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류현진의 서바이벌이 시작됐다

장윤호 기자 / 입력 : 2017.02.14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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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AFPBBNews=뉴스1


LA 다저스의 스프링캠프가 15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캐멀백 랜치 스프링 트레이닝캠프에 투수와 포수들이 입소하면서 공식적으로 막을 올린다. 어깨수술로 인해 지난 2년을 쉰 류현진은 이미 지난달 말에 이곳에 들어와 개인훈련을 하며 스프링캠프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수술 받은 어깨부위에 통증은 전혀 없다면서 이미 몇 차례 불펜투구를 소화했고 캠프 시작과 함께 다른 선수들과 똑같이 훈련을 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번 다저스 스프링캠프는 류현진 뿐 아니라 대부분 참가선수들에게 불꽃 튀는 포지션 경쟁이 기다리는 ‘서바이벌 테스트의 장’이 될 전망이다. 앤드루 프리드먼 사장과 파한 자이디 단장이 이끄는 다저스 수뇌부는 이번 오프시즌동안 프리에이전트로 나섰던 클로저 켄리 잰슨, 3루수 저스틴 터너와 모두 재계약하는 등 핵심선수들을 지켜내고 새로운 2루수 로건 포사이드와 셋업맨 서지오 로모를 영입해 두터운 팀을 구축했다. 108년 만에 월드시리즈 챔피언으로 등극한 시카고 컵스의 기세가 엄청나긴 하지만 다저스 역시 1988년 이후 29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려보기에 충분한 전력을 갖췄다는 평을 받는다.


하지만 이처럼 두터운 선수층은 선수들에겐 완전히 좋기만 것만은 아니다. 개막 25인 로스터에 포함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특히 선발투수와 외야수 쪽의 경쟁률은 엄청나다. 선발 로테이션의 경우 부상과 같은 돌발변수가 없는 한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와 2선발 리치 힐, 3선발 마에다 겐타 등 3명의 자리는 굳어져 있어 선발진의 남은 자리는 단 2개뿐인데 이 자리를 노리는 선발투수들은 무려 7명에 달한다. 류현진과 함께 브랜던 맥카시, 스콧 캐즈미어, 훌리오 우리아스, 알렉스 우드, 로스 스트리플링, 브록 스튜어트 등이 다저스 캠프에서 선발 로테이션 진입을 노리는 후보들이디.

이들은 모두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선발투수로 충분한 경쟁력이 있음을 입증한 선수들이어서 단 둘 뿐인 선발자리를 놓고 펼치게 될 서바이벌 테스트가 모두에게 살 떨리는 경쟁이 될 전망이다. 이들 중 두 명을 골라내는 것이 구단 입장에선 즐거운 고민일지 몰라도 당사자들에겐 그리 반가운 상황이 아니다. 경우에 따라선 메이저리그에 머물기 위해 선발진이 아니라 불펜진에서 자리를 찾아야 할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류현진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어깨부상을 완전히 털어냈는지 여부조차 아직 확실치 않은데다 지난 2년간 거의 실전 마운드에 오르지 못해 녹이 슨 상황에서 선발경쟁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상황이 허락한다면 류현진이 불펜에서 1이닝 ‘스페셜리스트’로 기용될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온 상태다. 하지만 불펜도 이미 경쟁구도가 빡빡해 그 역시 쉬운 것이 아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선발진의 자리는 제한돼 있지만 우리 팀의 프론트 오피스는 선수층을 매우 중요시한다. 그리고 지난해엔 그(두터운 투수층)것이 우리를 살렸다”면서 “올해는 지난해처럼 (부상으로) 선발투수들을 몽땅 소진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드와 맥카시, 캐즈미어 등은 모두 로테이션이나 불펜에서 던져야 할 선수들이다. 어떻게 될지 현재론 전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로버츠 감독과 다저스는 오는 15일 투수와 포수 소집 이후 4월3일 시즌 개막전까지 48일 동안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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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리오 유리아스. /AFPBBNews=뉴스1


아직 스프링캠프는 시작되지 않았지만 다저스는 이미 선발진 교통정리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그 조짐은 다저스가 유망주 우리아스(20)를 정규시즌 개막 후에도 계속 스프링캠프에 남겨 둘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는 것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우리아스는 지난해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합쳐 122이닝을 던졌는데(포스트시즌에 5.2이닝을 더 던짐) 다저스는 구체적인 투구제한 수치를 정하진 않았지만 올해도 작년과 비슷하거나 약간 많은 이닝만을 던지게 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시즌 개막이후에도 상당기간 우리아스를 연장 스프링캠프에 남겨놓음으로서 시즌 후반기와 포스트시즌에 우리아스가 피곤하지 않은 상태로 던질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그리고 우리아스가 개막 후에도 스프링캠프에 남게 되면 선발진 경쟁구도에서 한 명이 빠져 구단의 고민을 한결 덜 수 있게 된다.

