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사드갈등-가요]中멤버 있어도 中못가.."직격탄 NO" 사례도③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 집회를 위해 상경한 성주 주민들이 서울역 광장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스타뉴스

지난해 7월 한국 정부의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선언은 국내 여러 분야에 큰 파장을 몰고 왔고, 가요계도 예외는 아니다. 일단 사드 배치 결정 이후 국내 가요계가 적지 않은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국 가수들의 예정됐던 중국 공연들이 다수 취소 및 연기됐다. 사드 배치 선언과 맞물며 중국 내 애국지향적 사고가 강해지며 한국 아이돌들에 대한 분위기도 갈수록 부정적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그렇다고 국내 가요계 전체가 타격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입장에 영향받지 않는 일부 콘텐츠들은 안전지대에 놓여있다.

각 사례들을 살펴봤다.


◆ 타격 사례

#1. 한국인 멤버와 중국인 멤버로 구성된 보이그룹 A 소속사는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소식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가요계에 데뷔한 지 만 4년이 채 되지 않은 A는 한국보다 중국에서 더 높은 인지도로 스케줄 역시 중국 일정이 더 많았다. 특히 멤버 개개인의 다방면에서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연기, 예능, MC 등을 섭렵, 중국에서는 어느 정도 입지를 굳혀갔다. A의 중국에서의 활동으로 인해 벌어들이는 수입은 꽤 짭짤한 편. 하지만 역시 중국에서 배우로 활동을 넓혀 가려던 한국인 멤버는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이상 기류 속에 결국 캐스팅된 중국 드라마에서 돌연 하차했다. 촬영도 초반 분량을 이미 완성한 상태에서 제작진은 이 한국인 멤버에게 출연하지 말라고 통보했다. 이후 이 멤버의 중국에서의 활동은 지금까지도 거의 전무한 상태다.

또한 한국에서 데뷔했음에도 A를 완전체로 국내에서 활동하는 것을 보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중국인 멤버들이 중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느라 모든 멤버가 함께 모여 새 앨범을 만들 시간적 여유도, 상황도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활동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인지도가 낮은 탓에 큰 효과를 얻기에는 위험부담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 A는 사실상 팀이 분리돼 한국과 중국에서 개별 활동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한국인 멤버 모두 개인 활동을 준비 중이다.


A의 소속사는 현재 한국 연예인의 중국에서의 연예 활동과 관련, 현재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으로 비자 발급 지연을 꼽는다. 관계자는 "한국 연예인이 중국에서 활동하려면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데 제약이 없어야 하는데 이번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오는 4월부터 비자 발급 절차가 더욱 까다로워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비자를 받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발급을 받는 데까지 시간이 이전보다 훨씬 오래 걸릴 것"이라며 "이전에 큰 제약 없이 비자를 발급받았을 때와는 전혀 분위기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2. 인기 아이돌 그룹 C는 지난해 돌연 중국 콘서트가 공연을 2주 앞두고 연기됐다. 현지 공연을 담당하는 회사 측에서 갑자기 현지 사정 때문에 공연을 할 수 없게 됐다고 알려온 것이다. 일각에서는 SNS를 통해서 아예 취소가 됐다는 이야기도 떠돌았을 정도. 공연 일정 변경을 갑작스럽게 공지를 통해 통보한 것에 대해 소속사 측은 의아하다는 입장이다.

다른 소속사 그룹 D의 경우 다행히 중국 상하이 공연을 무사히 마쳤다. 이후 일각에서는 중국 현지에서 한한령(恨韓令, 한국에서 제작한 콘텐츠 또는 한국 연예인이 출연하는 광고 등의 송출을 금지하는 것)에 대한 규제가 어느 정도 완화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전해졌지만 다른 관계자는 "D의 공연은 대규모가 아니었기에 공연이 허가된 것일 것이다. (한한령과 관련한) 규제가 완화됐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며 선을 긋기도 했다.

◆ 타격 NO 사례◆

#1. 국내 유력 힙합 레이블 소속사 B는 사드 보복이 자신의 회사와는 전혀 관련 없는, 다른 세상 이야기나 마찬가지라고 이야기한다. 지난해 국내에서의 힙합 열풍으로 인해 B 소속 아티스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이후 중국 쪽에서의 러브콜로 몇 차례 공연도 성사됐다. B 관계자는 "당시 시점이 그래도 사드 배치로 인해 어느 정도 이상 기류가 감지됐을 시점과 비슷했던 것 같은데 우리가 중국에서 공연하는 데 큰 문제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른바 사드 보복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지는 않는 업계로도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B는 일단 올해 중국에서의 공연 계획이 거의 없다. 가장 큰 이유는 국내에서의 빡빡한 스케줄 때문이라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 소속 아티스트들의 국내외를 넘나드는 활동으로 인해 중국에서의 공연을 신경 쓸 겨를조차 없어 보이는 눈치다.

#2. 국내 인기 인디 밴드 E는 지난해 중국에서 공연을 성황리에 마치며 좋은 성과를 얻었다. 사드의 영향도 많지 않은 시점이었고 보컬 멤버가 중국어에 능통해 현지에서도 팬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는 후문. 중국 뿐만 아니라 주요 아시아권에서도 역시 공연을 마친 E는 올해 국내 활동에 집중할 계획이다. 다만 "중국 공연 계획은 아직 없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일부 예외 사례가 있긴 하지만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으로 인한 중국의 은밀한 '사드 보복' 조치는 전체적으로 아직 잠잠해질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K팝의 경우 일부 아이돌 멤버의 경우 중국에 진출했다 돌연 프로그램 출연 불발 또는 편집, 돌연 공연 취소 통보 등의 사례도 적지 않게 들려왔다.

한 관계자는 스타뉴스에 이번 사드 보복과 관련, "냉정하게 말해 향후 전망을 낙관하기 힘들다"고며 "최근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을 기점으로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명확한 해답을 찾기란 쉽지 않은 게 분명해 보인다. 타 중화권 시장을 교두보로 삼거나 시기를 다시 조율하는 등 여러 각도로의 방안을 찾고 있는 형국이다. 다른 가요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외교적 대응이 궁극적으로는이번 사드 정국 또는 한한령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