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on Air] 日국대 포수, 한화 조인성 찾아와 '가르침' 청한 사연

오키나와(일본)=김우종 기자 / 입력 : 2017.02.17 06:05 / 조회 : 2673
  • 글자크기조절
image
일본 국가대표 포수 시마(좌)와 한화 조인성. /사진=김우종 기자






일본 국가대표팀 주전 포수 시마 모토히로(33,라쿠텐)가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베테랑 포수 조인성(43,한화)을 찾아왔다. 그의 미션은 '조인성의 블로킹을 배워라'였다.

16일 일본 오키나와현 킨구장.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라쿠텐이 홈으로 사용하는 이곳에 독수리 간의 경기가 열렸다. 한화 이글스와 라쿠텐 골든이글스.

경기가 열리기 약 한 시간 전. 한화 더그아웃으로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현 라쿠텐의 배터리 코치인 후루쿠보 켄지(53)였다. 낯이 익은 얼굴. 바로 지난 2014년 11월 김성근 감독 부임 때부터 2015년 10월까지 한화의 배터리 코치를 맡았던 그 일본인 코치였다. 그는 조인성, 허도환을 비롯해 한화 선수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얼마 후 김성근 감독이 와 한 마디를 꺼냈다. "저쪽 포수가 조인성이한테 뭐 배우고 싶데. 앉아서 던졌다고 뭐." 뒤이어 조인성이 더그아웃 뒤쪽으로 지나가자 김 감독이 한 마디를 툭 쏘아붙였다. "네가 앉아 쏘니까 놀랐다고 하더라. 시마가. 잘 가르쳐줘라." 그러자 조인성이 환하게 웃으며 김 감독에게 인사했다.


일본 프리미어12 대회서도 일본 대표팀의 안방을 지켰던 국가대표 시마. 2007년 라쿠텐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한 시마는 11년째 라쿠텐에서만 뛰고 있는 일본 대표 포수다. 특히 라쿠텐이 우승을 차지한 2013년에는 생애 두 번째 베스타9에 뽑히면서 동시에 골든글러브상과 최우수 배터리상(다나카와 함께)을 수상했다. 명포수 노무라 가츠야의 지도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시마가 조인성의 블로킹을 배우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경기를 약 30여분 앞두고 조인성의 특강이 시작됐다. 장소는 야구장 밖 한 쪽. 조인성과 시마, 그리고 후루쿠보 코치와 통역까지 4명이 한 데 모였다. '한·일 야구 기술 교류'의 시작이었다.

image
자세를 직접 시범하는 조인성(오른쪽). /사진=김우종 기자


조인성은 "공을 받을 때에는 호흡도 함께 하는 것"이라면서 앞으로 대시하면서 잡는 게 아닌, 뒤로 물러나면서 잡는 자세를 취했다. 그러자 시마가 "맨손으로 잡는 자세인가?"라고 물었고, 조인성은 "그렇다. 그런 이미지"라고 했다.

조인성은 "기계에서 나오는 엄청 빠른 원바운드 공을 잡을 때 앞쪽으로 대시를 하면서 공에 부딪히는 게 아니라, 아프지 않게 (뒤로 몸을 빼면서) 살짝 안는 것이다. 어릴 때 전 블로킹 연습을 되게 강한 속도의 공으로 많이 했다. 계속 하다 보니 공을 안는 노하우를 찾았다"고 이야기했다.

조인성은 시마를 위해 특별히 '영업비밀'도 공개했다. 조인성은 "저는 속구와 변화구를 받을 때 자세가 조금 다르다. 속구는 그냥 편하게 앉지만, 변화구는 약간 자세를 기울여서 변화구를 받을 준비를 한다"고 했다. 계속해서 조인성은 "한국에서는 오히려 엉덩이를 들라고 한다. 그러나 오히려 난 더 낮게 한다. 때로는 무릎을 땅에 갖다 대고 있어도, 자동적으로 옆으로 갈 수 있는 준비도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조인성은 "일단 힘들겠지만, 블로킹을 즐기면서 하면 투수에게도 신뢰감을 줄 수 있다. 투수들이 미안하도록 만드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시마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투수가 잘 돼야 포수도 잘 되는 것이다. WBC 대표팀에서도 잘하겠지만 제가 나이 많은 선배로서 (오늘 강의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둘의 만남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조인성의 강의가 끝난 뒤 만난 시마는 "후루쿠보 코치님이 얘기하는 도중에 늘 조인성 선배를 이야기했다. '원바운드를 잘 막았다'는 그런 얘기를 늘 들어왔다. '앉아쏴'도 알고 있다. 이전(14일 라쿠텐전) 경기서도 원바운드 공을 막는 것을 보고 어떤 식으로 막는지 생각해봤다. 오늘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원포인트 특별 레슨을 마친 조인성은 "제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나쁜 공이라도 자세만 좋으면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면서 "WBC 대표팀 포수가 나한테 무언가를 물어본다는 거 자체가 영광이다.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 과거 다니시게부터 오다 코헤이, 아베, 시마까지 다 만났는데, 되게 좋은 공부가 됐다"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image
조인성의 교육이 끝난 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기자 프로필
김우종 | woodybell@mtstarnews.com

안녕하세요. 스타뉴스 김우종 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