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별점토크]'피고인'을 이끈 지성과 엄기준의 내공

이수연 스타뉴스 방송작가 / 입력 : 2017.03.24 15:09 / 조회 : 1854
  • 글자크기조절
image
/사진=SBS '피고인' 방송화면


'무협백과'에 의하면, 무공은 크게 초식(招式)과 내공(內功)으로 나눌 수 있는데, 초식은 권장(拳掌)이나 병장기를 사용하는 움직임을 말하고, 내공은 초식을 가능하게 하는 힘의 원천으로 체내에 응축된 기(氣)를 뜻한다고 한다. 다시 풀어보면, 내공이 강해야 초식을 잘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겉보기에 아무리 잘 싸울 것 같고, 좋은 무기를 지녔어도 내공이 쌓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내공'은 꼭 무협술에서만 필요한 게 아니라, 세상 곳곳에 적용된다는 사실이다.

여기 배우들의 내공이 빛을 발한 드라마가 있다. 이번 주에 종영한 SBS 드라마 '피고인'이다. 드라마는 첫 회부터 시작해서 18회로 종영하는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심지어 한 시간짜리 한 회에서도 잠시도 눈 돌릴 틈 없을 만큼,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사건들이 벌어지니 두 눈 부릅뜨고 시청해야 한다는 얘기다.

만약 이 두 사람이 '피고인'의 박정우와 차민호를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분명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색깔의 드라마가 되었을 것이다. 그만큼 두 배우의 연기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피고인'은 박정우(지성 분)라는 검사가 차민호(엄기준 분)에게 누명을 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되고, 누명을 벗기 위해 애쓰는 스토리다. 이 한 줄의 줄거리만으로도 알 수 있듯이, 선과 악의 대결이 분명한 스토리로, 지성vs엄기준이 그 양축을 맡았다. 이 두 사람의 대결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줄기이며, 마지막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주는 데는 두 배우들의 내공이 녹여낸 결과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지성과 엄기준, 두 사람은 각자 맡은 인물은 다르지만, 자신의 캐릭터를 가지고 매회 다양한 성격을 담아낸 점이 눈길을 끈다. 물론 지성의 경우, 박정우 검사라는 한 인물이다. 그러나 매회 캐릭터가 변신을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상황이 바뀐다. 아내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피고인이 되고, 그 충격으로 한동안 기억상실증에 걸리고, 다시 기억을 되찾은 후 누명을 씌운 범인을 잡기 위해 치밀한 검사로 다시 돌아간다. 엄기준의 경우는 쌍둥이 형과 동생을 넘나들며 1인2역을 맡았다. 모범적이고 반듯한 형, 차선호와 반항아적이고 사이코패스 기질이 있는 동생, 차민호 역을 맡았다. 형을 살해하고 형의 인생을 대신 살아간다는 설정이 깔려 있었기 때문에, 수시로 차선호와 차민호를 오가는 복합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다.

여기에 역할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담았다. 지성은 아내가 살해당하고 누명을 쓴 역할이기에 당연히 분노를 표현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낮은 목소리와 차분함으로 분노를 억눌렀다. 오히려 이것이 시청자들에게 분노와 슬픔을 가슴으로 삭히는 모습으로 느껴지면서, 그의 슬픔과 억울함에 공감을 하게 이끌어낸다. 엄기준 역시 마친가지다. 여러 명을 살해하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사이코패스지만, 누가봐도 정상적으로 보일 만큼 냉정하고 차갑게 표현한다. 특히, 목소리나 미소에서 보여주는 서늘함은 시청자들을 소름 끼치게 만든다. 이 두 배우가 있었기에, 매회 창과 방패가 챙챙 부딪히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스포츠 경기의 멋진 한판 승부를 보았을 만큼. 어느 한쪽으로라도 기울었다면 느슨하고 뻔한 드라마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에, 두 배우에게 박수를 보내며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피고인'. 18회 동안 긴장과 개운함, 마지막에는 감동까지 선사한 드라마. 그래서, 제 별점은요~ ★★★★☆(4개 반)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