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든 "아이돌 프로듀서에서 가수로 나선 이유요?"

[★FULL인터뷰]

문완식 기자 / 입력 : 2017.02.17 07:30 / 조회 : 3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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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든 /사진제공=KQ Produce


"후회는 없어요."

이든은 그간 아이돌 프로듀서로 활동해왔다. 비투비의 '기도'와 '여기 있을게'를 작사, 작곡했고 유니크의 '레시피', '베이비라이드', '요즘뭐해?'를 작사, 작곡, 편곡했다. 또 여자친구의 '네버랜드'를 작사, 챈슬러의 '비너스'를 작곡했다. 한류스타 이민호의 '그때처럼'도 작곡했다.

그런 이든이 17일 0시 가수로서 첫 번째 싱글 'Urban Hymns'를 공개했다. 이번 싱글에는 서로 다른 매력의 '그땔 살아'와 'Stand Up'이 담겼다.

'그땔 살아'는 어반 알앤비 스타일의 곡으로, 누구나 한 번쯤은 기억 속에 있을 아련한 이별의 순간을 노래하고 있다. 가수 권진아가 피처링 참여, 서정미를 높였다. 몽환적인 느낌의 힙합곡 'Stand Up'은 '그땔 살아'와는 또 다른 이든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같은 소속사(KQ produce) 베이빌론이 힘을 보탰다.

다른 이들의 노래를 빛내 주던 이든은 왜 이제야 자신의 노래를 들고 나왔을까.

"그전에도 앨범을 내기는 했어요. 이든비치라는 팀으로 세 장의 앨범을 냈죠. 그때 가창은 하지 않고 멤버 겸 프로듀서로 일했어요. 이번에 제 이름으로 앨범을 낸 데는 회사(KQ produce)에서 가능성을 보신 것 같아요. 제가 가수를 해보는 게 어떻게 제안하셨어요. 제 음악을 들어주시는 분들이 있다면, 가능성이 있다면, 해볼만 할 것 같았어요. 그 이후로 제 음악을 찾는데 오랜 시간을 썼어요. 꼬박 1년 반 준비했어요. 후회는 없어요. 되돌아가서 다시 작업을 하라고 해도 이렇게 할 것 같아요. 최선을 다했어요."

-1년 반 짧지 않은 시간인데, 그렇게 오래 걸린 이유가 따로 있나.

▶아무래도 이든으로서 시장에 나올 때 저만의 것이 있어야 하니까요. 앨범을 왜 내야 하는지 이유가 있어야 했어요. 기존 음악에 휩쓸려서는 제 음악을 내는 게 이유가 없었고요.

-결과물은 어떤가.

▶굉장히요(웃음).

-'그땔 살아'는 이별을 얘기하고, 'Stand Up'은 꿈을 얘기하고 있는데 이런 테마를 택한 이유가 있는지.

▶사랑과 제 일, 꿈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 두 가지가 제가 살아가는 이유에요. 두 곡의 장르 자체도 온도 차이가 있죠. 두 곡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제 간절함이에요. 열망이죠. 그걸 얼마나 원하는지 집중하고 싶었어요. 제가 사랑에 있어 이별 후 얼마나 그걸 원했는지요. 'Stand Up'은 저의 일, 인생에 있어서 뭘 하는가 얼마만큼 원하고 이뤄내고 싶은지를 얘기하고 싶었어요.

-사랑에 아파하는 스타일인지.

▶많이 아파해요. 그 아파하는 걸 피하지 않아요. 올해 서른 살인데도 그래요. 그런데 다들 그렇지 않나요. 그게 영원할 것 같아요. 전 첫 사랑을 기억하는 스타일이에요. 지금껏 다섯 번 정도 사랑을 했는데 그 만남과 이별을 다 기억하고 있어요.

-사랑에 아파하지 않으려면 이별을 피하면 되지 않나.

▶이게 피한다고 피해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억지로 무너져 가는 둑을 잡아서 버틸 수 없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점점 더 사랑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하는 것 같아요.

-그러한 사랑의 기억들이 뮤지션으로서는 어떤 영향을 끼치나.

▶제 생각인데 사람들의 만남이나 헤어짐에 크게 특이한 건 없는 것 같아요. 그걸 바라보는 시각이나 느낌은 서로가 해설할 때 차이가 있는 것 같고요. '그땔 살아'를 쓸 때는 러닝머신 위에서 사는 느낌이었죠. 헤어진 자리에 박혀서, 시간도 공간도 여기에 있는 느낌이었어요. 다른 사람들의 시간은 흘러가는데 저만 멈춰있는 것 같았어요.

-'그땔 살아'가 '그때를 살아'가 아닌 이유가 따로 있는지.

