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A에서 수상한 나홍진 감독, 문소리, 김태리 / 사진제공=아시안 필름 어워드(AFA) |
짙은 한한령(限韓令)의 그늘 속에서도 한국 영화의 저력은 빛났습니다. 지난 21일 홍콩에서 열린 제 11회 아시안 필름 어워드(Asian Film Awards, AFA) 이야기입니다. 작품상과 남녀주연상은 비롯 수상하지 못했지만 지난 해 큰 사랑을 받았던 한국 영화의 주역들이 해외 무대에서 상을 거머쥐며 시선을 집중시켰습니다. 바로 '곡성'의 나홍진 감독, '아가씨'의 문소리, 그리고 '아가씨'의 김태리입니다.
사진제공=아시안 필름 어워즈(AFA) |
시골 마을에서 연이어 벌어진 살인 사건 속에서 딸을 구하려는 아버지의 이야기 '곡성'을 통해 한층 깊어진 연출력을 선보였던 나홍진 감독은 감독상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으스스하고도 도무지 빠져나올 수 있는 그의 영화에 아시아도 현혹된 모양입니다. 턱시도에 나비넥타이를 맨 모습으로 무대에 올라 트로피를 받아든 나 감독은 "제가 이 상을 받아도 되는 건지 고민해봐야겠다"며 "그렇지 않고 정체되면 나쁜 영화를 만들지 않을까 싶다"는 겸손한 소감으로 박수를 받았습니다.
사진제공=아시안 필름 어워즈(AFA) |
여우조연상은 '아가씨'의 히데코 이모, 문소리의 차지였습니다. 짧은 등장만으로 연기파 배우의 저력을 강렬하게 알렸던 터지만 문소리 또한 수상할 것이라고는 짐작하지 못한 모양입니다. 문소리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박찬욱 감독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앞으로 더 좋은 사람, 좋은 배우가 되겠다. 한국영화가 더욱 풍성하고 다양해질 때 도움이 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묵직한 소감을 남겼습니다. 고혹적인 검정 드레스도 시선을 모았죠.
김태리 / 사진제공=아시안 필름 어워드(AFA) |
김태리는 신인상을 받앗습니다. AFA에는 남녀신인상이 따로 없습니다. 경쟁이 2배로 치열한 셈이지만, '아가씨'의 숙희로 당차면서도 흡인력 있는 연기를 선보인 이 매력만점의 배우를 놓치지는 않았죠. 김태리는 "배우에게는 새로운 얼굴이 과제"라며 "새롭고 신선하고 자유로운 배우가 되겠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여성미 넘치는 검은 머리칼에 물결치는 듯한 아이보리 드레스는 봄 분위기를 물씬 풍기기도 했습니다.
세 감독과 배우들이 남긴 수상소감들은 하나같이 현재가 아닌 다음, 그 다음을 향해 있었습니다. 더욱 흐뭇해지는 대목입니다.
비록 홍콩이긴 했지만, 외교적 갈등이 대중문화로 불똥이 튄 한한령, 이른바 중국 내 한국 콘텐츠 금지 분위기 속에 치러진 시상식이었습니다. 작품상과 여우주연사잉 중국 펑샤오강 감독의 '아부시반금련'과 판빙빙에게 돌아가고 남우주연상을 일본 배우 아사노 타다노부가 수상하면서 손예진, 공유의 수상은 불발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한국영화-영화인의 존재감과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나홍진 감독-문소리-김태리 외에도 '아가씨'의 조상경 음악감독이 의상상, 류성희 미술감독이 미술상을 받았고, '밀정'의 모그 음악감독이 음악상을 받으며 총 15개 트로피 중에서 한국영화가 6개 상을 받았을 정도니까요.
돌이켜보면 지난해 한국영화는 참으로 흥미롭고 볼만했습니다. 올해 역시 멋진 영화들이 쏟아져나와 우리나라에선 물론 해외에도 주목받고 사랑받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