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박병호의 두번째 도전..관건은 컨택트다

장윤호 기자 / 입력 : 2017.02.03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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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AFPBBNews=뉴스1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가 2일 새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지난해 큰 기대 속에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섰으나 결과적으로 메이저리그의 높은 벽을 절감하며 쓰라린 고배를 마셨던 그가 와신상담의 자세로 겨우내 준비했던 피나는 노력의 결실을 얻기 위해 재도전에 나선다.

공교롭게도 그가 출국한 날 미국의 권위 있는 야구 통계분석 사이트 팬그라프닷컴(fangraphs.com)은 ‘박병호를 포기하지 마라’(Don’t Quit on Byung Ho Park)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어 특히 한국 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칼럼 내용은 대부분 알려졌던 사실을 다시 소개하는 수준이지만 진리는 평범한데 있다는 말처럼 박병호에게 닥친 과제와 가능성, 전망을 잘 요약해 보여주고 있다. 이 칼럼은 미네소타 트윈스 홈페이지에도 실리며 많은 관심을 끌었다.


물론 문제를 알고 있는 것과 실제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전혀 다른 과제이기에 이 칼럼만을 기준으로 박병호의 성공적인 2년차 시즌을 점치기는 힘들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박병호 본인은 말할 것도 없고 박병호를 얻기 위해 포스팅 금액 1,285만 달러와 4년간 1,200만 달러 계약까지 합쳐 2,500만 달러에 육박하는 거액을 투자한 미네소타 구단도 불과 1년도 안 되는 시간의 실패를 이유로 그를 포기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박병호 본인과 구단이 모두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는데다 그가 지난해 실패 과정에서도 파워면에서 충분한 가능성을 보였기에 이번 시즌 반전에 대한 희망을 품어볼 수 있다. 비록 팀내 입지는 지난해 도전을 시작했을 때보다 좁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구단 입장에서도 상당한 금액을 투자한 박병호의 성공은 매우 중요한 문제기에 지난해의 실패를 만회하는데 필요한 기회는 충분히 줄 전망이다. 문제는 과연 박병호가 그 기회를 살릴 수 있느냐, 얼마나 빨리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팬그라프닷컴은 박병호에 대해 우선 “지난해 그가 보여준 파워는 실제로, 정말로, 대단하다”는 말로 시작했다. 물론 바로 이어서 “시즌 내내 방망이에 볼을 맞추는데 너무 어려움을 겪었기에 그런 파워를 자주 보여줄 수는 없었다”는 말이 따라붙었다. 한 마디로 파워는 뛰어났지만 삼진이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박병호는 시즌 첫 달인 4월 중 73타석에서 22차례 삼진을 당해 삼진 비율이 무려 30.1%였다. 이 정도만으로도 ‘빨간불’이 들어오고도 남았는데 더 문제는 그 이후 그 비율이 내려가기는커녕 오히려 계속 올라갔다는 사실이다. 5월엔 삼진 비율이 32.6%로 올라갔고 6월엔 35.5%까지 치솟았다. 그의 wRC+(weighted runs created plus)는 4월에 119(리그 평균이 100)로 준수하게 출발했지만 5월엔 84, 6월에 37까지 사정없이 곤두박질쳤다.

결국 그는 7월 시작과 함께 트리플A 로체스터로 내려가야 했고 8월에 손목 부상으로 수술을 받고 시즌을 마감했다. 그의 트리플A 성적은 메이저리그 때에 비하면 다소 좋아졌지만 타율이 0.224에 그치는 등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홈런과 삼진 등 다른 부문에서는 분명히 차이가 있었다. 128타석에서 10개의 홈런을 때려 244타석에서 12홈런을 친 메이저리그와 비교하면 홈런 당 타석수가 20.3에서 12.8로 상당히 줄었다. 삼진도 32개를 당해 삼진 비율 25%를 기록, 메이저리그에서 기록한 32.8%에서 크게 내려갔다. wRC+는 트리플A에서 135까지 나왔다. 물론 마이너리그 피칭을 상대로 한 기록이 메이저 때보다는 좋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고 특히 박병호가 마이너에 있을 때는 이미 부상으로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도 감안해야 한다.