▶구어체로 쓰고 싶은 것도 있었어요. '그때를 살아'와 '그땔 살아'는 느낌이 다르니까요. '그땔 살아'가 느낌이 더 오는 것 같았죠.

-'Stand Up'은?

▶음, 일어나고 싶었어요. 많은 시간을 준비하면서 제 안의 내실을 다지자고 마음 먹었어요. 내실을 다질 때는 아래를 내려보게 되잖아요. 웅크려 있어야 하고요. 일어나고 싶었어요. 제가 일어나는 것은 제 앞에서 사람들이 일어나는 것과 제가 일어나는 것 두 가지 모두를 얘기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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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든 /사진제공=KQ Produce


-뭔가 갈망이 큰 것 같다.

▶정리가 안된 듯한 갈망이에요. 저는 제가 노력한 것보다 얻고 살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나중에 누군가의 계획일 수도 있으나, 이 뒤에 제가 원하는 게 틀린 건가요. 묻고 싶었죠. 베이빌론도 가사를 홀리하게 썼어요. 베이빌론도 아마 자신의 제대로 된 시작을 앞두고 갈망이 있었던 것 같아요. 울분을 담은 곡이죠(웃음). 저는 운명론자인데, 신을 원망하지 않아요. 꼭 안 좋은 일이 생기면 더 좋은 일이 오더라고요. 신에게 뭘 들어달라는 기도는 안 하는데, 감사 기도는 하죠.

-'그땔 살아'를 함께 부른 권진아와의 작업이 궁금하다.

▶평소에 권진아씨를 팬으로서 좋아했어요. 목소리가 말을 많이 하는 가수가 참여했으면 했죠. 딕션으로 정해지는 게 아니라 보이스로 딱 담겨 있는, 그러면서 화려하지 않은 가수는 많이 없거든요. 권진아씨 밖에 생각이 나지 않았어요. 조심스럽게 부탁했는데 흔쾌히 '해드릴게요' 이랬어요. 녹음실에서 처음 만났는데 노래를 너무 잘하더라고요. 제가 녹음을 오래 하는 편인데, 권진아씨와는 40분 만에 녹음을 끝냈어요. 딱이요. 어린 나이에도 '그땔 살아' 속 감성을 살려내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어떻게 이렇게 담담하냐고 하니까 '나이 많이 보인다는 소린가요' 하면서 웃어요. 권진아씨는 어마 무시해질 것 같아요. 그 전에 같이 작업할 수 있어서 저로서는 감사하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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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진아 /사진제공=안테나뮤직


-베이빌론과 함께 작업한 'Stand Up'은 어땠나.

▶그때 저와 베이빌론의 상황이 비슷했어요. 동갑이고요. 둘 다 빠른 나이로 데뷔하는 게 아니잖아요. 격동의 20대 후반들이 느낄 수 있는 갈망이라고 할까요(웃음). 저와 베이빌론이 성격이 같지는 않아요. 좋아하는 음악도 다르고요. 물론 가는 길도 다르죠. 그래도 '전우애' 같은 게 있어요. 각자의 전쟁터에서 있었지만, 고생했다. 이런 거죠. 경쟁심은 없었어요. 제가 베이빌론을 '리스펙'해서 그런 것도 있고요. 대중들에게 드리려고 하는 게 달라요. 각자 생각이 다르고요. 베이빌론이 더 잘됐으면 좋겠어요.

-베이빌론과 다르다..이든은 어떤 뮤지션인가 그럼.

▶전 군더더기 없는 걸 좋아해요. 감정에 자연스럽고 양념처럼 꾸미려고 하지 않죠. 성격도 그렇고요. 거추장스러운 걸 좋아하지 않아요. 제 이름 이든(EDEN)은 에덴동산에서 따왔어요. 태초의 자연스러움이랄까요.

-아 이든이 그 에덴동산에서 따온 건가. 외국에서 살지는 않았나.

▶아니요. 전남 여수에서 태어났고, 중학교 때 서울로 올라왔죠. 여수에서의 삶은 좋았어요. 소파에 앉으면 바다가 보이고 뒤 베란다 앉으면 산이 보이는 곳이었죠.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제 감수성이나 상상하는 비주얼이나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너무 다행인 게, 좋은 취향을 어렸을 때부터 키운 것 같아요. 취향이 사람을 만든다고 생각해요. 뭔가 새로 접하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고, 관심사도 다양하고 이렇다 보니 음악도 이렇게 저렇게 정말 많이 들은 것 같아요. 그중에서 제게 세게 다가온 건 브리티시 팝이었죠. 간결함이 좋았어요. 그 센서티브함이요. 콜드 플레이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저, 정말 광팬이었어요. 크리스 마틴 때문에는 피아노를 치게 됐고요. 라디오헤드로부터는 우울함을 배웠죠.

