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기억해주세요"..17세 소녀 김향기의 작은 외침(인터뷰)

영화 '눈길' 김향기 인터뷰

김미화 기자 / 입력 : 2017.03.01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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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향기 / 사진=김휘선 기자


배우 김향기(17)는 참 바르고 싹싹하다. 아직 17살 소녀임에도 어른스럽고 침착한 모습도 인상적이다. 작품에서 밝은 에너지를 뽐내는 김향기를 실제로 얌전하고 조심스러웠다. 김향기는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 '눈길'(감독 이나정) 인터뷰에서 자신의 소신을 밝히고, 책임감을 전하며 어른들을 감동 시켰다.

영화 '눈길'은 일제 강점기 서로 다른 운명으로 태어났지만 같은 비극을 살아야 했던 종분(김향기 분)과 영애(김새론 분) 두 소녀의 가슴 시린 우정을 다룬 감동 드라마다. 지난 2015년 KBS1TV에서 3.1절 특선 드라마로 방송됐던 것을 영화 버전으로 재편집해 개봉한다.


김향기는 인터뷰를 통해 종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에 출연한 소감과, 배우로서의 꿈 등 자신의 이야기를 펼쳤다.

최근 진행 된 언론배급시사회에서 가슴에 위안부 할머니를 후원하는 나비 배지를 착용해 주목 받았다. 김향기는 예전부터 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많았느냐는 질문에 쑥스럽게 웃으며 '눈길'을 통해 위안부 문제에 관심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 전에는 저도 알고만 있었지, 깊이 생각하지는 못했어요. 영화를 촬영하기 전 미리 자료 조사를 하면서 정말 충격을 받았죠. 그런 사실을 알게 되면서 '내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 '이것을 잘 연기해서 관객에게 많이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이것을 잘 표현하면 많은 분들이 진실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런 책임감이 많이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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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향기 / 사진=김휘선 기자


자신이 출연한 영화지만 김향기에게 '눈길'은 슬픈 역사 그 자체다. 김향기는 영화 속에서 위안부 수용소로 가기 위해 소녀들이 기차 타고 가는 장면이 아직까지 가슴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영화 속에서 '엄마가 기다릴텐데..'라고 혼자 중얼거리는 장면이 있어요. 어린 나이에 끌려와서 무섭고 두려웠던 마음이 아직 기억에 남아요. 또 종분이가 가족을 만나야겠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돌아왔는데 집에 아무도 없었을 때, 그 순간만큼은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힘들 때 마다 살아서 돌아가서 가족을 만날 생각을 했었잖아요."(김향기는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리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눈길'은 삼일절인 3월 1일 개봉한다. 지난해 영화 '귀향'이 삼일절에 반향을 일으켰던것처럼, '눈길'도 관객의 발길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영화가 3월 1일 날 개봉하는게 참 뜻깊어요. 큰 의미인 것 같아요. 아마 모든 분들께서 영화를 보시면 한 마음일 것 같아요. 그 마음을 쭉 잊지 않고 책임감을 가지고 극장을 나오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눈길'에 출연하기 전 (위안부 문제에 대한)자료 조사 하면서 많은 충격을 받았어요. 그것을 보면서 내가 더 열심히 연기해야겠다, 내가 열심히 표현해서 많은 분들이 진실을 알도록 해야겠다 하는 책임감이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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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눈길' 스틸컷


뜻깊고 의미 있는 작품이지만, 힘든 작품인만큼 '눈길'을 쉽게 선택하지는 안았을 터. 벌써 10년 차 배우인 김향기는 시나리오 봤을 때 느껴지는게 있거나, 두 세번 읽었을 때 와닿으면 그 작품을 하고 싶은 생각이 커진다고 말했다.

"'눈길'은 힘들었던 작품인만큼 스스로에게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아요. 연기적으로도 실존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시사회 때 영화를 보고 너무 많이 울었어요. 내가 찍었지만 목이 메고 답답했어요."

여섯 살에 데뷔했던 김향기는 벌써 고등학생이 됐다. 아역에서 성인배우가 되는 과정에 서 있는 만큼 걱정과 고민도 많을 터. 김향기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20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걱정 되고 고민 되죠. 이제 뭔가 새로운 작품을 선택해야 할 나이가 다가오잖아요. 고민은 되는데 아역 이미지를 꼭 탈피하고 어른스럽게 하겠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너무 부담스러울 것 같아요. 그때 나이에 맞는 역할 성실히 하면서 한단계씩 성장해 나가면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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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향기 / 사진=김휘선 기자


벌써 연기 경력 10년차가 훌쩍 넘은 김향기. 그의 데뷔작은 여섯살 때 유승호와 함께 한 영화 '마음이'다. 당시 김향기는 아무것도 모르고 현장을 찾았고, 엄마가 읽어주는 대본을 잃고 연기했다고 회상했다.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었어요. 대본을 읽을 때 지금은 혼자 읽지만 그 때는 엄마가 동화 읽듯 이야기 해줬어요. 그러면 제가 그 이야기를 듣고 울면서 불쌍하다고 엄마 이야기에 반응했어요. 그런 기억이 나요. 그때는 그 곳이 촬영장이라는 생각이 들기보다는 실제처럼 다가왔어요. 그때 (유)승호 오빠가 6학년때였거든요. 처음 같이 작품을 하는 배우인데 승호오빠가 너무 잘해줘서 고마웠어요. '마음이' 속 내 모습을 보면 약간 웃긴 것 같아요. 저 장면 찍을 때 내가 무슨 생각하고 어떻게 찍었나 생각 들기도 하고요. 대사를 할 때도 정말로 그냥 대사 치는 것처럼 하는 것도 있더라고요. 그런거 보면서 웃기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저를 보는 것 같지 않았어요."

지금까지 보여준 것보다, 앞으로 보여줄 것이 더 많은 배우 김향기. 그는 연기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연기에 대한 애착이 큰 만큼 자신만의 생각도 확고했다.

"초심을 잃지 않는 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에요. 물론 연기도 잘해야겠지만, 연기를 잘한다는 기준이 다르잖아요. 배우마다 그 사람이 연기할 때 느껴지는게 다르니까 초심을 잃지 않고 변하지 않는다면 좋은 배우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제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더 열심히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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