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선무비]'밤의 해변' 김민희, 홍상수의 남자를 대체하다

[록기자의 사심집합소]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7.03.26 07:19 / 조회 : 7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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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 / 사진=스타뉴스


홍상수 감독의 신작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여러모로 흥미롭습니다.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고백하며 불륜을 인정한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가 '유부남 감독을 사랑해 곤경에 처한 여배우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핫이슈입니다. 남자 영화감독을 즐겨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며 자신의 혹은 주변의 이야기를 즐겨 작품에 담았던 홍상수 감독의 작품인 만큼, 영화에는 둘의 개인사를 절로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 가득합니다. 영화를 빌려 자신의 이야기를 고백하고 해명하고 또한 비틀어낸 것인가 싶을 만큼요.

세상이 인정하지 않는 사랑에 빠진 김민희의 '영희'를 주인공으로 삼은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이전 홍상수 감독의 영화들과 유사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또한 다른 모습이기도 합니다. 가장 돋보이는 건 두말할 필요 없이 주인공을 맡은 배우 김민희입니다. 그녀는 이 작품으로 한국 배우 최초로 베를린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굳이 그 뜻깊은 성취를 거론할 필요도 없이 '밤의 해변에서 혼자' 속 김민희는 영화 속 인물이 되어버린 듯 섬세하고도 거침없이 입이 떡 벌어지는 열연을 펼칩니다.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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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해변에서 혼자' 스틸컷 / 사진제공=영화제작 전원사


흥미로운 건 그녀의 영화 속 역할입니다. 늘 남자 영화감독이 주어이다시피 했던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서 김민희는 새로운 주어가 되어 영화를 이끕니다. 끝까지 그 속내를 짐작만 해야 했던 '다른 나라에서' 온 여자 이자벨 위페르와도 다르고, 영화 속 홍상수의 남자들이 끝내 이해할 수 없는 존재로 남곤 했던 홍상수의 여자들과도 다릅니다. 오롯하고 강렬하게 자신의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냅니다. 그러면 안될 것 같은 관계에 어찌할 도리 없이 빠져들어 짐짓 심각하지만 우스운 꼴을 드러내곤 하는 홍상수의 남자 주인공, 그 역할을 김민희가 해냈다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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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해변에서 혼자' 스틸컷 / 사진제공=영화제작 전원사


김민희가 맡은 배우 영희는 시작부터 세상이 손가락질할 사랑에 빠져 있습니다. 타국의 도시에 머무는 영희는 찾아오겠다는 그 유부남 감독을 기다리면서도 말은 오든 안 오든 상관없다고 합니다. 장소가 강릉으로 바뀝니다. 그 남자는 결국 안 온 모양입니다. 크게 달갑지 않은 술자리에 간 영희. '쿨내'를 좀 풍겼더니 이거 반응이 나쁘지 않다 싶습니다. 신이 난 그녀는 사랑에 달관한 척, 감정에 초연한 척, 곱게 죽겠다며 술기운에 기대 말을 쏟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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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해변에서 혼자' 스틸컷 / 사진제공=영화제작 전원사


홍상수의 남자들 전매특허였던 거들먹거리는 -하지만 속내나 실상과는 다른- 장광설을 똑같이 해내는 김민희의 모습이 어찌나 능청스러우면서도 실감 나는지 웃음까지 납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그렇지 않죠. 꿈에서도 그 남자가 나와 애정을 고백하니 그만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 역할을 하는 이가 김민희란 자체만으로도 느낌이 색다릅니다. 하물며 그녀의 신들린 연기가 더해졌는데요. 이전의 홍상수 영화와 닮았지만 색다른 풍성한 뉘앙스가 살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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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해변에서 혼자' 스틸컷 / 사진제공=영화제작 전원사


영화를 보고 나면 김민희란 배우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이미 여러 작품을 통해 가능성과 매력, 실력을 입증해 온 이 아름다운 배우는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에 이어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강렬한 존재감과 매력을 재차 드러냅니다. 배우로서의 정점 아니 더 나아갈 수도 있을 이 시기, 응원할 수 없는 불륜을 당당히 고백하며 한 감독의 뮤즈에 머문 그녀를 보는 마음은 복잡합니다. 아깝기 그지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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