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호 "호가 春山, 봄산처럼 살고 싶다"(인터뷰)

영화 '보통사람'의 김상호 인터뷰

이경호 기자 / 입력 : 2017.03.17 14:29 / 조회 : 1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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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상호/사진제공=오퍼스픽쳐스


배우 김상호(47)가 80년대 정권에 가려진 진실을 파헤치는 사회부 기자로 돌아왔다. 권력 앞에서도 굴하지 않는 기자다.

김상호는 오는 23일 개봉될 영화 '보통사람'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영화는 보통의 삶을 살아가던 강력계 형사 강성진(손현주 분)이 나라가 주목하는 연쇄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극중 김상호가 맡은 추재진 역은 자유일보 기자로 상식 없는 시대를 안타까워하며 진실을 찾아 헤맨다. 그 진실 때문에 오래 알고 지낸 성진과 갈등을 빚기도 한다. 군사정권의 1980년대, 격동의 시절에 진실을 지키고 알리려고 했다.

목숨의 위협까지 받는 기자로 분했던 김상호는 당시 1987년(영화 속 배경)을 보낸 사람으로 어떤 느낌이었는지 묻자 "부끄러웠다"고 했다. 그 부끄러움이란 그 시절을 몰랐던 자신에 대한 것이었다.

"나중에 연극으로 연기를 할 때 연극하는 동기가 '넌 왜 아무것도 모르냐'고 그러더라고요. 그리고 그 시절 이야기를 들었는데 놀랐죠. 제가 그 때는 뭘 몰랐던 게 부끄러웠어요. 다들 기본적인 산수를 초등학교 때 배워서 아는데 저만 모르는 느낌이었어요. 부끄러웠어요."

그 때 그 시절을 알지 못했던 김상호. 1987년 그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궁금했다.

"87년. 그때 제가 17살이었죠. 고등학교 1학년이었는데, 학교를 그만뒀었어요. 집은 경주였는데, 대구에 가서 일을 했죠. 아, 학교는 나중에 다시 갔어요. 친구들은 3학년이었고, 전 1학년으로 말이죠. 제가 그 때 '지금 공부할 때가 아니고, 돈을 벌어야 할 때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대구에 안경공장에 가서 일을 했죠. 그 때는 시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는데도 한계가 있었고, 그 쪽으로 관심도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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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상호/사진제공=오퍼스픽쳐스


혼란, 격동의 시대였던 1980년대. 당시 시국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김상호는 20년의 세월을 보내면서 정치 쪽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 묻자 단박에 "정치는 무슨"이라고 말했다.

"그런 쪽에는 진짜 관심없어요. 사회 활동도 안 하고 있어요. 전 연기만 할 거예요. 음, 가구 만드는 것도 배우고 싶긴 해요. 하지만 제 꿈이 배우라는 직업으로만 먹고 사는 거예요. 예전에 연극하다가 그만 두고 장사도 해봤는데, 망했어요. 진짜 장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저한테 배우가 천직이라고 하는데, 그 말이 맞아요."

연기만 한다는 김상호는 '보통사람'이 현 시국과 맞물려 개봉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에는 단호했다. "아니다. 진짜 아니다"고 말이다.

"이 영화 처음 찍을 때 '개봉만 하자'는 마음이었어요. 투자 어려운 작품이었고, 손현주 형도 2년이나 기다려줬어요. 그 정도로 어려워서 진짜 개봉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리고 영화를 시작할 때는 지금 시국과 분위기가 정말 달랐어요. 그렇기 때문에 영화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서는 염두하지 않았죠. 그런데 지금 이렇게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졌네요. 그게 저희 영화 흥행에 좋을지, 나쁠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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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상호/사진제공=오퍼스픽쳐스


시국과 관계된 영화든 아니든, 김상호는 '보통사람'에서 추재진을 잘 표현해 냈다. 특히 외부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는 모습은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그는 이런 평가에 "아유, 뭘"이라며 머쓱해 한다.

"저도 시사회 때 영화 공개되고 나서 정의롭다고 하는 얘기를 들었어요. 우리는 정의롭지 않아요. 그저 다른 보통사람처럼 자기 할 일을 했을 뿐이죠. (기자로) 자기 할 일을 한 것이에요. 그리고 정의롭게 보이려고 연기한 것도 아니고요. 전, 뭔가 정해놓고 하면 그게 참 답답해요. 그러면 (연기를) 못해요."

'보통사람'에서 김상호는 손현주, 오연아, 라미란, 조달환 등 여러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손현주와 호흡은 두 말할 것도 없다면서 후배 오연아에 대해 "기가 찼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제가 영화에서 신문사에 있는 것으로 처음 나와요. 나중에 알았는데, 부장이랑 얘기하는 장면에 오연아가 있었는데, 알아서 일하고 있더라고요. 그게 사실 쉽지 않아요. 그 배우한테는 그냥 지나가는 장면일 수 있는데, 자기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더라고요. 잘 해줬어요."

극중 오연아는 추재진과 함께 일하는 사진기자 박선희다. 선희는 재진과는 묘한 분위기를 풍기기도 한다. 김상호에게 이 관계의 궁금증을 풀어달라고 하니 "로맨스 아닙니다"고 설명했다.

"저희 관계는 동료애죠. 부장한테 쓴소리 할 수 있는 선배니까 좋아한 것 같아요. 로맨스 아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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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보통사람' 스틸컷


'보통사람'에서 김상호가 시선을 사로잡는 게 하나 있다. 소품 사용인데, 바로 가발이다. 가발 사용에 대해 김상호는 껄껄 웃는다.

"감독님이 '가발 한 번 써 보실래요?'라고 제안을 했었죠. 저는 안 한다고 했다가 나중에 재차 감독님의 가발 사용 권유에 하게 됐어요. 그 때 왜 망설였냐면 제가 어차피 대머리라는 거 사람들이 다 아는데, 가발을 쓰면 극중에서 희화돼 (캐릭터가) 웃기지 않을까 싶었어요. 감독님이 괜찮다고, 자기가 책임진다고 했어요. 그래서 쓰긴 썼는데, 머리에 1kg 짜리 물건이 올라와 있는 듯 했죠. 처음에 이상했었는데, 촬영 7일 정도 됐을 때 제 머리카락이 된 것 같았어요. 자연스럽게 머리카락을 넘겼죠."

허허실실 하는 김상호의 모습은 '보통사람'에서 본 추재진과 많이 닮아 있었다. 자신이 맡는 역할은 100% 소화해 내는 배우다. 그간 드라마, 영화 등 23년 동안 수많은 캐릭터를 소화해 낸 그는 앞으로 어떤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은지 묻자 조금은 철학적인 얘기를 한다.

"전 '저녀석 또 저렇게 해?'라는 평가를 안 받았으면 좋겠어요. 참, 제 호가 춘산(春山)이에요. 제가 어릴 때 경주에 살았는데, 언덕이 있었어요. 그 곳에 봄이 되면 진달래가 폈는데, 매년 똑같은 자리에서 폈죠. 사람들은 그 것을 보고 좋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뭔가 바꾸고 할 수는 없지만, 같은 자리에서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하고 싶어요."

김상호는 연기하는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그러고 배우로 계속 존재하고 싶고, 버림받지 않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스스로 밥벌이를 하게 돼 기특하다는 배우. 그의 다음 연기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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