박병호의 스윙에 허점이 있다는 사실은 스카우트들이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지난해 그는 스윙 스트라이크 비율이 15%에 달했는데 이는 그가 규정 타석을 채웠더라면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끝에서 7번째에 해당된다. 박병호가 빠른 볼에 약점이 있음을 잘 알고 있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그에게 무려 54%나 빠른 볼을 던졌는데 이 빠른 볼을 상대로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최하위권의 득점기여도를 기록했다. 결국 박병호로선 패스트볼에 대한 적응이 가장 중요한 과제이며 특히 타이밍 매커니즘을 바꿔야 한다는 결론이 불가피하다. 박병호 역시 이번 겨울동안 이 문제를 중점적으로 훈련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2일 출국하면서 가진 인터뷰에서는 타이밍을 잘 잡기 위해 타격 폼을 간결하게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병호의 트레이드마크인 소위 ‘몸통 스윙’은 다른 선수들보다 훨씬 더 몸통을 많이 돌리는 것으로 이를 통해 엄청난 파워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몸통이 많이 돌아갈수록 타구에 대한 타이밍을 맞출 시간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투구 스피드가 느린 KBO에서는 그렇게 하고도 충분히 타이밍을 맞출 수 있었지만 MLB에서는 그게 통하지 않았다. 걸리면 넘어갈만한 파워는 있지만 KBO 시절의 스윙 폼으론 메이저리그의 빠른 볼을 따라가기가 힘들다는 것은 자명해졌다.

하지만 일단 볼을 맞출 경우 박병호의 타구의 질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최상위권이었다. 스탯캐스트 자료에 따르면 박병호는 타구의 질을 측정하는 배럴(정타) 비율(barrels per batted ball)과 타구의 구속에서 메이저리그 전체 톱10에 올랐다. ‘배럴’(Barrel)이란 타율 0.500, 장타율이 1.500로 추정될 수 있는 잘 맞은 타구로 정의되는데 박병호 타구의 배럴 비율은 18.7%에 달해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게리 산체스(뉴욕 양키스)에 이어 전체 2위였다. 다음 도표들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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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럴(정타) 비율


또한 플라이볼과 라인드라이브 타구의 평균 속도에서도 박병호는 시속 97.2마일을 기록해 메이저리그 전체 10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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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볼 / 라인드라이브 타구 평균 속도


이 수치들은 모두 타구의 질 만큼은 메이저리그 최상급임을 말해주는 것으로 박병호가 배트에 공을 맞출 수만 있다면 충분히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적인 타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팬그래프는 지난해 내셔널리그 MVP인 크리스 브라이언트(시카고 컵스)가 2년 전 루키 시즌때 30.6%에 달했던 삼진 비율을 지난해 22%까지 끌어내린 것과 폴 골드슈미트(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루키 시절 삼진 비율 29.9%를 2년차 시즌엔 22%로 낮춘 것을 예로 들며 박병호에게도 희망이 있음을 시사했다.

사실 박병호에게 타이밍 매커니즘 변화만큼 중요한 과제는 선구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나쁜 볼에 방망이가 나가는 비율만 끌어내려도 삼진 비율을 상당히 낮출 수 있다. 지난해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루키로 대부분 타석에서 생전 처음 보는 투수들을 상대해야 했다. 낯선 투수를 상대로 나쁜 공을 골라내는데 어려움을 겪은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경험이 많아질수록 그런 측면에서는 점차 자신감을 얻을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다. 아무래도 지난해보다는 공을 보는 능력에서 더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가 가능하다.

박병호는 지난해 대형 타구의 대부분을 몸 쪽보다는 스트라이크존의 바깥쪽으로 들어오는 투구를 노려 뽑아냈다. 그런데 투구차트를 보면 지난해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박병호를 상대로 가운데로 들어오다 바깥쪽으로 낮게 빠지는 공을 가장 많이 던졌다. 박병호의 타격 특성상 바깥쪽 스트라이크처럼 들어오다가 떨어지며 빠져나가는 유인구에 속지 않고 참아내기가 힘들었던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올해 타격 폼을 간결하게 하고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구질이 좀 더 눈에 익으면서 간결해진 타격 폼으로 유인구의 유혹을 참아낼 수 있다면 박병호의 두 번째 도전은 충분히 기대해 볼만 할 것이다. 미네소타의 폴 몰리토어 감독은 “박병호를 많이 봤던 사람들이 그의 두 번째 도전은 지난해보다 훨씬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제일 중요한 것은 그가 건강하다는 것이다. 그가 두 번째는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지켜볼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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