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샤 쇼크' 약 될까… 28일 시리아전 '대승'이 필요한 이유

창샤(중국)=김우종 기자 / 입력 : 2017.03.2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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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전이 열리기 전, 애국가가 연주되고 있다.





한중전이 끝난 다음날. 허룽 스타디움은 참 조용했다. 그 많던 공안들은 다 사라지고, 시민들은 일상으로 돌아갔다.


중국 승리 후 하루가 지났지만, 여전히 중국 방송은 '한중전' 승리 소식을 전하고 있다. 중국 언론은 "국가대표 선수들한테 감사하다. 승리한다는 느낌이 이렇게나 좋구나"라며 대표팀을 향해 찬사를 보내고 있다. 중국 대표팀 리피 감독은 영웅이 됐다. 중국 방송 'CGTN'에 나온 한 중국 축구 팬은 "30년 동안 축구를 봤는데, 이번 승리가 최고로 기뻤다"고 했다.

사실, 쉽지 않은 원정이었다. 허룽 스타디움에 운집한 '치우미(중국 대표팀 응원단)'들의 열기와 함성은 그야말로 전율이 돋을 정도였다. 중국서 유학을 한 지인은 "축구에 소위 환장한다"고 했는데 직접 보니 정말 그랬다. 한국 선수들이 몸을 풀러 나오자 엄청난 야유가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이때부터 심리적으로 다소 위축되지 않았을까.

물론 그래도 설마 패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적어도 무승부는 할 거라 생각했는데 결국 0-1로 패했다.


1990년대 그리고 2000년대 중국 하면 2-0, 혹은 3-0 정도로 가볍게 이기는 상대였다. 그래서 실력도 대등하고 늘 치열했던 한일전보다 긴장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었다. 그렇게 보는 재미도 없었다. 싱거웠다.

그런데 이제는 다르다. 앞으로는 양상이 달라질 게 분명하다. 경기 후 만난 구자철의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우리가 실력에서 진 것인가'라는 물음에 구자철은 "참 어려운 질문"이라고 입을 열었다. '그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하지 못한 그의 표정에서 복잡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구자철은 "아무래도 슈퍼리그서 중국 선수들이 세계적인 선수들과 맞부딪히면서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고 인정했다. 선수로서 직접 느낀 감정이었을 터다. 중국 리그는 막강한 자금을 동원, 전성기는 지났지만 최상위 레벨에서 뛰었던 선수들을 영입하고 있다.

힘든 원정을 치렀다. 무엇보다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았다. 경기 후 '주장' 기성용의 표정은 침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화를 삭이는 듯했다. 이번 경기 전까지 역대 상대 전적 18승12무1패. 하지만 1패는 이제 2패가 됐다. 그 경기의 주축이자 주장이 바로 본인이었으니 본인은 자존심이 상하고 속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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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중들이 뿜어내는 열기는 정말 대단했다. /사진=김우종 기자


기성용은 "선수들 각자가 느꼈으면 좋겠다. 각자 월드컵에 얼마나 나가고 싶은지, 그 간절함을 깨달아야 한다. 전술, 감독, 선수 기용 등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 역시 반성을 많이 한다. 중국에 진 것도 많이 화가 나지만, 최종예선 동안 우리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좋지 않은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 모두 다 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월드컵에 나가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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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기성용.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이번 중국전에서 한국은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중국에 대한 분석이 전혀 안 된 듯했다. 한국 미드필더와 수비의 간격이 벌어지자 중국은 자유자재로 한국 진영을 휘저었다. 그 과정에서 수시로 공을 갖고 있지 않은 선수를 놓쳤다.

반면 한국은 백패스를 남발했고, 공격의 속도는 더뎠다. 여전히 드리블이 많았다. 논스톱 패스로 가야할 장면에서도 투 터치, 쓰리 터치까지 이어졌다. 앞쪽 공간에 패스를 찔러줘야 하는 상황에서도 선수가 위치한 뒤쪽으로 패스를 연결, 흐름이 계속 끊겼다. 기대를 모았던 풀백도 실종됐다. 김신욱은 중국의 분석이 끝난 듯, 집중 마크를 당하며 고전했다. 한국은 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 운영은 마치 1-0으로 이기고 있는 것처럼 했다. 결과적으로 모든 게 완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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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실점 허용 후 망연자실한 대표팀.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이제 한국은 오는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시리아를 상대로 7차전을 치른다. 시리아는 지난 6차전에서 우즈베키스탄을 1-0으로 제압한 뒤 한국과 마주한다.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원정 경기임을 생각해 볼 때 수비적으로 나올 게 뻔하다. 침대 축구도 예상된다.

'설마 한국이 안방에서 시리아에게 질까'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만약 비기거나 패하기라도 한다면,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 정말 무산될 수도 있다. 생각하기 싫은 시나리오다.

이런 모든 우려들을 날려버리기 위해 필요한 건 결국 '승리'다. '창샤 쇼크'가 약이 됐으면 좋겠다. 이번 시리아전에서는 '꼭 한 방 먼저 얻어맞아야 정신 차리는 축구'의 모습이 나타나지 말아야 한다.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자마자 1분, 1초가 아까운 듯 정신없이 몰아쳐야 한다. 시리아 정도는 깔끔하게 안방에서 제압할 수 있는 축구. 그게 바로 '아시아의 호랑이' 한국 축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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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종 |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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