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on Air] '우중진담' 김성근, 선수들에 생전 첫 부탁 "힘을 달라"

오키나와(일본)=김우종 기자 / 입력 : 2017.02.21 06:05 / 조회 : 5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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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성근 감독.



"선수들에게 하나하나 힘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 이야기를 한 건 생전 처음이다"

2월 20일. 일본 오키나와에 모처럼 겨울비가 내렸다. 김성근 감독은 한화 부임 후 처음으로 훈련 취소를 결정했다. 이른바 우천 훈련 취소. 전날(19일) 연습경기에 이어 훈련 일정까지 모두 소화한 선수단은 모처럼 휴식을 취했다. 코치들과 선수들 모두 훈련 일정이 취소된 것을 몹시 반기는 듯 보였다.

사령탑인 김성근 감독의 결정이었다. 김 감독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비가 내리는데 훈련을 할 경우 다칠 수 있다. 또 감기가 걸린 환자들도 많이 보이더라"면서 "내가 훈련 취소를 한 게 아니라 여기 경기 감독관이 우천 취소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그러면서 "내가 한화 감독으로 오면서 비가 와 훈련을 취소한 경우는 처음"이라고 했다.

다른 팀이라면 경기장에 비가 내려 훈련 일정을 취소하는 게 별 일 아닐 지 모른다. 하지만 평소 훈련 강도가 높기로 유명한 한화에게는 좀 다른 이야기다. 그동안 한화는 비가 내릴 경우, 실내 훈련장이 있는 인근 이시카와 구장을 빌리거나, 고친다 구장 실내 체력 단련장에서 웨이트 훈련을 이어가곤 했다. 김 감독은 예전부터 시간을 최대한 아끼고 활용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훈련 취소 결정이 내려진 뒤 선수단은 척척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코칭스태프도 마찬가지. 그리고 김성근 감독이 홀로 감독실에 남았다. 취재진과 만난 김 감독은 "지금 사실 비가 왔지만, 여기서도 펑고는 얼마든지 칠 수 있다"고 입을 열었다. 본인이 최종 결정을 내리기는 했지만, 막상 결정을 내리자 아쉬움이 가득한 듯했다.

김 감독은 "매니저한테 훈련 취소 이야기를 전했다. 그러자 얼마 후 이철성 수석코치 대행이 문을 연 뒤 '훈련 취소라구요'라고만 묻더라. 그래서 다 결정한 마당에 '아니다'고 할 수도 없지 않은가. 만약 김광수 코치였다면 '러닝을 할까요'라는 말 정도는 덧붙였을 텐데"라며 웃었다.

이어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 중간 평가를 했다. 김 감독은 "실전을 하면서 선수들이 스스로 싸우는 방법을 찾아야 할 텐데"라면서 "일부는 잘못된 버릇과 습관들을 끝끝내 못 고치더라. 사실 내가 몇 번씩 나서려고 했다. 경기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렇게 그냥 맡긴다는 게 위험성이 있다. 계속 이렇게 기다리면 선수도 사라지고 팀도 묻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분위기로 언제까지 끌고 갈까 싶다"면서 "어느 시점에서 내가 앞으로 나설까 생각 중이다. 캠프를 앞두고 선수들한테 '너희들 하나하나 힘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런 이야기를 이전에는 내가 해본 적이 없다. 하나로 뭉치라는 이야기다. 우리라는 의식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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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범(우)의 투구를 지켜보고 있는 김성근 감독.


김 감독의 이야기는 꽤 길게 이어졌다. "번트를 하니까 다 실패더라. 이전 같으면 1천개 연습이다"며 "그런데 내가 가만히 보고 있으니 (연습을) 안 시키더라. 뭐를 의미하나 싶다"고 했다. 이어 "화가 생겨야 한다. 서로 욕도 하고, 똑바로 하라고도 하고. 이게 팀이다. 안에 뛰고 있는 선수들이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실책 하나가 나, 조직, 그리고 전체의 아픔이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예년과는 달리 한 발 떨어져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코치들이 빽빽한 세부 계획을 먼저 세운 뒤 김 감독에게 보고하는 방식이다. 김 감독은 "내가 약속을 했다. 코치들에게 맡겼다. 옆에서만 보고 있겠다고 했다"면서 "근데 이 자리(감독실 의자)가 죽겠다. 참 갑갑하다. 공기도 나쁘다. 나가고 싶은데 나가면 약속 위반이다. 그래서 선수와 코치한테 말했다. '너희들 힘을 빌려주라. 우리끼리 힘을 합치자.' 이는 감독 와서 처음 한 이야기다. 그래야 야구가 될 것 같다"고 고백했다.

선수단에게 힘을 요청한 김 감독. 끝으로 그는 "내가 어느 시점에 전면으로 나서느냐를 결정해야 한다. 한국에 돌아가기 전에 한 번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올 시즌 싸움을 못한다"면서 "21일 혹은 22일 경기가 끝난 이후가 기점이 돼야 하지 않나 싶다. 내가 쓰러지든지, 선수가 쓰러지든지. 1년 동안 밥을 먹는 토대를 만드는 게 캠프다"라면서 각오를 단단히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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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선수단의 땀과 눈물이 서린 고친다 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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