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피겨스' 미녀도 여전사도 아닌 '진짜배기' 걸크러쉬②

[★리포트]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7.03.20 14:02 / 조회 :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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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히든 피겨스' 스틸컷


기분 좋은 실화. 영화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는 인종과 성에 대한 편견을 날려버린 여성들의 이야기다. 뛰어난 능력과 의지, 시대를 앞서 나간 비전으로 차별과 편견에 맞선 세 주인공들의 모습을 경쾌하고도 희망적으로 그리며 색다른 감흥을 안긴다. 미녀나 여전사 판타지와는 또 다른, 피부에 착 감기는 기분좋은 걸크러시다.


'히든피겨스'의 배경인 1961년은 미국-소련의 우주개발 경쟁이 극에 치달았던 시대, 동시에 학교며 버스, 화장실까지 따로 써야 했던 인종차별이 너무나 자연스러웠던 시대다. 나사(NASA, 미 항공우주국)에서 일하는 세 여성, 천재적 수학자임에도 계산기 취급을 받아야 했던 전산원 캐서린 존슨(타라지 P.핸슨), 흑인 여성이란 이유로 엔지니어 자격을 얻지 못했던 메리 잭슨(자넬 모네), 승진 기회를 번번이 놓쳐야 했던 도로시 본(옥타비아 스펜서)이 영화를 이끈다.

이들 세 사람은 수학자로, 엔지니어로, 프로그래머로 NASA의 발전과 미국의 우주사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실존인물이다. '히든 피겨스'는 다른 많은 것들의 역사와 마찬가지로 백인 남성 위주로 작성된 NASA의 역사를 이 숨겨진 사람들(Hidden Figures)을 통해 다시 조명한다. 인종과 성, 이중의 편견에 부딪쳤던 세 흑인 여성은 남자들의 혼을 쏙 빼놓는 미녀도, 거친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여전사도 아니다. 성격도 능력도 다른 세 여성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세상에 맞서며 결국 능력을 드러내고 인정받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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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히든 피겨스' 스틸컷


영화는 총과 횃불을 들고 나서 투쟁하는 것만이 박탈당한 기회를 얻을 유일한 방법이 아님을 조심스럽게 그려 보인다. 맡은바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능력을 드러내는 것, 프로답게 부딪치는 것만으로 세상을 바꿔놓은 여성의 이야기는 수없이 보아 온 미녀-여전사 걸크러시 영화들과는 또 다른, 부드럽지만 당당한 여성의 힘을 실감하게 한다. 수많은 평범한 흑인들이 희생되고 흑인운동가들이 목숨을 잃어야 했던 잔혹한 현실에 비해 다분히 희망적이고 낙관적인 이야기가 아닌가 싶은 대목도 있다. 하지만 이 모두가 판타지가 아니라 그녀들이 이뤄낸 실제라는 점은 뭉클함을 더한다. 지난 시간과 현재를 자연스럽게 돌아보며 희망과 낙관을 품게 한다.


'히든 피겨스'는 한 주 앞서 개봉한 엠마 왓슨의 디즈니표 실사영화 '미녀와 야수', 한 주 뒤에 개봉하는 여전사 스칼렛 요한슨의 SF 액션 '공각개동대:고스트 인 더 쉘'의 사이에서 개봉한다. 진취적 여성상을 앞세웠다는 미녀, 누드를 연상시키는 전투복으로 전투를 벌이는 여전사가 나오는 애니메이션 원작영화의 틈새.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세상과 싸워 이겨낸 진짜 여성들의 이야기는 앞뒤 두 작품과는 또 다른 감흥을 전한다. 곱씹을수록 뭉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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