수들과는 좀 다른 행보를 보인다.
싱글의 인트로인 '파라다이스'(Paradise) 티저를 소품까지 준비해 직접 연출하는가 하면 데뷔에 앞서 이례적으로 각종 패션 매거진 화보로 남다른 매력을 뽐내기도 했다. 이에 앞서서는 또 같은 소속사 이든의 데뷔곡 '그 땔 살아' 공동작사로 참여하고, 베이빌론의 '처음 본 여자는 다 예뻐' 뮤직비디오 여주인공으로 출연해 패셔니스타다운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다재다능'이라는 단어로만 설명하기 힘들 정도.
루시 /사진제공=KQ프로듀스 |
궁금했다. 루시가 대체 누구인지. 27일 루시를 만났다.
"제가 만든 노래가 세상에 나오는 걸 처음으로 겪어봤어요. 생각 외로 뿌듯하던데요. 나는 누구인지, 내가 해야 할 음악이 무엇인지 좀 더 신중하게 됐어요. 혼자인 게 좀 무섭기도 하지만, 어차피 할 거라면 즐겨야죠."
루시는 지난 2015년 지금 소속사(KQ프로듀스)에 들어왔다. 들어오고 나서 곡 작업에 열중했다. 그런데 알앤비와 힙합으로 승부 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듯했다. 그래서 딥하우스 쪽으로 집중했다. UK베이스 사운드에 알앤비적 요소를 가미한 '비-데이'는 그렇게 해서 나온 곡이다. 루시의 목소리는 발랄하고, 키썸의 랩은 묵직하다.
"즐겁긴 하지만 공허한 느낌을 곡에 담고 싶었어요. 많은 분들의 생일에 이 노래가 나왔으면 하는 마음에 곡 후반부는 반복되게 했어요(웃음). 나중에 공연할 때 재밌을 것 같아요."
루시는 "여자 솔로 가수로서 독특한 걸 노리고 싶었다"고 했다. 가령 '비-데이'에는 노래 중 루시가 까르르 웃는 부분이 있다.
"너무 직설적이면 무섭잖아요. 사회가 꼭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란 얘기를 하고 싶은데 무겁게만 계속 갈 수 없어서 순화용 장치 같은 게 필요했어요. 그게 웃음이었죠."
루시 /사진제공=KQ프로듀스 |
촛불을 후 하고 불 때 나를 위해 All night
하나 둘 많아지는 초와 사람들을 봐
Tell me have a nice day
Tell me have a nice day
Birthday처럼 오늘도 행복할 수 있게
유치원을 들어갈 때 내 꿈은 엄마의 꿈
지금 내가 하는 일 아무도 못 말리는군
꽃길만 걸을 거 같았던 초등학교 운동장
모래 위는 거칠고 손은 지저분 해지고
여긴 어떤 곳일지 무서워
빨주노초파남보 이는 건물 속
그대는 어떤가요
내가 사는 이곳 Paradise 하얀색을 섞어
파스텔처럼 예쁜 색
과연 그럴까
루시 /사진제공=KQ프로듀스 |
가사는 루시가 가장 좋아하는 책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영감을 받았다.
"전 가사의 영감을 책에서 받아요. 제가 사람들하고 막 어울리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간접경험의 도구로써 책을 많이 보는 편이에요. 특히 동화를 많이 보죠. '앨리스'를 보면서 도대체 저자가 누구일까. 왜 이런 글을 썼을까 너무 궁금했어요. 루이스 캐럴(Lewis Carrol)이라는 저자는 수학자였고, 집안 상황도 별로 안 좋았고, 정신병자였다는 걸 알았죠. 이런 사람이 이런 글을 썼다는 데 흥미로웠어요. '앨리스'는 계속 읽어요. DVD도 집에 있어서 계속 보죠. 자기 전에도 보고 읽고 또 읽고 있어요. 볼 때마다 느낌이 달라요. 무서울 때도 있고요."
"상상력이 풍부할 것 같다"는 얘기에 루시는 "생각이 많은 것 같다"며 "아무리 피곤해도 생각이 많아 잠이 잘 안온다"며 웃었다.
앞서 루시의 '다재다능'에 대해 얘기했지만, 빼놓은 게 있다. 루시는 춤도 출 줄 안다. 그냥 흉내 내는 수준이 아니라 댄서 수준의 춤을 구사한다. '걸크러시'랄까.
"전 여자들이 좋아하는 여자가 되고 싶어요. 실제 성격은 정말 털털해요. 예쁜 척하고 센 척하고 스타일리시 한 척하면 티가 나잖아요. 있는 그대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싱어송라이터에 댄스, 그리고 털털한 패셔니스타. 언뜻 이효리가 떠오른다고 하자 루시는 배시시 웃었다.
"여자 솔로 가수는 한계가 있다고들 하는데 전 그 한계라는 말이 없어지게 하고 싶어요.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고 싶고, 제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어 루시라는 이름을 계속 알리고 싶어요. 그렇게 여자 솔로 가수로서 자부심을 갖고 싶습니다."
'루시'는 떠나간 소녀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비틀스(The Beatles)의 곡 '다이아몬드를 지닌 하늘의 루시'(Lucy In The Sky With Diamond)에서 이름을 따온 백색왜성에서 가져왔다. 계속해 빛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 루시의 염원이 묻어난 이름이다.
루시와의 인터뷰는 1시간이 넘게 진행됐다. 하지만 채 5분의 1도 이 인터뷰 기사에 담기지 않았다. 그녀의 혜성 같은 이야기는 계속된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