클래식 음악도 꾸준히 들었어요. 고등학교 무렵에 오케스트라 교향악이나 피아노를 들을 기회가 많았어요. 쇼팽 팬이죠. 안정을 취하고 싶을 때나 나 자신을 보듬어 주고 싶을 때 많이 듣는 편이에요. 길을 걸을 때도 클래식을 듣는 편이죠. 얼마 전에 걸출한 조성진이라는 아티스트가 생겨났는데, 그의 쇼팽 발라드 참 좋아요.

군대는 다녀왔어요. 육군 55사단 신병교육대 조교로 근무했어요. 군대는 다녀와야죠. 재미있게 군생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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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든 /사진제공=KQ Produce


-음악에 있어 고집스럽게 이건 꼭 해야겠다는 게 있다면.

▶고품스러움과 절제에요. 일단 고품스럽다는 건 절제가 있어야 된다고 봐요. 정확히 저의 음악은 저를 투영하는 거거든요. 제 음악을 들으면 저를 이해하고, 저를 이해하면 제 음악을 아시는 거죠. 기품이라는 게 상류층의 그런 게 아니라 똑 같은 얘기라고 우아하게, 똑같은 섹시함이라도 우아하고, 모던하게, 기품있게 표현하는 거죠. 그래서 클래식의 무드가 전 좋아요. 제 행동이나 단어 선택에 있어서도 많은 영향을 끼쳤죠.

-프로듀서로서 아이돌과 작업도 많이 했는데.

▶비투비 친구들을 좋아해요. 비투비는 완벽주의자들이에요. 보통 녹음을 하면 한 곡을 멤버 전원이 녹음하는데, 비투비는 연속으로 16시간 걸려서 녹음 한 적도 있어요. 멤버 중에는 현식이라는 친구를 아주 좋아해죠(웃음). 가고자 하는 방향이 확실해요. 현식이와는 언제나 만족할 만한 작업을 했어요. 여자친구와도 작업을 했는데 걸그룹은, 좀 어려운 것 같아요. 대하는 게 어렵다고 할까요(웃음). 여자친구는 저와 나이 차이가 많아서 힘든 부분도 있었어요. 디렉션을 할 때도 내 말에 상처받으면 어떡하지 하고 고민도 많이 했어요. 제가 여동생이 있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그냥 그래 잘했어, 이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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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그룹 비투비(위)와 걸그룹 여자친구 /사진=스타뉴스


-그 아이돌들과 이제 음원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데.

▶글쎄요. 제 생각에는 사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곡을 만든다는 건 위험한 발상인 것 같아요. 제가 느끼는 것과 같이 느끼는 세대가 있을 거예요. 아무래도 제 노래를 듣는 타깃층과 아이돌의 타깃층은 다르겠죠. 경쟁이라기보다는 그 친구들의 팬들이 그 곡을 이 사람이 썼대. 정도로 하고 들어준다면 좋은 일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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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든 /사진제공=KQ Produce


-이든이 그리는 다음 그림은.

▶이 두 곡 말고 더 많은 곡이 준비돼 있어요. 다음 곡은 제가 생각하는 섹슈얼리티에 대해 풀어낼 예정이에요. 제 인생, 제 사랑, 제가 갖고 있는 알싸한 느낌을 풀어낼 거예요. 올해가 가기 전에는 미니 앨범을 내는 게 목표에요. 8곡 정도, 꽉 채운 걸로요. 저는 가을, 겨울에 센 아티스트라 생각해요. 가을쯤에 좋은 앨범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이든을 한 마디로 정의해달라고 하자 "장르적으로 어반뮤직을 하는 아티스트"라고 답했다.

"그런데 장르는 포장지일 뿐이에요. 저 포장 잘해요(웃음). 갖고 있는 포장지 색깔도 많죠. 하나씩 툭툭 꺼내다 보면 언젠가는 아 이든이 이래서 이랬구나 하실 거예요."

이든은 그러면서 돼지불백 얘기를 꺼냈다.

"전 난해한 건 안해요. 자기만족을 위한 음악보다는 대중을 위한 음악을 하고 싶어요. 쉽게요. 돼지불백 다 드셔 보셨죠? 흔하다면 흔한 음식인데 그중에서도 맛집이 있잖아요. 전 다 아는 그런 맛 중에 제일 맛있는 맛을 뽑아내는 게 목표에요. 그걸 위해서 밤낮을 고민 중이요. 그걸 찾을 거고, 꼭 이든의 음악으로 보여드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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