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 음주운전 강정호, 돈트렐 윌리스의 교훈

장윤호 기자 / 입력 : 2017.02.19 06:30 / 조회 :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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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사진= 뉴스1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내야수 강정호(30)가 결국 정상적으로 팀의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못하게 됐다. 투수들은 15일(이하 한국시간) 스프링캠프지인 플로리다주 브래던튼 훈련장에서 닐 헌팅턴 단장, 클린트 허들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치열한 경쟁에 들어갔다.

이날 헌팅턴 단장은 인터뷰를 통해 "강정호는 재판이 끝날 때까지 캠프가 열리는 파이어릿 시티(Pirate City)에 도착하지 못할 것"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야수들이 도착 보고를 하고 전 선수단이 첫 합동 훈련을 펼치는 18일에도 올 수 없다고 밝혔다. 4일 후인 22일 강정호가 한국 서울 중앙지법에서 첫 재판을 받기 때문이다. 피츠버그 구단은 강정호가 2차례 재판 출석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럴 경우 26일(현지 25일) 시작되는 시범 경기에도 시간을 맞추기가 어렵다.

피츠버그 구단이 최선의 지원을 하고 기다리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강정호의 처지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왜 이렇게 악화됐을까? 검찰이 강정호를 벌금 1500만원에 약식 기소할 때만 해도 스프링캠프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정식 재판 회부로 강경했다. 사고 후 인명 피해가 없었더라도 후속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고 현장을 피한 점에 더 치명적이었던 것은 2009년 2011년에 이어 지난해 12월 2일 세번째 음주 운전을 한 것이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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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트렐 윌리스. /AFPBBNews=뉴스1





미국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세번째 음주 운전에 적발되면 기본적으로 변호사를 통한 보석 신청이 불가능하다. 유치장에서 48시간~72시간을 보내야 한다. 글쓴이의 기억으로 LA는 72시간이고 미국령인 괌은 48시간이다.

글쓴이가 특파원으로 있을 때 LA에서 미군에 군수품을 납부하는 한국계 미국 시민권자가 세번째 음주운전으로 72시간 유치장 신세를 졌는데 얼마나 혹독하게 고초를 겪었는지 다시는 음주운전을 안하겠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미국의 유치장에는 살인 용의자부터 마약, 성폭행범 등에 여러 인종들이 모두 섞여 조사를 받는다.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마침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이 오는 3월 6일 시작된다. 강정호는 한국 대표팀에 대단히 중요한 전력이었는데 음주 운전으로 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했다. 제1회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은 2006년 열렸다. 한국의 간판 타자 이승엽(당시 일본 요미우리 4번 타자)은 3월 14일 열린 2라운드 미국 전에서 메이저리그가 자랑하는 좌완 선발 투수 돈트렐 윌리스로부터 선제 우월 솔로홈런을 뽑아냈다. 윌리스는 2003년 내셔널리그 신인왕 출신으로 그 해 플로리다 말린스(현 마이애미)를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고 WBC 전해인 2005년에는 22승으로 내셔널리그 다승 1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이승엽의 홈런은 메이저리그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이었다.

윌리스도 화려하게 스타로 각광 받던 시기에 음주 운전에 적발됐다. 24세였던 2006년 12월 마이애미에서 체포됐다. 시기는 강정호와 비슷한데 차이는 사고를 낸 것이 아니라 새벽 4시가 넘어 길거리에 몇억 원을 하는 자신의 벤틀리 승용차를 세우고 노상 방뇨를 하다가 잡혔다. 그는 사고가 없는 초범이어서 보석금 1000달러를 내고 풀려났다. 만약 윌리스가 음주운전 세번째였다면 삼진아웃은 물론 유치장 신세를 졌을 것이 확실하다.

윌리스는 '기관차(Train)'로 불릴 정도로 와일드한 투구 폼에 다혈질이다. 그는 2007년 5월 24일 마이애미 돌핀 스타디움에서 열린 필라델피아전에 선발 등판했는데 경기 도중 상대 덕아웃을 향해 오해를 살 만한 손 동작과 야유를 보내 벤치 클리어링 사태를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경기 후 그는 곧바로 자신의 행동을 후회한다고 공식 사과를 했다. 뒤늦게 자신의 생후 1개월 된 첫 딸이 선수 가족석에서 자신의 아버지가 투구를 하는 것을 처음 본 날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물론 1개월 된 딸이 무엇을 알겠는가? 윌리스는 "아빠가 야구장 첫 나들이를 한 딸에게 보여준 것이라고는 싸움질밖에 없었다"고 자책했다. 하지만 윌리스는 공교롭게도 2006년 음주운전과 2007년 이 사건 이후 꾸준히 내리막을 타다가 재기에 실패했고 2012년 은퇴에 이르렀다. 번복하고 복귀를 시도했으나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다시 서지는 못했다.

공인의 신분이기도 한 프로선수, 더욱이 살벌한 경쟁 속에 메이저리그에서 용병 생활을 해야 하는 강정호에게 견디기 힘든 순간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어디에서도 결코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과 처신이 있다. 그를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는 팬들에게 상처를 주면 안된다. 강정호의 명예 회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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