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인의 쏙쏙골프] '시간촉진룰'은 골프 逆주행

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 / 입력 : 2017.02.27 07:22 / 조회 : 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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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골프 경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시간 촉진룰'을 도입한다고 합니다.

영국 언론은 최근 "R&A가 오는 6월 열리는 브리티시 아마추어골프대회 예선부터 준비된 선수가 먼저 공을 치는 '레디 골프(Ready Golf)' 규정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R&A는 일단 아마추어 대회에서 이 규정을 적용해 본 뒤 프로에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한답니다.

R&A 골프 규칙에는 '홀에서 가장 먼 선수가 먼저 플레이를 한다'고 규정되어 있죠. 우리나라 주말 골퍼들도 대부분 지키는 규정이긴 합니다(물론 진행상 캐디의 독촉에 의한 것이지만). 그러나 이 규칙 때문에 경기 시간이 지연되는 상황도 생길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장 짧게 친 선수의 공이 페어웨이를 벗어나 깊은 러프 속에 잠겨 찾는 데 시간이 걸려도 같은 조 나머지 선수들은 이 골퍼의 플레이를 계속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죠(규정상 5분 이상 지체할수 없음).'레디 골프' 규정을 적용하면 남은 거리에 관계없이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상황에선 준비된 골퍼가 먼저 플레이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R&A 측은 '레디 골프'로 경기 시간 단축 효과를 본 사례로 지난해 8월 아일랜드에서 열린 아이리시 클로즈챔피언십 대회를 들었습니다. 당시 강풍으로 1라운드 18홀 평균 시간이 5시간 15분이나 걸렸는데, 2라운드에서 '레디 골프'룰을 도입하자 4시간 30분으로 1라운드보다 45분이나 줄었다는 것입니다.마틴 슬럼버스 R&A 회장은 "시간 단축은 골프 발전에 중요한 요소"라며 "어린 선수들이 보고 배우는 롤 모델인 프로 골퍼들도 시간 단축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R&A에서 정하면 우리나라를 포함, 모든 나라의 프로-아마골프 협회에서 지켜야 합니다. 그러나 시간촉진룰은 골프의 원칙과 정신에 위배되는게 아닐까요? 시간 단축이 플레이 자체를 위축시켜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아마추어들이 흔히 당하는 일이지만, 진행이 늦다고 캐디가 재촉해서 플레이를 망치는 일이 한두번이었습니까? 그런 플레이는 천박하기도 하고요.

우리 뇌는 두가지 지시나 생각이 들어가면 혼란을 일으킵니다. 예를 들어, 플레이하면서 회사 업무나 집안 일 등 딴 생각을 하거나, 또 핸드폰 연락이 자주 오면 플레이를 망치게 됩니다. 진행에 쫓긴다고, 뒤에 늑장 플레이어를 두고 준비된 사람이 샷을 먼저 하면 미스가 나기 십상입니다.

딱 한번의 샷에 18홀 플레이가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은데, 시간촉진룰을 아마추어에게 캐디가 적용시킨다면 골프의 품위가 훼손될 수 있습니다. 프로에서는 지연 플레이에 대한 벌칙이 있고, 아마추어는 캐디들이 시간을 조절하므로 ‘레디 골프’는 불필요한 규칙개정인것 같습니다.

제가 다시한번 강조하자면, 플레이도중 진행이 늦다고 캐디가 “먼저 샷을 하세요~"라고 하더라도 뒷 사람이 샷을 끝낼때까지 기다리십시오. 준비됐다고 성급하게 샷을 하면 ‘10중 8,9’ 엉뚱한 방향으로 공이 날라가고 이후 김이 새서 기분을 잡치게 됩니다. 골프뿐 아니라 매사가 그렇지만, 한번 망치면 절대로 회복되기 힘들므로 자신의 원칙을 고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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