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WBC가 다저스타디움을 달군다

장윤호 기자 / 입력 : 2017.03.21 08:27 / 조회 : 1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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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카전서 결승 2점 홈런을 떄려낸 지안카를로 스탠튼(오른쪽) /AFPBBNews=뉴스1


제4회째를 맞은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클라이맥스로 접어들었다. 16개국으로 시작한 대회 본선이 두 번의 라운드를 통해 4강으로 압축됐다. 이제부턴 모든 것이 단판승부다. 오늘부터 사흘간 LA 다저스타디움에서 4강전 두 경기와 결승전으로 4번째 WBC 챔피언을 가리게 된다.

한국이 대회 사상 처음으로 안방인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벌어진 1라운드에서 맥없이 탈락하는 바람에 한국 팬들로선 이번 대회가 남들만의 잔치가 되어 버린 것이 아쉽지만 대회의 열기는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야구의 종주국이자 개최국이면서도 이 대회에서 그동안 신통치 못한 성적을 올려왔던 미국이 2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대회 디펜딩 챔피언이자 강력한 라이벌인 우승후보 도미니카공화국을 상대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4강 티켓을 거머쥐면서 이 대회에 대해 시큰둥하던 미 현지 분위기도 조금씩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미국은 4강전에서 대회 통산 3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일본과 22일(한국시간) 결승 티켓을 놓고 다저스타디움에서 격돌한다. 미국은 에이스 크리스 아처(탬파베이 레이스)가 본인의 출전 희망에도 불구, 끝내 4강 라운드 출격이 불발됐지만 대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마무리투수 마크 멜란슨이 합류해 전력을 보강하며 이번에는 우승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워싱턴 내셔널스 우완투수 태너 로아크를 일본전 선발로 내보낸다.

이번 대회에 나서는 미국의 타선은 두말할 필요 없는 막강 그 자체지만 문제는 투수진이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일본과의 4강전에서 로아크를 내보내기로 결정했고 여기서 이긴다면 결승전에선 마커스 스트로맨(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선발로 나설 예정이다. 로아크는 지난 12일 도미니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1.1이닝동안 3안타로 3실점해 평균자책점 20.25의 부진한 성적으로 보이고 있으나 지난해 워싱턴에서 16승10패, 평균자책점 2.83을 기록했던 투수인 만큼 충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이번 대회 첫 경기에서 콜롬비아를 상대로 4이닝 퍼펙트 피칭을 했던 아처가 결승라운드 선발 등판을 준비해왔으나 갑자기 대표팀에서 교체된 것이다. 아처는 이번 등판을 위해 지난 17일엔 마이너리그 경기에도 등판하는 등 실전감각을 유지했으나 미국팀의 짐 릴랜드 감독이 로아크와 스트로맨을 4강과 결승전 선발로 낙점하면서 22일 일본전 대신 23일 탬파베이의 시범경기에 나서게 됐다.

이번 결정은 아마도 로아크가 지난 19일 도미니카공화국과의 경기에 등판 예정으로 알려졌다가 결국 던지지 못한 뒤 워싱턴의 더스티 베이커 감독이 격노했다는 보도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워싱턴 선수인 대니얼 머피도 지금까지 6경기를 치르는 동안 6타석밖에 나서지 못하는 등 자기 팀의 스타선수들이 WBC 대표팀에서 제대로 출장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것이 베어커 감독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탬파베이는 아처의 WBC 등판을 그리 반기지 않는 입장이었기에 그 때문에라도 아처 대신 로아크가 나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돌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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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전서 결승 홈런을 쳐낸 쓰쓰고(왼쪽) /AFPBBNews=뉴스1

한편 이번 대회에서 6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일본은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와 마에다 겐타(LA 다저스), 다르빗슈(텍사스 레인저스) 등 메이저리거들이 대부분 빠진데다 과물투수 겸 타자인 오타니 쇼헤이(니혼햄)까지 부상으로 제외돼 최상의 전력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일본은 올해 대진운에서 상당한 혜택을 봤다고 할 수 있다. 첫 2라운드를 모두 홈에서 치른 것은 물론 1라운드에서 가장 까다로운 상대였던 쿠바가 예전에 비해 훨씬 전력이 떨어지는 팀이었고 더구나 서울라운드에서 라이벌 한국이 일찌감치 탈락하는 바람에 2라운드에선 가장 껄끄러운 한일전까지 피했기 때문이다. 결국 일본은 6전 전승을 거두는 동안 고전한 경기는 승부치기까지 갔던 네덜란드전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이 대회에서 두 번이나 우승한 일본을 놓고 단순히 대진 운이 좋아 4강까지 왔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일본 밖에서는 이름이 알려진 선수들이 별로 없을지 몰라도 모두 탄탄한 기량을 갖춘 선수들인데다 특유의 조직력으로 뭉쳐있어 미국 입장에서도 결코 방심할 수 없는 상대다. 일본은 20일 LA 다저스와의 연습경기에서 9회말 2사후 2타점 역전 결승타를 맞고 2-3으로 고배를 마셨으나 시종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로 대등하게 맞서 호화군단 미국과의 4강전도 호락호락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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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을 거둔 베네수엘라전서 홈으로 들어오는 앙헬 파간 /AFPBBNews=뉴스1

