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웅 "여유 있는 신구 선생님처럼 될 수 있을까요"(인터뷰)

영화 '해빙'의 조진웅 인터뷰

이경호 기자 / 입력 : 2017.02.28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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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진웅/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조진웅(41·본명 조원준)이 영화 '해빙'(감독 이수연)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드라마 '시그널', '안투라지' 외에 영화 '아가씨', '사냥' 등에서 매번 색다른 모습을 보여줬던 그이기에 이번엔 또 어떻게 변신 했을지 기대감이 높다.

조진웅이 관객들과 만날 '해빙'은 얼었던 한강이 녹고 시체가 떠오르자 수면 아래 있었던 비밀과 맞닥뜨린 한 남자를 둘러싼 심리스릴러다. 조진웅, 신구, 김대명 외에 이청아, 윤세아 등이 출연했다. 오는 3월 1일 개봉된다.


'해빙'에서 조진웅이 맡은 승훈은 살인사건의 공포에 빠지는 내시경 전문 내과의사다. 그는 강남에서 병원을 개업했다 망하고 아내와 이혼, 아들 양육권까지 내준다. 그리고 미제연쇄살인사건을 유명한 경기도 신도시의 선배 병원 계약직으로 전락한다.

명예, 부, 가족까지 다 잃은 승훈을 보면 이렇게까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을까 싶어 동정심이 생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는 정육식당을 하는 집주인 부자 정노인(신구 분), 성근(김대명 분)에게 살인 행각과 관련된 수상한 점을 발견, 이후 두 사람에 대한 의심의 싹을 틔우면서 살인 사건의 악몽에 빠지며 괴로워 한다.

첫 심리 스릴러 주인공을 맡은 조진웅은 '해빙'을 통해 보이지 않는 위협, 의심으로 갖은 상상력을 자극하며 극을 이끌어 간다. 그가 하는 대사 혹은 표현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조진웅은 극의 긴장감을 더한다.


"신명 나게 했다"면서 승훈 역을 소화했다는 조진웅은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해빙'이 '4인용 식탁'의 이수연 감독이 만든 작품이라는 정보만 알았을 뿐, 시나리오의 구체적인 내용도 사실 몰랐다고 했다. 그런 그가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자신이 빠져들었기 때문이었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이게 뭐지?', '그래서 어떻게 된 거야?'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러면서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볼 때 나처럼 푹 빠져서 볼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작업을 하게 됐죠. 영화를 한다고 했는데 힘들었어요. 저는 매번 작품을 할 때마다 그런 것 같아요. 하기 전에는 재미있을 것 같은 생각을 하지만 막상 현장에 가면 '이게 뭐야? 이걸 왜 한다고 했지'라는 생각을 해요."

'해빙'에 대한 관심은 곧 조진웅이다. 앞서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한 차례 영화는 공개된 바, 역시 조진웅이었다. 그는 이런 표현에 머쓱해 한다.

"사실 쉽지 않은 작업이었는데, 연기 잘 한 건가요. 쑥스럽네요. 캐릭터가 예민함의 끝이고, 불안해요. 그런데 작업의 환경, 판을 감독님이 잘 깔아줬죠. 신명 나게 할 수 있던 이유였죠."

조진웅은 '뿌리 깊은 나무', '시그널' 외에 여러 작품을 통해 묵직하면서도 한 방 있는 연기를 펼쳤다. 시청자, 관객들을 사로잡는 그의 매력은 여느 배우들과는 또 달랐다. 사람을 끌어들이는 배우라고 해도 손색이 없지만 그는 그렇지가 않았다. 자신의 연기에 대해 참으로 이성적이고 냉혹한 생각을 가졌다.

"그 작품들은 누가 해도 인기가 많았을 거예요. '조진웅표 연기'라고 말씀하신 다면, 저도 좀 찾고 싶어요. 전 색깔이 없는 배우 같아요. 예로 어떤 배우는 ○○이라고 하면 그에 대한 색깔, 질감이 떠올라요. 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아요. 지인들에게 '내 연기 색깔은 무엇이지'라고 물어보면 다들 어렵다는 대답을 해요. 그래서 아쉽지만 굳이 저만의 색깔을 만들어야 될까 싶기도 해요. 저는 어떤 군에도 속하지 않은 것 뿐이라고 생각하고 싶어요."

어느덧 마흔을 넘긴 그는 중년, '꽃중년'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연기와 외모로 대중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그는 "부담스럽다"고 했다.

