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즌' 나현 감독 "한석규·김래원, 신인감독에게 큰 힘"(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7.03.24 14:54 / 조회 : 3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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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현 감독/사진제공=쇼박스


'화려한 휴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등을 집필한 충무로에서 알아주는 시나리오 작가. 그렇지만 영화 연출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다. 나현 감독(46)은 2004년 '목포는 항구다' 시나리오 작가로 영화계에 입문한 이래 13년 만에 연출 데뷔작을 내놨다.

'프리즌'. 감옥에 들어간 전직 형사가 그곳에서 왕 노릇하는 죄수와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감옥에 갇혀 있는 죄수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완전범죄를 저지르고 다시 돌아가는 설정. 나현 감독은 한석규와 김래원 등 쟁쟁한 배우들이 포진한 '프리즌'으로 신고식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인데도 23일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일 터. 나현 감독과 만나 긴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계에 어떻게 입문했나.

▶고등학교 때부터 영화를 하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었다. 동아대 정치학과에 들어갔다. 그래도 영화를 하고 싶어서 대학교에서 영화 동아리에 들어갔다. 당시 영화진흥공사에서 시나리오 공모전을 했는데 장려상을 받았다고 연락이 왔다. 그런 인연으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해 '목포는 항구다'로 입문했다. 시나리오만 쓰다 보니 영화 현장을 계속 모르겠다 싶어서 내가 쓴 '돌려차기' 현장 스크립터를 했다. 그러면서 시나리오에 필요 없는 씬들이 있구나라는 걸 알게 됐다. '화려한 휴가' '우생순' 등을 쓰면서도 꾸준히 영화 연출을 준비했다. 두 개가 엎어지고 '프리즌'으로 비로소 감독으로 데뷔하게 됐다.

-시대적 배경이 1995년이다. 감옥을 배경으로 한 다른 영화들과 가장 큰 차이다. 현대물로 해도 되는데 굳이 이 시대를 택한 이유는.

▶교도소 영화를 준비하면서 많은 자료를 모았다. 그러면서 감옥이란 그 사회의 축소판이란 걸 알게 됐다. 그 사회의 문명도를 확인할 수 있는 척도이기도 하고. 이 영화의 설정을 커버하려면 시간적, 공간적 배경이 리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공간은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실제 교도소를 택했다. 시간은 우리 사회가 무너지기 시작한 때가 1995년이라고 봤다. 군사정권이 끝나고 문민 정부가 들어섰지만 백화점이 무너지고 다리가 끊어지고 비행기가 떨어진 때였지 않나. 그래서 그 시대를 택했다.

-'프리즌'은 이야기 자체가 한국 사회에 대한 은유다. 왕처럼 군림하는 죄수와 그에 대한 반감으로 생긴 쿠테타, 그리고 정의를 위한 봉기, 결과가 옳았다고 해도 과정이 잘못 됐다면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결말 등등.

▶감옥은 인간의 본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곳이다. 욕망과 가치가 부딪힐 수 밖에 없다. 지배자가 되기 위한 과정에서 권력이 형성되고, 다시 그 권력을 뺏으려는 사람과 지키려는 사람들. 그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한석규가 감옥의 제왕, 김래원이 감옥에 들어간 전직 형사이자 오른팔이 된 역할을 맡았다. 그런데 분명히 '프리즌'의 화자는 김래원인데 한석규가 영화 전체를 지배한다. 한석규가 좋은 배우인 건 분명하지만 이야기 전개에는 양날의 검이 된 듯도 한데. '프리즌'은 왕을 몰아내는 이야기인가, 쫓겨난 왕의 이야기인가.

▶스토리는 김래원이 이끈다. 한석규는 방어적인 입장이고, 김래원은 공격자라고 할 수 있다. 한석규는 제국을 유지해야 하기 위해서 외발 자전거를 탄 사람이다. 멈출 수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난 관객들이 김래원과 한석규, 두 사람 모두에게 감정을 이입했으면 했다. 단순히 왕을 몰아내는 이야기가 아니다.

-'신세계'나 '저수지의 개들' 레퍼런스가 분명히 있긴 한데, 그 영화들과 달리 한석규와 김래원의 브로맨스가 그렇게 뚜렷하진 않다. 이런 장르에는 관객들이 그런 부분을 기대할 법도 한데.

▶브로맨스, 의사형제 같은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그렇게 되는 걸 경계했다. 그런 부분이 두드러지면 그것이야말로 '신세계' 등과 차별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한석규의 대사 중에 "살려고 악을 쓰면 쓸수록 죄가 된다"는 게 있지 않나. 한석규와 김래원은 그런 부분에서 정서가 통하지, 브로맨스까지 가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영화에서 보면 한석규는 늘 신문을 갖고 다닌다. 그 당시는 신문이 한자 혼용이었지 않나. 그걸 읽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렇게 세상 정보를 얻는 사람이고. 그렇게 감옥에서 악을 쓰면서 살아 남은 사람과 개인적인 다른 목적이 있는 사람을 의사형제로 만들어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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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규, 나현 감독, 김래원/사진출처=프리즌 스틸


-순 제작비가 65억원이다. 그 예산으로 이런 규모 영화를 만들기 쉽지 않았을 법한데. 등장인물도 많고. 다만 제작비가 적다 보니 아쉬운 부분은 없었나. 예컨대 감옥에서 폭동을 그린 영화 '라스트 캐슬' 같은 엔딩도 구상했을 법 한데.

