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샤 on Air] 中 기자가 본 '한중전 분위기' 그리고 '반한 감정'

창샤(중국)=김우종 기자 / 입력 : 2017.03.21 06:02 / 조회 : 5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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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한국 대표팀의 훈련을 보기 위해 몰려든 중국 취재진. /사진=뉴스1






지난 19일 중국 호남성 주도인 창샤에 위치한 황화 국제공항. 대표팀 선수단을 기다리고 있는 글쓴이를 향해 한 중국인이 영어로 말을 걸어왔다. "오늘 한국 선수단이 도착하느냐. 그들의 입국 게이트는 어디인가."

당시 글쓴이는 다른 입국 게이트서 한국 본진보다 먼저 따로 도착하는 정우영(28,충칭리판)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저쪽 국제선 입국장을 통해 들어온다."고 답했다. 이어 번뜩 생각이 들어 "근데 그것을 왜 묻는가"라고 말했다. 최근 좋지 않은 반한 감정이 떠오른 탓이었다. 그러나 기우였다. "아, 우리도 한국 대표팀 취재를 하러 나왔다." 그들은 두 명이었고 차이나 포토 에이전시에 속한 기자들이었다.

결전의 시간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23일 오후 8시 35분(이하 한국시간) 창샤 허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6차전(JTBC, 네이버스포츠, 아프리카TV 생중계)을 치른다. 상대는 리피 감독이 이끄는 중국이다.

창샤에 도착한 대표팀은 20일 허난시민운동장에서 첫 훈련을 소화했다. 이날 한국 취재진의 모습을 담기 위해 많은 중국 취재진이 몰렸다. 약 30명 가까이 됐다. 그 중에는 앞서 공항서 만났던 취재진도 있었다. 반가웠다. 촹이라고 자신의 이름을 밝힌 그는 스포츠와 정치 등을 두루 취재한 경험이 있었다. ACL 취재를 위해 한국도 여러 차례 오갔다고 했다.


하루 만에 다시 만난 촹 기자는 "오늘은 중국 축구 대표팀이 훈련 모습을 공개하지 않았다"면서 자신의 무리들을 가리킨 뒤 "봐라. 그래서 여기에 중국 대부분의 취재진이 몰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공항서 그는 한중전 분위기에 대한 상황을 전한 바 있다 "이번 한중전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다. 창샤에서 한중전을 유치한 것도 이곳이 행운의 장소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A대표팀이 이곳에서 경기를 할 때면 늘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광저우에서 왔다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킴(金)'을 아느냐. 그가 이번에 왔느냐"고 물었다. 김영권에 대한 이야기였다. 김영권은 지난해 9월 상하이 상강전에서 헐크를 막다가 왼쪽 정강이뼈 부근 골절상을 당했다. 촹은 또 다른 '킴(金)'을 글쓴이에게 물었는데, 바로 그는 '베테랑' 김형일(33,광저우 에버그란데)을 말하는 것이었다.

대화를 나누다가 조심스럽게 먼저 '사드(THAADㆍ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순간, 그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대답하는데 있어 다소 난색을 표했다. 이어 돌아온 답은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이다. 물론 반한 감정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앞서 만난 한 여성이 나한테 '공항에 누가 오느냐. 한국 축구 선수들? 사~드'라며 고개를 젓더라.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 정치는 정치, 축구는 축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글쓴이에게 "당신도 사드를 찬성하느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다음 정부서 그럼 정책이 바뀔 가능성은 없는 건가"라고 되묻기도.

당초 한국 선수단과 취재진은 사드 사태로 인한 중국의 반한 감정을 경계하고 걱정했다. 이에 대한축구협회는 앞서 아시아축구연맹(AFC)에 한국 선수단 및 응원단에 대한 보호를 공식적으로 요청한 바 있다.

중국 공안 당국도 만에 하나 벌어질 불상사를 막기 위해 '철통 경호'를 펼치고 있다. 선수단 숙소부터 훈련장까지는 소요되는 시간은 약 20분. 이동하는 내내 삼엄한 경호가 펼쳐졌다. 중국 공안은 직접 한국 선수단과 스태프, 취재진들의 버스를 앞뒤로 호위했다. 길에 있는 교통경찰들의 도움까지 받으며 차량 통제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과거 중국에 많이 와봤지만 이렇게까지 경호에 신경을 쓰는 건 본 적이 없다. 차량 통제를 하는 것도 처음 본다"고 말했다. 촹 기자 역시 "이곳 안전 문제는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정치·외교적 한중 관계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창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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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통 경비를 펼치고 있는 중국 공안. /사진=김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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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안의 경호 속에 훈련을 하고 있는 대표팀.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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