"'꽃중년'이란 표현 부담스러워요. 외모에 대한 얘기를 할 때는 부담스러워요. 그럴 때는 좀 지난 것 같기도 하고, 다른 배우들과 비교할 때는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그런 기사를 보면 그냥 죄스러워요. 죄스럽다는 말이 맞아요. 전 말이죠, 중년이라는 단어도 별로고, 꽃이라는 말도 받아들일 수 있는 DNA가 아니에요. 40대 초반이긴 한데, 중년은 아니죠. 청년은 괜찮아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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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진웅/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조진웅은 연기에 있어서는 매번 색다른 모습을 선보이려 한다. 비슷한 캐릭터라고 하더라도 스스로 똑같이 하려 하지 않는다. 그 때문일까. 조진웅이란 사람은 연기를 통해 변한다.

"저도 가끔 캐릭터 소화를 할 때 '이게 나야?'라고 놀라기도 해요. 캐릭터를 통해 성격을 배우고 있죠. 그리고 무엇보다 캐릭터(연기)를 만난 사람들이 중요해요. 그들이 저를 키운 것 같아요. 손현주, 안성기, 최민수 선배님 외에 후배들에게도 많은 것을 배웠어요. 그러면서 성격도 좋게 변한 것 같아요. 그런데 왜 아내한테 욕 먹는지 모르겠어요."

'해빙'에서 조진웅은 신구, 김대명, 이청아 등과 함께 호흡했다. 이번에도 이들에게 배운 게 있다고 털어놨다. 특히 80세가 넘은 신구가 현장에서 보여준 모습에는 눈물이 났을 정도라고 했다.

"신구 선생님 그리고 대명이, 청아 모두 좋았어요. 대명이는 제가 '미생' 때부터 좋아했고, 청아는 현장에 새침하기도 하고 털털하기도 했죠. 신구 선생님이야 말 할 필요도 없었죠. 특히 선생님 연륜이 있으셔서 걱정 많이 했어요. 병원 세트장이 더워서 선생님 건강이 괜찮을까 싶었어요. 신구 선생님이 '따뜻한데'라고 하시더라고요. 티 안 내시려고 하시는데 대단했죠. 가장 어른이신데도 저희 위에 군림하려고 하시지 않았어요. 여유를 가지고 (연기) 하시는데 제가 그 나이 때 저렇게 될 수 있을까 싶었죠. 걱정하는 저희에게 오히려 '뭘 그런 거 신경 써'라고 하시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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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진웅/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조진웅이 그동안 했던 캐릭터를 떠올려보면 대부분 유쾌하고, 불의를 보면 못 참을 것 같은 남자다움이 있다. 물론 '해빙'에서도 예민하긴 하지만, 나름 사건을 풀어내는 과정 속에서 정의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실제 조진웅도 그럴 것 같지만 그는 두 손을 들어 손사래를 친다.

"저는 경이롭고, 유쾌하지 않아요. 또 불의를 보면 돌아보죠. 그러나 제가 만약에 어떤 일을 하려고 하면 끝장을 봐야 해요. 누가 계속 걸고 넘어질 때가 있는데, 그러면 전 끝까지 해보자는 성격이죠. 그래서 피곤해요."

조진웅은 정의로워 보인다는 이미지를 심어준 형사 이재한 역으로 출연한 '시그널'을 언급하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닮고 싶지 않은 캐릭터가 있는데 이재한이에요. 그 놈 아주 예민하고 성격 더러워요. 그냥 넘어가도 될 일인데, 뭔 오지랖이 그렇게 넓은지 아주 피곤해요. 적당한 것을 몰라요. 그래서 짜증나요. '시그널' 힘들었어요. 시즌2 한다고 하면 안 한다고 김은희 작가한테도 얘기했어요."

매번 새로운 캐릭터로 대중을 즐겁게 하는 조진웅이다. '해빙'에서는 90kg에서 18kg의 체중 감량을 할 정도로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다. 앞으로 또 어떤 캐릭터로 대중을 찾게 될지 궁금해 하자 "작업 선정에 있어서 보다 신중해 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어떤 캐릭터로 대중을 만나야 할 지 생각해야 하는데, 제가 현혹되어서 빠져 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배우로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캐릭터에 빠지고 나서 그 작품을 한다고 했을 때 전, 후 사정을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이번 '해빙' 때도 그랬거든요."

조진웅은 영화 개봉을 앞두고 "흥행에 부담감은 없다. 관객들의 평가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자신이 신명 나게 연기한 것에 후회 없는 모습이다. 자신감 넘치는 그의 활약이 흥행으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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