▶신인 감독에게 이 정도 제작비도 감지덕지하다. 사실 제작비에 맞추다보니 마지막에 민중 쿠테타처럼 제소자 폭동 같은 걸 구상했다가 삭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마지막에는 확실하게 스펙터클을 피날레로 보여줘야 했기에 아낌없이 투입했다. 교도소 안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 자칫 답답해질 수 있기에 엔딩에 에너지를 쏟으려 했다. 1억원이 넘게 든 건물을 날려야 했다. 일주일 동안 불 지르고 껐다가 다시 불 지르는 걸 반복했다. 나중에는 무너질 수 있다고 해서 조심하기도 했다.

-감시탑이 하나의 상징인데.

▶죄수가 감시탑에 오른다는 것 자체가 많은 걸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지막에 두 인물이 난간에 매달리는 데 원래 형태라면 밑에서 그 모습이 보이지 않겠더라. 막혀있는 난간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뻥 뚫린 철제 난간으로 바뀌었다. 문제는 그 감시탑이 1973년도에 만든 것이라 공사를 하다가 부서질 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500만원 주고 비파괴검사를 한 다음에 난간 공사를 했다.

-좁은 교도소 안에서 벌어지는 액션이 많아서 카메라 동선이 쉽지 않았을텐데 활용도가 좋던데. 카메라의 높낮이로 죄수들의 위계도 잘 표현하고. 푸른 조명도 영화의 톤앤매너와 맞긴 한데 너무 어둡다는 느낌도 있긴 한데.

▶'한공주' 등을 맡았던 홍재식 촬영감독이 좁은 공간에서 동선을 잘 만들어줬다. 홍재식 촬영감독을 처음 만났을 때 "어떻게 촬영하고 싶나"고 했더니 "인물의 감정을 깊숙이 따라가야 하지 않겠냐"고 하더라. 톤도 '맨 오브 스틸'처럼 약간 푸르게 가야 할 것 같다고 하고. 이견이 없었다. 자세히 보면 한석규와 김래원이 처음 만났을 때 눈높이와 마지막 장면의 눈높이가 똑 같다. 그런 부분까지 홍 촬영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한 끝에 만들었다.

조명은 푸른 톤을 유지하기 위해 조명감독이 방산 시장에서 파란색이 나는 한지를 잔뜩 구입 해서 조명기에 붙였다. CG로 한 작업이 아니다. 그런데 너무 어두울 수 있어서 색보정을 하긴 했다. 편집실에서 보면 괜찮은데 극장마다 상영 조건이 다르다보니 어떤 극장에서는 맞고, 어떤 극장에서는 어둡고 그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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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현 감독/사진제공=쇼박스


-한석규였기에 그 역할을 했겠지만 한석규 발성과 리듬이 느리다보니 빨라야 하는 부분에서도 어쩔 수 없이 느려지는 부분이 있던데.

▶한석규 선배가 그 부분을 굉장히 노력했다. 스스로가 특유의 말투를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그 딕션을 좀 더 서늘하게 변화시키려 했다. 한석규 선배가 느려지는 걸 굉장히 경계했다. 촬영할 때 느려지면 언제든지 이야기하라 하더라. 그래서 느려지면 컷, 다시 한번을 계속 외쳤다. 적어도 난 만족한다.

-김래원의 톤앤매너가 처음과 중반이 확 바뀌는데.

▶김래원에게 '폭력탈옥'의 폴 뉴먼 캐릭터를 레퍼런스로 이야기했다. 뻔하지 않고 동물적인 느낌도 나는. 김래원이 연기할 때 후반부 전개를 잊고 하게다고 하더라. 그게 영화에 맞았다고 생각하고. 후반에는 이야기 전개상 당연히 그렇게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감시탑에서 한석규와 김래원이 차례로 캔을 던지는 장면이 인상 깊던데. 감독의 디렉션인가, 배우들의 애드리브인가.

▶김래원의 아이디어다. 캔을 던질까요? 라고 해서 오케이라고 했다. 그래서 배우들에게 너무 고맙다. 두 배우들 뿐 아니라 함께 한 모든 배우가 신인 감독에게 엄청난 힘을 줬다.

-음악은 너무 과잉이 아닌가 싶던데.

▶그렇게 요구했다. 장면의 뉘앙스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달라고 했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인데 15세 이상 관람가를 의식해 덜 잔혹하게 만든 건 아닌가.

▶그렇지 않다. 시나리오 단계부터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라고 생각했다. 청불이라서 더 잔혹할 이유는 전혀 없다. 뉘앙스와 상황, 소리 등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에 개봉한다. 영화의 어떤 부분과 현실이 닿아 있는 부분이 있다는 점에서 아쉽거나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글쎄 개봉 날짜가 정해지고 난 다음에는 탄핵이 안 되면 영화 흥행에 어떤 영향을 줄까란 생각은 했다. 아무래도 혼란이 커지면 극장에 오는 관객이 줄어들테니. '프리즌'에 사회의 축소판을 담으려고는 했지만 특정한 상황을 직접 대입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보편적인 대입이 가능했으면 했다.

-차기작은 어떤 이야기를 생각하나.

▶아직. '우생순' 같은 휴먼 드라마도 하고 싶고, '프리즌' 같은 느낌의 영화도 하고 싶다. 일단 '프리즌'만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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