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 '머니볼' 응용?.. 삼성의 포수 최경철 영입

장윤호 기자 / 입력 : 2017.02.01 06:05 / 조회 : 4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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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시절 최경철. /사진=LG트윈스 제공



LG 양상문 감독과 구단 프런트가 무리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세대 교체를 이끌어 가고 있는 배경에는 선수의 가치와 기회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있기 때문이다.

페넌트레이스 4위 LG는 지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KIA를 제치고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해 3위 넥센을 3승 1패로 누르고 플레이오프까지 올라갔다. NC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2-0으로 앞선 9회말 새로운 마무리 투수 임정우가 3실점하고 역전패한 것이 두고 두고 아쉬움으로 남았다. 결국 1차전 역전패가 플레이오프 탈락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LG는 마무리 임정우를 키워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로 내보냈다. 올시즌 LG가 한국시리즈 대권의 잠룡(潛龍)인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기회를 주고 키워내고 배려하는 것이다.

글쓴이는 지난 시즌 후 LG 양상문 감독과 구단이 베테랑 포수 최경철(37)을 방출해 깜짝 놀랐다. 부상이 있는가 했는데 확인해보니 유강남과 정상호가 있어 출장 기회가 사라지고 있는 최경철이 구단에 보류 선수 명단 제외를 요청했고 구단이 받아들여준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양상문 감독도 대단했다. 포수는 항상 경험있는 예비 요원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최경철을 풀어줬다.

사실 글쓴이의 짧은 생각으로는 최경철을 가장 먼저 잡아야 하는 팀은 한화 이글스이다. 김성근 감독이 어떤 생각을 하다가 최경철을 놓쳐버렸는지 알 수가 없다. 김성근 감독에게 권한이 없었다면 '머니볼'을 추구하는 LG 감독 출신 박종훈 단장의 판단은 무엇이었을까?

그런데 최경철을 잡은 구단이 신임 김한수 감독의 삼성이라는 점에서 삼성 구단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삼성은 과거 돈으로 만든 제국 같은 구단이다. 한국의 뉴욕 양키스였다. 이제는 달라졌다. 박석민 최형우 차우찬을 FA로 모두 내보냈다.

감독도 아무도 예상 못한 김한수 감독이다. 삼성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베테랑 포수, 어쩌면 방출된 포수, 그것도 LG가 내보낸 포수(표현은 그렇지만 사실은 LG 구단과 양상문 감독이 선수를 배려해준 것이다), 최경철을 영입한 것이 삼성의 변화이다. 최경철은 2014년 LG의 주력 포수로 시즌 초반 감독이 된 양상문 감독을 도와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당시 타율도 2할1푼4리였는데 지난해는 겨우 29경기에 출장해 타율 1할5푼6리에 머물렀다.

물론 삼성 구단은 상무 출신 포수 김민수가 오키나와 마무리 훈련 중 부상을 당해 예비 포수가 시급했다. 그래서 서둘러 최경철을 잡았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다른 구단은 최경철을 무시할 수 있을 만큼 포수에 여유가 있을까? 베테랑 포수는 그 존재만으로도 선수단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하다. 포수 출신 감독이 많은데 그만큼 포수의 경기 운영 능력이 중요하다. 현재 한국시리즈 2연패의 두산 김태형 감독, 페넌트레이스 운영에 최고의 능력을 보이고 있는 NC 김경문 감독이 포수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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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빈 단장. /AFPBBNews=뉴스1



글쓴이는 삼성의 최경철 영입을 '머니볼(Moneyball)' 이론의 진화, 혹은 응용이라고 보고 있다. '머니볼'은 2003년 마이클 루이스가 출판한 베스트셀러의 제목인데 1998년 만년 하위팀 오클랜드를 빌리 빈이 GM을 맡아 성공을 거둔 야구 이론이다. 좋은 선수, 대형 FA를 영입하기 어려운 가난한 구단이 통계학적 접근과 분석으로 선수단을 구성해 대형 마켓 팀과 맞붙어 승리를 따낼 수 있는 방식이다. 실제로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빌리 빈의 정통 머니볼에서 변화가 생긴 때가 2005시즌 후 시카고 화이트 삭스 출신 FA, 지명타자 겸 1루수 프랭크 토머스를 영입한 것이다. 말이 FA지 사실상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포기하고 방출한 선수로, 빌리 빈 단장은 연봉 50만 달러 보장에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 계약을 맺었다.

한화가 영입한 메이저리그 투수 오간도가 총액 180만달러이니 프랭크 토마스의 이름으로 50만 달러는 심했는데 선수는 받아들였다.

프랭크 토마스가 1968년생이니까 2006년 38세로 현재 최경철보다 한 살이 더 많았다. 그 해 프랭크 토마스는 오클랜드에서 137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7푼, 39홈런 114타점으로 팀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까지 이끌었다. 50만달러를 보장받은 연봉은 인센티브가 5배 더해져 310만 달러가 됐다.

당시 빌리 빈 단장은 찬사가 이어진 결과를 놓고 "나는 천재는 아니다. 다만 GM으로서 전력상 약하고 보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맡은 일을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올 시즌 선수 출신 단장에, 1군 감독 출신 한화 박종훈, SK 염경엽 감독이 단장 야구 시대를 열었다. 그 누구보다 야구를 잘 아는 단장들이다. 그렇다고 다 우승을 할까? 아직도 머니볼 이론을 도입한 빌리 빈 단장은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삼성 김한수 감독이 베테랑 포수 최경철을 어떻게 활용할지 주목된다. 최경철은 묵묵히 자기 맡은 바를 하는 선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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