또 다른 선발후보 중 스트리플링과 스튜어트는 마이너 옵션이 남아있어 선발 경쟁에서 밀릴 경우 트리플A 오클라호마 시티로 내려갈 것이 확실하다. 사실 이들은 시즌 내내 오클라호마 시티와 LA를 오락가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야수들도 많아 올해 오클라호마 시티는 막강한 전력을 구축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우리아스와 스트리플링, 스튜어트를 제외하고 남은 4명의 선발후보 가운데 우드는 선발경쟁에서 밀릴 경우 불펜에서 롱릴리프 전문 스윙맨으로 기용될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렇다면 류현진은 어떨까. 올해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 일정을 소화해 봐야 결론이 나오겠지만 만약 그가 스프링캠프동안 4선발 또는 5선발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다면 그의 처지가 애매해진다. 선발투수가 아닌 류현진이 불펜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역할을 해낼지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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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우드 /AFPBBNews=뉴스1


일각에선 다저스가 그를 1이닝 릴리프로 활용해 불펜에 배치해 실전감각을 키우면서 천천히 복귀하도록 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다. 하지만 다저스가 그렇게 할 여유가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더구나 불펜에도 현재 빈자리는커녕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역할이 불분명한 ‘1이닝 전문’ 류현진이 들어갈 자리가 있을지 의문이다.

프리드먼 사장은 “(선발후보 중) 몇 명은 불펜에 갈 수도 있다”면서도 “사실 선발투수가 불펜에 갔다가 다시 선발로 돌아오기가 쉽지 않다는 것과 불펜상황, 부상상태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여 쉽지 않은 결정이 될 것임을 내비쳤다.

그렇다면 류현진도 우리아스처럼 시즌 개막 후에도 연장 스프링캠프에서 재활을 계속하면서 선발진에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게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이것은 류현진이 선발투수로서 시즌을 맡을 준비가 완전치 못하다는 결론이 내려졌을 때의 이야기다. 류현진은 마이너행 거부권이 있기에 그의 동의가 없이는 마이너로 보낼 수 없다.(물론 부상에 따른 재활차원은 예외다) 물론 맥카시와 캐즈미어도 빅리그 풀타임 5년차 이상의 선수로 자동적인 마이너행 거부권이 있다. 따라서 이들이 모두 건강하고 제 기량을 보여준다면 선발경쟁은 이들 3명이 두 자리를 다투는 양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류현진이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선발경쟁에서 이기는 것은 본인으로서도 좋은 일일뿐더러 구단의 고민을 덜어주는 일이 될 수 있다. 만약 류현진이 정규시즌 개막전까지 최소한 선발로 5이닝 정도는 버텨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면 다저스는 그를 5선발로 기용하고 맥카시와 캐즈미어 중 한 명을 트레이드하는 방안을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 류현진 입장에선 선발진 진입이 험난한 7대2 경쟁이라고 하지만 다른 생각할 필요 없이 제 기량만 보여주는데 집중하면 된다.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경쟁률이 심하다고 해도 실제 상황은 그리 나쁘지 않은 것이다.

사실 다저스의 선발진이 두텁다고 하지만 개개인 선수들 차원에서 보면 올 시즌 전체를 다 소화할 것을 자신할 만큼 내구성이 좋은 선수는 거의 없다. 물론 커쇼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선수지만 지난해 허리부상으로 상당기간 전열에서 이탈한 경력이 있어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 2선발 힐은 지난해 손가락 물집문제로 고생하면서 오클랜드와 LA 다저스를 합쳐 110.3이닝(포스트시즌 13이닝 포함)을 던지는데 그쳤다. 그는 지난 2007년 195이닝을 던진 이후엔 6년간 구원투수로 보내면서 지난해 전까지 한 시즌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진 것이 57.2이닝(2009년)에 불과했다. 손가락 물집은 언제라도 재발우려가 있어 다저스가 그의 투구이닝을 관리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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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다 겐타 /AFPBBNews=뉴스1


마에다는 지난해 175.2이닝을 소화했지만 계약을 앞두고 신체검사에서 의심쩍은 부분이 발견된 예도 있고 일본에서 6일에 한 번 등판하는 일정을 소화했다는 점에서 다저스가 그에게 많은 투구이닝을 요구할리는 없어 보인다. 이밖에 부상에서 돌아오는 류현진과 맥카시, 우드 등도 많은 이닝을 소화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선수는 아니다. 우리아스나 스트리플링, 스튜어트 등도 마찬가지다. 커쇼를 제외한다면 시즌 200이닝을 기대할 선수는 하나도 없고 따라서 현재 10명이나 되는 선발투수가 결코 지나치게 많은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또 하나 큰 변수가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올 시즌부터 메이저리그에서 적용되는 10일짜리 부상자명단(Disabled List- DL)이다. 지난해 말 체결된 노사협약에 따라 종전까지 한번 올라가면 기본 15일을 머물러야 했던 DL 최소등재기간이 올해부터 10일로 줄어들었다. 15일짜리 DL 규정이 바뀐 것은 1966년 15일짜리 DL 규정이 도입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데 이 규정변화는 특히 선발투수진 운용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열흘이라는 기간은 이론적으론 5인 선발체제에서 두 번의 선발등판 기회를 의미하지만 중간에 경기가 없는 날이 하루라도 끼면 선발투수의 경우 DL에 올라도 선발등판을 한 번만 거르고 복귀할 수 있기 때문이다. DL에 올라도 한 번만 쉬고 돌아올 수 있다면 구단들이 휴식이 필요한 선수를 DL에 올리고 다른 선수를 투입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 특히 다저스처럼 선발요원이 차고 넘치는 경우라면 이 규정을 잘 활용할 경우 많은 투수들을 돌아가며 투입해 투수들의 투구이닝을 관리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실질적으로 이 규정이 올해 메이저리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지켜볼만한 사안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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