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혁 "'보통사람' 내 역할, 김기춘 아냐..소신과 원칙 있다"(인터뷰)

영화 '보통사람'의 장혁 인터뷰

이경호 기자 / 입력 : 2017.03.2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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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장혁/사진제공=sidusHQ


"지금, 저희 영화가 뉴스를 이길 수 있겠어요?"

영화 '보통사람'(감독 김봉한)으로 관객들과 만남을 앞둔 배우 장혁(41)의 말이다.


장혁은 오는 23일 개봉하는 '보통사람'에 출연했다. 영화는 보통의 삶을 살아가던 강력계 형사 강성진(손현주 분)이 나라가 주목하는 연쇄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극중 장혁은 강성진을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하는 안기부 실장 최규남 역을 맡았다. 최규남은 국가를 위한다는 미명 하에 "양지든 음지든 그게 다 국가와 민족을 위한 일 아니겠어요?"라며 각종 사건을 조작하는 냉혈한이다.

'보통사람'은 군사 정권 아래 민주화 운동이 한창 일어나던 1980년대, 정확히 말하면 1987년을 배경으로 했다. 요즘 정치적으로 대통령 탄핵이 이뤄지면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치와 영화의 관계에 대해 장혁은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지금 저희 영화가 뉴스(정치적 이슈)를 이길 수 있을까 싶어요. 사실 80년대, 70년대 그리고 60년대, 50년대에도 큰 일이 있었잖아요. 시대에 계속 해서 일이 벌어지고 있었어요. 80년대는 제가 초등학생이라 그 시절 사건에 대해 잘 몰랐죠. 그리고 지금 제가 사는 시대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면, 어안이 벙벙해요. 영화와 정치적인 부분을 연결시켜 홍보하는 것은 영화 마케팅을 하시는 분들이 하실 일이에요. 제가 뭐라고 말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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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장혁/사진제공=sidusHQ


영화와 정치에 대한 선을 긋는 장혁. 그런데 영화 속 그가 맡은 최규남은 검찰 조사 중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떠오르게 한다. 시기나 인물 자체는 다르지만 엘리트로 수사기관의 요직에 있었다는 점은 김 전 실장을 연상시킨다. 장혁은 이런 캐릭터에 대해 조금 다른 시선으로 봐 달라고 했다.

"저를 보면 누군가를 떠올리면 안되요. 안티고니스트죠. 제 캐릭터는 상대에게 고난과 역경을 주는 인물이에요. 사익을 추구하는 인물들과는 또 달라요. 이 인물은 자기 나름의 원칙과 소신을 갖고 있죠. 자리에 있는 사람은 바뀌고, 그 자리에 자신이 앉았을 때 타협은 없다고 해요. 그게 개혁 같은 느낌이었죠. 그래서 저는 누군가를 넣고, 과거와 미래를 보는 게 아니었어요. 새로운 시선으로 봐야 되요."

'보통사람'은 정치적인 것과 연관성을 떠나 손현주의 출연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그의 존재는 장혁에게도 남달랐다.

"작품을 선택하기에 앞서 현주 형이랑 영화를 같이 해보고 싶었어요. 이번에 공교롭게 같이 할 기회가 맞아 떨어졌죠. 그리고 선배님의 존재는 제가 이 작품을 선택하는 비중을 크게 했죠. (연기로) 제 롤모델은 아니지만 인생 선배로 존경하는 선배님이거든요."

장혁은 손현주가 연기를 할 때 꾸미지 않아 좋다고 했다. 그 덕분에 호흡도 잘 맞았다고 즐거워 했다. 여기에 감독이 연기를 마음 껏 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 노는 느낌으로 연기를 할 수 있었다며 기뻐했다.

'보통사람' 촬영을 하면서 즐겁게 놀았다는 장혁은 진짜 한 대 때리고 싶을 만큼 못된 모습을 보여줬다. 연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다. 그는 극중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안티고니스트(적대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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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장혁/사진제공=sidusHQ


장혁은 '보통사람' 개봉으로 지난해 안방극장에서 시청률 대결을 했던 김래원과 관객 몰이 대결을 벌이게 된다. 지난해 6월 장혁은 KBS 2TV 월화드라마 '뷰티풀 마인드', 김래원은 SBS 드라마 '닥터스'에 각각 출연해 동시간대 시청률 경쟁을 벌였다. 김래원은 영화 '프리즌'의 출연으로 '보통사람'의 개봉과 맞물리면서 흥행 대결을 펼친다.

"두 영화의 장르가 일단 달라요. 저는 그('프리즌') 장르는 그것대로 관객들이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고, 저희 작품('보통사람')은 저희 장르대로 관객들이 와서 봐주셨으면 해요. 누가 이기고 지는 게 아니라, 서로 잘 됐으면 좋겠다. 윈윈하길 바라고 있어요. 영화 관객들이 많아지면 배우들은 서로 다른 장르 영화에도 많이 나갈 수 있게 되거든요."

'보통사람'에서는 장혁 특유의 거친 액션 연기를 볼 수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12일 종영한 드라마 '보이스'에서 손에 땀나는 액션 연기를 본 것만으로 만족해야 한다. 장혁은 자신의 액션 연기에 대해 "전 액션 장인"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액션 장르를 좋아하지만 전문 액션 배우의 욕심은 없어요. 제가 잘 하는 것 중에 하나가 액션이고, 그게 연기를 할 때 잘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일 뿐이죠. 때문에 저는 이것(액션)만 가져가야 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연기에 자신감 넘치는 장혁. 그 모습이 제법 여유로웠다. 유연해졌다는 표현이 더 맞는 듯 하다. 특히 연기에 있어 매번 변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는 그다. 한 때 TJ라는 이름으로 가수 활동도 했던 장혁이기도 하다. 다시 한 번 마이크를 잡고 무대에 오를 생각은 없을까 묻자 호탕하게 웃는다.

"그 때(2000년, 1집 앨범 '일월지애' 발매)는 배우들이 다른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 뮤직비디오에 출연했었어요. 뮤직비디오에 많이 출연할 수 있는 게 본인의 앨범을 내는 거였죠. 저 역시 그 것 때문에 TJ를 했어요. 사실 무대에는 하지 않기로 했었는데, 방송(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으면 뮤직비디오가 TV에 나올 수 없었어요. 그래서 '인기가요'도 한 달 동안 하게 됐었어요. 사실 저는 그게(가수) 제 무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배우로 연기에 대해 얘기하면 흥분이 되는데 이거는 전혀 그렇지가 않아요."

40대에 접어든 장혁은 앞으로도 활발한 연기 활동을 벌이겠다고 했다. 나이를 탓하지 않았다.

"지금 제 나이는 포항제철 가서 철근도 뜯어 먹을 수 있는 젊은 나이에요. 하하하. 제가 20대 때는 연기를 의리로 했고, 30대 때는 막 했어요. 지금은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가면서 50대를 준비해야 할 때죠. 앞으로 영화는 안티고니스트 같은 단면적인 부분을 많이 보여드리려고 하고 있어요.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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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장혁/사진제공=sidusH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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