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샤 on Air] '무색무취' 슈틸리케의 거취… 28일 시리아전에 달렸다

창샤(중국)=김우종 기자 / 입력 : 2017.03.24 06:05 / 조회 : 3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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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감독. /사진=뉴스1



경기장을 빠져나오자 창샤에 안개비가 흩날렸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마자 옆에 앉아있던 중국 기자의 질문이 귓가를 맴돌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혹시 경질되는 것 아니냐." 경기가 끝난 이후에도 중국 홈 팬들과 취재진의 엄청난 함성은 계속 이어졌다. 결국 서둘러 7층 취재석을 빠져나와 2층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해야만 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FIFA랭킹 40위)은 23일 오후 8시 35분(한국시간) 중국 창샤에 위치한 허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 대표팀(FIFA 랭킹 86위)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A조 6차전에서 0-1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3승1무2패로 승점 10점을 유지했다. 우즈벡이 시리아에 0-1로 패하면서 2위 자리는 지켰다. 24일 오전 카타르를 제압한 1위 이란(승점 14점)과의 승점 차는 4점으로 벌어졌다. 중국은 최종예선 6경기 만에 첫 승을 거두며 월드컵 본선행을 향한 희망을 이어갔다.

충격적인 패배였다. 한국이 중국과의 A매치서 패한 건 이번이 두 번째였다. 지난 2010년 2월 일본서 열린 동아시안컵에서 중국에 0-3으로 패한 바 있다. 당시 32년 만에 공한증이 깨진 순간이었다. 그리고 7년 만에 또 한 번 중국에 완패했다. 한국과 중국의 역대 전적은 18승12무2패가 됐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이날 대표팀은 '에이스' 손흥민이 경고 누적으로 결장했다. 그렇지만 주전급 선수들인 기성용과 구자철, 지동원, 김진수 등이 모두 선발로 출격했다. 한국은 전반 초중반 이렇다 할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결국 전반 34분 코너킥 상황서 위다바오에게 헤더로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0-1로 뒤지기 시작했지만 한국은 0-0 상황처럼 경기를 풀어나갔다. 패스가 투 터치, 또는 쓰리 터치로 이어지면서 공격의 흐름이 수시로 끊겼다. 중앙에서는 기성용이 후반 두 차례 날카로운 중거리포를 쏘아댔다. 하지만 득점과는 연을 맺지 못했다.

한국은 예선 6경기를 치르는 동안 홈 3경기, 원정 3경기를 각각 소화했다. 홈에서는 중국에 3-2 승(1차전), 카타르에 3-2 승(3차전), 우즈베키스탄에 2-1 승(5차전)을 각각 거뒀다. 모두 한 점 차 승리이지만, 승점 3점씩 9점을 따낸 게 고무적이었다.

반면 원정에서는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시리아와 0-0 무승부(2차전), 이란에 0-1 패배, 그리고 23일 중국에 0-1로 패하면서 3경기 연속 원정 무득점 기록을 작성했다. 원정 경기 1무 2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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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전은 2017년 한국 축구 대표팀의 시작을 알리는 첫 경기였다. 더욱이 상대는 '공한증'을 앓고 있는 중국. 하지만 한국은 모든 면에서 중국에 패했다. 이제 슈틸리케 감독은 '경질설'을 안고 싸워야 하는 상황이 됐다.

경기 후 슈틸리케 감독을 향한 한국 취재진의 날선 질문이 쏟아졌다. '공격진이 항상 똑같아 단조롭다. 향후 전술 변동의 가능성은 있는가'라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슈틸리케 감독은 "그럼 어떤 전술로 갖고 이곳에 왔어야 했는지 되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인 뒤 "수비 조직력은 크게 나쁘지 않았다. 잘해줬다. 수비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중앙 수비수 2명도 잘했다"고 했다. 이어 "선수들에게는 나갈 때 많은 비판을 안 했으면 좋겠다. 선수들이 열심히 안 한 건 아니다. 최선을 다했다. 마지막까지 동점골을 만들려고 했다. 의욕이나 열심히 하지 않은 선수는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선수들을 감싸는 모습을 보였다.

'도대체 문제점이 뭐냐'는 취재진의 한탄 섞인 질문에 "무득점은 치명적인 거다. 이 부분을 깨트릴 생각을 해야 한다. 아무래도 원정 경기에서는 엄청난 환호 속에 조금 더 긴장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자신감이 없는 게 바까으로 나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24일부로 2년 182일 동안 사렵탑으로 재임, 국내 축구 최장수 감독 신기록을 세우게 됐다. 당장 눈앞에 있는 과제는 오는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인 시리아전이다. 시리아는 한국이 중국에 패한 날, 오히려 우즈베키스탄을 1-0으로 꺾으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 경기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한국이 시리아전에서도 패할 경우, 슈틸리케 감독이 더 이상 한국서 짐을 꾸리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그 경우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대표팀이 월드컵 최종예선 탈락 위기에서 리피 감독을 새로 선임해 좋은 결과를 낸 것을 참고할 만하다.

더욱이 시리아도 어느덧 2승2무2패(승점 8점)를 올리며 조4위로 점프했다. 한국과의 승점 차는 2점에 불과하다. 만약 한국이 패한다면 시리아보다 승점이 낮아지게 된다. 슈틸리게 감독을 향한 운명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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