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 '이스라엘전 패' 한국야구 ‘AA 변방(邊方)’ 수준 추락

장윤호 기자 / 입력 : 2017.03.08 08:00 / 조회 :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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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전에 이어 네덜란드에 마저 무기력하게 패함으로써 '사실상 탈락'의 수모를 안게된 WBC국가대표팀.


WBC한국대표팀이 전력이 베일에 가려졌던, 하지만 충분히 넘어설 것으로 보였던 이스라엘에 6일 1-2 패배를 한데 이어 7일 네덜란드에 마저 0-5 무기력한 패배를 함으로써 '고척참사'를 자초했다. 대회전부터 네덜란드 전력은 우리보다 한수위로 평가됐지만 이스라엘전 패전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충격이었다.

JTBC와 네이버 스포츠(NAVER SPORTS)가 6일 서울 고척돔 구장에서 열린 2017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 개막전인 한국-이스라엘전을 중계했을 때 박찬호와 함께 한 대니얼 김 해설위원은 "이스라엘 타자들은 마이너리거들이다. 에릭 테임즈(전 NC 다이노스) 수준이 안 된다. 우리 투수들이 자신있게 던지면 된다"고 주장했다. 에릭 테임즈는 메이저리거 출신으로 한국 프로야구에 진출해 최고의 자리에 올랐고 지난 시즌 후 메이저리그 밀워크 브루어스로 복귀했다.

메이저리그 국제 부문의 고위 관계자가 과거 글쓴이에게 한국 야구를 ‘변방(邊方)’ 수준이라고 평가해 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

그런데 1904년 한국에 야구가 도입돼 113년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 야구가 이번 WBC 이스라엘전 패배로 ‘변방의 야구’가 되고 말았다. WBC 4강 신화, 준우승, 그리고 2008베이징 올림픽 전승 금메달,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 우승을 이룰 때만 해도 한국야구는 국제 무대에서 특유의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글쓴이 개인 의견으로는 메이저리그에 근접한 마이너리그 최고 단계인 트리플A 수준으로 한국야구를 평가했다.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했다. 그 2년 전 대한야구협회의 전신인 조선야구협회는 대한체육회에 가입하고 본격적으로 한국 야구 시대를 열었다.

물론 이번 WBC에 참가한 이스라엘 대표팀이 이스라엘 국적의 선수로 구성된 것은 아니다. 순수 이스라엘 성인 국가대표 출신은 2015년 6월 메이저리그 아마추어 드래프트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38라운드, 이듬해 2016년 LA 다저스에 드래프트된 투수 딘 크리머(Dean Kremer)가 유일하다. 딘 크리머도 LA 다저스의 루키, 싱글A 선수이다. 다른 선수들은 메이저리그부터 마이너리그 하위 레벨까지 뛰고 있는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스라엘이 WBC에 첫 출전한 것은 아니다. 제1회 WBC인 2006년은 예선전에 나서지 않았고, 2009년도 마찬가지였다. 2006년과 2009년에 김인식감독이 지휘한 한국야구는 4강신화와 준우승을 차지해 국제 무대에서 위세를 떨쳤다.

이스라엘은 2013년 미 플로리다주 주피터에서 열린 예선 1라운드에 참가해 프랑스와 남아프리카를 제치고 스페인과 최종전을 펼쳤으나 연장 10회 7-9로 패해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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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꺾고 기뻐하는 이스라엘 선수단.


이스라엘은 이번 2017 WBC 예선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다.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 코치 출신인 제리 웨인스터를 감독으로 선임하고 선수단의 86%에 해당하는 20명 가까운 마이너리그 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한 이스라엘은 예선전에서 영국과 브라질을 누르고 주최국 한국과 대만, 네덜란드로 구성된 A조 1라운드에 진출했다.

순수하게 국적(國籍)에 입각해 구성된 이스라엘 국가 대표 야구팀은 국제 랭킹 41위, 유럽 순위 16위에 불과하다. '이스라엘계'로 꾸려진 이번 WBC 대표팀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러니까 한국야구 국가대표팀이 WBC에서 이스라엘에 패한 것은 미국에 뿌리를 둔 600만명으로 추정되는 유태인계(Jewish)가 배출한 야구 선수들로 구성된 이스라엘 대표팀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이스라엘계의 야구 수준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고, 반면 한국야구는 성장하다가 답보 상태, 혹은 후퇴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스런 부분이다. 이미 한국대표팀이 이스라엘에 패하자 메이저리그와 일본야구계는 '충격적인 결과'로 평가했다.

김인식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도 사실 예상을 못했을 것이다. 1차전 이스라엘전을 승리한다는 것을 전제로 A조에서 가장 강하고 2013년 대만에서 열린 1라운드에서 어이없이 패했던 네덜란드전 선발 투수로 우규민을 선택했을 것이다. 선발 등판 일정에 맞춰 준비를 했을 것이기에 대만전 선발인 양현종을 급히 당겨 쓸 수가 없었을 것 같다. 이렇게 누구도 예상하기 어려웠던 이스라엘전 패배로 한국 대표팀은 모든게 엉클어지고 말았다.

이스라엘전 패배는 한국야구의 민낯을 제대로 노출했다. 이미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한국의 토종 타자들은 전력 투구를 하는 용병 투수들에게 1~2점 뽑아내기도 어려운 경기를 했다. 2016한국시리즈에서 NC 다이노스는 용병 더스틴 니퍼트가 투수진을 이끈 디펜딩 챔피언 두산을 상대로 4경기중 1, 4차전에서야 겨우 1점씩을 뽑고 4연패로 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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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WBC를 통해 한국야구의 민낯이 드러났다

한국야구는 용병과 일부 스타 선수들에 의존하는 ‘변방의 야구’로 추락하고 있다. 몸값 100억, 150억 선수들이 탄생했으나 그들의 실력에 어울리는 가치라고 보기는 어렵다. 100억이면 미화로 1000만 달러이다. 과연 그 몸값이 될까? 그 배경에는 한국야구가 세대교체에 실패했다는 사실이 감춰져 있다.

2020년 도쿄 올림픽에 야구가 주최국 추천 정식 종목으로 돌아온다. 현재 상태라면 국가대표 구성도 쉽지 않을 것 같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구본능)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회장 김응용)가 새로운 ‘한국야구 회생안’을 하루빨리 만들어내야 한다. 한국야구 사상 첫 돔 구장인 고척돔에 유치한 역사적인 WBC 서울라운드에서 한국야구는 이스라엘에 패하는 ‘역사(?)’를 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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