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샤 on Air] 'WBC 참사 충격'… 오늘 '한중전'서 슈틸리케호가 씻을까

창샤(중국)=김우종 기자 / 입력 : 2017.03.2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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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최종 훈련을 실시한 대표팀의 밝은 모습.


비록 야구에서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1라운드에서 탈락, 국민들이 충격과 아픔을 안았다. 축구에서는 어떨까. 시원한 승리라면 그 상처가 조금은 치유되지 않을까.

전투의 날이 밝았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한 또 한 번의 고비. 장소는 3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인구 743만명의 도시이자 마오쩌둥(毛澤東)의 고향이기도 한 창샤. 상대는 중국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오는 23일 오후 8시 35분(한국시간) 중국 창샤에 위치한 허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리피 감독의 중국 대표팀을 상대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A조 6차전을 치른다.

한국은 3승1무1패(승점 10점)를 기록, 1위 이란(3승 2무, 승점 11점)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3위 우즈베키스탄(3승2패,승점 9점)과의 승점 차는 1점에 불과하다. 반면 중국은 A조 최하위다. 2무3패(승점 2점)로 5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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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표팀. /사진=뉴스1



◆ 한중전= '공한증(恐韓症)',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공한증. 중국 사람들의 한국 축구에 대한 두려움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역대 전적 18승12무1패로 압도적인 한국의 우위. 지난 2010년 일본서 열린 동아시안컵에서 0-3으로 패하기 전까지 32년 간 중국 축구(A매치)에 진 적이 없었다.

중국은 최근 몇 년 동안 '축구 굴기'를 앞세워 '타도 한국'을 외쳐 왔다. 지난해 10월에는 대표팀 성적이 부진하자 '세계적인 명장' 마르첼로 리피(69,이탈리아) 감독을 전격 영입했다. 또 이번에도 지난해 9월에 치른 1차전과 마찬가지로 자국 리그를 조기에 중단한 채 합숙 훈련을 실시했다. 중국 언론은 과거 동아시안컵 '3-0 승리'를 언급하며 열의를 불태우고 있다.

그러나 '공한증'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중국 수비수 펑 샤오팅은 FIFA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우리보다 개인적으로나 팀적으로 더 강한 게 분명한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우리가 가진 경기력을 잘 유지할 수만 있다면, 또 우리 스스로의 능력을 믿고 경기에 임한다면, 한국을 깜짝 놀라게 할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리피 감독은 "한국전은 매우 중요하다. 선수들도 그 중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한국 팀을 존중한다. 오로지 결과만 생각할 것이다"며 "창샤가 행운의 장소인 것으로 알고 있다(중국은 창샤에서 치른 A매치서 4승4무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이날 경기서도 그 기운이 오길 바란다"고 웃으며 각오를 밝혔다. 과연 그의 뜻대로 흘러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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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좌)와 리피 감독. /사진=뉴스1


◆ 손흥민의 '경고 누적 결장', 빈자리를 메울 영웅 탄생할까?

손흥민(25,토트넘)은 이번 중국전에 경고 누적으로 결장한다. 경기에도 뛰지 못하는데, 손흥민은 유럽서 중국으로 날아왔다. 심지어 훈련까지 열심히 소화하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중국에 입국한 뒤 손흥민을 처음 봤을 때 '저 그냥 서울에 있어도 괜찮은 것 아닌가요'라고 농담을 하더라"면서 "(손)흥민이가 이번 한중전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자처했다"고 말했다.

'캡틴' 기성용은 손흥민의 공백에 대해 "물론 결장이 아쉽다. 위협적인 선수인데"라면서 "그러나 다른 선수들이 그 공백을 메워야 한다. 대신 들어가는 선수는 책임감과 보여주고자 하는 마음이 있을 것이다. 또 개인적으로 기대도 된다"고 밝혔다.

중국 취재진도 손흥민의 공백에 관심을 가졌다. 22일 공식기자회견 도중 손흥민이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것에 대해 슈틸리케 감독에게 질문을 던진 것. 그러자 슈틸리케 감독은 "그가 경고 누적으로 결장하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며 "우리에겐 11명 이외 또 다른 선수가 필요하다. 결장하지만 손흥민은 24일 우리와 함께 웃으면서 나갈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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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오른쪽)은 중국전에도 뛰지 못하는데 열의를 불태우고 있다.


◆ 붉은 악마 '250명' vs 치우미 '3만명' 그리고 공안 '1만명'

'사드 배치 사태'로 한,중 관계가 좋지 않다. 그러나 창샤에서 느끼는 공기는 사뭇 다르다. 긴장감은커녕 창샤 사람들의 따뜻함과 친절함을 느낄 수 있다. 정치는 정치일 뿐이고 스포츠는 스포츠라는 분위기가 여실히 감지되고 있다. 현장서 만난 한 중국 기자는 "이곳 창샤는 매우 안전하다. 경기 당일에는 1만명의 공안이 이곳에 배치될 것이다. 무려 1만명이다"고 두 번 세 번 강조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한중전을 직접 찾을 붉은악마 응원단의 규모는 총 250명이다. 이에 반해 중국 축구 대표팀 서포터즈를 일컫는 '치우미'는 3만1천명이 입장할 예정이다. 허룽스타디움의 만석은 총 4만석. 그런데 중국 공안은 중국축구협회에 안전을 이유로 든 뒤 '좌석의 80%만 채울 것'을 요청했다. 이미 표는 모두 다 동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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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안의 철통 경호는 계속된다.


이번 한중전에서 홈팀인 중국은 붉은 색을, 원정팀인 한국은 흰색 유니폼을 착용한다. 경기장에 온통 붉은 물결이 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 선수들로서는 부담감 극복이 최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주장' 기성용은 "지난 이란전에서 많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관중이 많은 경기에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다들 느꼈을 거라 본다"면서 "그저 최종예선 경기들 중 하나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주위에서 '사드'를 자꾸 언급하는데 부담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동료들에게 조언했다. 이제 경기장에서 결과로 증명하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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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전의 장소인 허룽 스타디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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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종 |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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