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사태에도 따뜻했던 中 창샤, 스포츠와 정치는 별개였다

창샤(중국)=김우종 기자 / 입력 : 2017.03.2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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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취재진을 도와줬던 중국 창샤시 자원봉사자들의 모습. /사진=김우종 기자





"니하오!"


'사드 관계' 속 한국과 중국 간의 정치적 관계는 차갑게 얼어붙었다. 하지만 창샤서 만난 사람들의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정치는 정치,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이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23일 오후 중국 창샤 허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 대표팀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A조 6차전에서 0-1로 패했다. 충격패의 여파는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당초, 중국으로 떠나기 전 한국 취재진은 비자를 발급받지 못해 발만 동동 굴렀다. 중국 취재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중국축구협회의 초청장이 있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 초청장이 한국을 떠나기 전날 아침까지도 제대로 중국비자발급센터에 전달되지 않았다. 결국 당일 특급 신청을 해서야 오후에 비자를 가까스로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중국행이 시작됐다.


한·중 관계는 최근 극도로 좋지 않다. 한국의 사드(THAADㆍ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문제 때문이다. 출국 날인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은 한산했다. 중국 내 '한국 여행 상품 판매 전면 금지령'이 내려졌다고 한다. 중국 정부는 한국을 오가는 전세기 운항도 통제했다. 이에 선수단 역시 아시아나항공을 타고 중국으로 향했다.

대표팀 선수단은 19일 늦은 밤 공항에 도착했다. 그때부터 중국 공안 당국의 특급 경호가 시작됐다. 공항서부터 VIP 통로를 따로 마련해 신속한 입국 수속을 도왔다. 공항전용버스를 제외하고 정차가 금지되는 길가에 선수단 버스를 세울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에 대표팀 선수들은 최대한 짧은 이동거리로 버스에 승차할 수 있었다.

앞서 대한축구협회는 선수단 안전을 위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측에 공문을 보냈다고 했다. 선수단의 안전을 보장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AFC 측은 "중국의 보안은 충분히 믿을 만하다"며 굳은 신뢰를 보냈다고 전해졌다. 사실이었다. 먼저 선수단 숙소에 공안 병력이 추가로 배치됐다. 선수단이 묵는 숙소 2개 층에는 사설 복장을 한 보안 병력이 선수들을 지켰다.

선수단 숙소에서 훈련소로 이동하는 동안에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중국 공안 차량이 선수단과 스태프 그리고 취재진의 버스를 앞뒤로 호위했다. 심지어 교통을 통제하는 모습도 보였다. 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중국서 대표팀을 많이 인솔해봤지만, 이렇게 교통 통제도 하고 병력이 많은 적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경기 당일에도 중국 공안은 철저하게 안전을 확보했다. 무려 1만명의 공안을 배치한 것이다. 경기가 펼쳐진 허룽스타디움의 좌석은 약 4만석. 그러나 중국 공안 당국은 중국축구협회에 안전을 이유로 전 좌석의 80%만 채울 것을 요청했다. 이날 경기장에 들어찬 중국 응원단인 '치우미'는 3만1천명. 팬 3명당 1명의 공안이 배치된 것이었다. 결국 이날 한중전은 큰 불상사 없이 마무리됐다.

창샤서 만난 한 취재진은 '사드'에 대한 질문에 "정치는 정치고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이다. 사드 문제가 있다는 건 당연히 알고 있지만 축구 경기로 끌어들이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또 한 택시기사는 "사드 배치에 있어서 한국과 미국의 관계를 잘 알고 있다. 중국 역시 러시아와 똑같은 관계를 맺고 있다"며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민초들도 참 친절했다. 한 가게 주민은 '한궈런(한국인)'이라고 하자 잔돈을 깎아주기도 했다. 두 남성이 길을 물어 보길래 '중국말 못하는 한국인'이라고 하자 '오! 한국인'이라며 반갑게 인사한 뒤 돌아섰다. 경기장에 있던 도우미들은 늘 순박하게 웃으면서 친절을 베풀었다. 중국 승리 후에는 미안해하던 그들의 모습, 그래도 작별의 순간 같이 사진을 찍자며 환하게 웃던 모습. 중국의 축구 열기는 뜨거웠고, 창샤는 참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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