한편 또 다른 준결승은 푸에르토리코와 네덜란드의 대결로 펼쳐진다. 2라운드에서 대회 톱2 우승후보로 꼽혔던 미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을 꺾는 등 이번 대회에서 파죽의 6전 전승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푸에르토리코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흥미로운 팀 중 하나다. 프란시스코 린도어(23,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하비에르 바예즈(24, 시카고 컵스), 카를로스 코레아(22, 휴스턴 애스트로스) 등이 포진한 내야진은 메이저리그 최강의 젊은 올스타들의 집결체라고 할 수 있고 빅리그 최고의 안방마님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34,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백전노장 베테랑 카를로스 벨트란(39, 휴스턴)의 리더십은 팀을 떠받치는 든든한 기둥이다. 지난 2013년 대회 결승에서 도미니카공화국에 우승을 내줬던 아쉬움을 이번 대회 우승으로 씻어내겠다는 의지에 불타고 있다. 코레아(타율 0.375, 2홈런 7타점), 린도어(0.389, 2홈런), 벨트란(0.471) 등이 이끈 푸에르토리코 타선은 6경기에서 51점을 뽑아내는 막강한 파괴력을 보여주고 있다.

푸에르토리코의 약점은 화려한 타선에 비해 투수진, 특히 불펜진이 두텁지 못하다는 것이 지적됐으나 이번 대회에서 에드윈 로드리게스 감독은 5명의 선발진을 돌리고 불펜진을 완벽하게 기용하면서 막강한 타선을 자랑하는 미국, 도미니카공화국, 베네수엘라, 멕시코 등을 상대한 첫 6경기에서 단 15점만을 내주는 짠물피칭을 보였다. 네덜란드와 4강전엔 밀워키 브루어스의 우완투수 호헤 로페스가 선발로 나서는데 만약 그가 초반에 무너진다면 헥터 산티아고와 호세 베리오스(이상 미네소타 트윈스)가 소방수로 대기하고 있다.

이에 맞서는 네덜란드는 4강전을 앞두고 그동안 팀의 주포로 활약했던 뉴욕 양키스 유격수 디디 그레고리우스가 어깨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하면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으나 또 다른 슈퍼스타 빅리거가 팀에 합류하면서 그 어두움을 바로 밀어냈다. 바로 이번 4강전과 결승전이 펼쳐지는 다저스타디움을 홈구장으로 쓰는 다저스의 클로저 켄리 잰슨이 합류한 것이다. 잰슨의 가세로 인해 푸에르토리코 입장에선 그가 마운드에 올라오기 전에 확실하게 리드를 잡아놓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고 경기에 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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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전서 연타석 홈런을 폭발시키며 홀로 5타점을 쓸어담은 발르디미르 발렌틴. /AFPBBNews=뉴스1

네덜란드의 강점은 빅리거들이 대거 포진한 타선이다. 단지 잰더 보가츠(보스턴 레드삭스), 주릭슨 프로파르(텍사스 레인저스), 그레고리우스, 안드렐턴 시몬스(LA 에인저스), 조나단 스쿱(볼티모어 오리올스) 등이 모두 2루수 또는 유격수로 포지션이 겹친다는 것이 문제였는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타격코치이기도 한 헨슬리 뮬런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보가츠를 3루, 프로파르를 외야, 그레고리우스를 지명타자로 배치해 모두 라인업에 포함시켰다. 그런데 지명타자로 맹활약하던 그레고리우스(타율 0.348, 1홈런 8타점)가 부상으로 빠진 것이 뼈아프다. 하지만 일본무대에서 맹활약하는 아시아 홈런왕 블라드미어 발렌틴(야쿠르트)이 타율 0.519와 3홈런, 10타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고 프로파르(0.522)와 시몬스(0.333)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지금까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보가츠(0.211)과 스쿱(0.261)이 제 페이스를 찾으면 푸에르토리코 투수진을 충분히 공략할 수 있는 화력을 갖춘 팀이다.

문제는 릭 밴덴헐크가 선발로 나서는 투수진이 잰슨이 등장할 때까지 푸에르토리코의 폭발적인 타선을 얼마나 막아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투수진이 최대한 버텨주고 타선이 푸에르토리코의 마운드를 공략해 리드를 잡아준다면 다저스다디움의 철벽 수문장 잰슨이 푸에르토리코의 저승사자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한편 이번 준결승과 결승에서는 투수들의 투구 수가 95개까지 허용된다. 이는 2라운드의 80개에서 15개가 더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주목할 규정은 30개 이상을 던진 투수는 무조건 하루를 쉬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규정은 대회 일정상 21일 벌어지는 푸에르토리코와 네덜란드 4강전 승자에겐 사실상 있으나마나한 규정이다. 30개 이상을 던져도 22일 하루를 쉬기에 23일 결승전엔 던질 수 있는 것이다. 반면 22일에 4강전을 치르는 일본과 미국은 이 경기에서 30개 이상을 던진 투수는 모두 결승전에서 던질 수 없기에 구원투수들의 투구수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하는 불리함을 떠안게 됐다. 한편 연장 11회부터는 주자를 1, 2루에 놓고 공격을 시작하는 승부치기 규정은 결승 라운드에서도 계속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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