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질투와 출세욕에 눈먼 STL 간부의 몰락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7.01.31 08:45 / 조회 : 3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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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홈구장 부시 스타디움. /AFPBBNews=뉴스1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스카우팅 디렉터였던 크리스 코레아가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선수 정보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을 해킹했던 사건이 당초 알려졌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했던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세인트루이스에 200만 달러와 올해 신인드래프트 첫 두 개의 지명권을 피해자인 휴스턴에 내주도록 하는 징계 결정을 내렸다.


롭 맨프레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는 30일 세인트루이스에 대한 MLB 차원의 최종 징계를 공식 발표했다. 맨프레드 커프셔너는 이번 해킹사건에 대한 조사결과 범인인 코레아 외에 다른 세인트루이스 직원은 이번 사건과 관련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지만 범행당시 코레아가 세인트루이스의 직원으로 구단의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었던 관계로 세인트루이스 구단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어 징계가 불가피하다면서 피해보상금 200만 달러와 함께 올해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 첫 2개를 휴스턴에 내줄 것을 판결했다.

이에 따라 세인트루이스는 올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전체 56번)와 3라운드(전체 75번) 지명권을 휴스턴에 내주게 됐다. 세인트루이스는 올해 시카고 컵스 출신 프리에이전트 덱스터 파울러와 계약하면서 1라운드 지명권을 잃어 대신 2, 3라운드 지명권을 압수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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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LB 공식 홈페이지 캡처


한편 사건의 당사자인 코레아는 메이저리그의 영구 자격정지 명단에 포함시켜 메이저리그에서 영구적으로 그 어떤 직책이나 역할도 맡을 수 없게 됐다. 코레아는 이미 지난해 7월 기업 스파이 혐의로 미 연방검찰에 의해 기소돼 유죄를 인정, 46개월의 징역형과 함께 휴스턴에 27만9,000 달러 피해 배상을 할 것을 선고받은 바 있다.


지난 2013년과 2014년 사이에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이번 사건은 메이저리그에서 유래가 없었던 종류의 사건으로 비상한 관심의 대상이었다. 당시 미국의 연방 법무부와 FBI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내부 데이터베이스 망을 해킹했다는 혐의를 잡고 수사에 들어갔고 결국 세인트루이스의 스카우팅 디렉터였던 코레아가 전 동료이자 휴스턴의 단장인 제프 루나우를 비롯한 휴스턴 직원들의 이메일 계정을 해킹해 휴스턴의 구단 스카우팅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했던 사실을 밝혀냈다. 코레아는 휴스턴으로 이직한 전 세인트루이스 동료가 반납한 랩탑에서 패스워드 정보를 빼낸 뒤 휴스턴의 데이터베이스 서버에 접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맨프레드 커미셔너의 발표에 대해 휴스턴과 세인트루이스는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이번 결정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휴스턴은 “이처럼 유례없는 징계조치는 문제의 심각성을 커미셔너가 충분히 인정했다는 의미이며 그동안 법적인 문제로 시달려온 우리 스태프들이 이제 이 문제를 마무리 짓고 다가올 시즌과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환영했다. 세인트루이스의 빌 드외트 회장도 성명서를 통해 “커미셔너의 결정을 존중하며 이 사건이 마침내 결말을 보게 된 것에 감사한다”면서 “맨프레드 커미셔너의 조사결과로 구단 차원이 아니라 단 한 명에 국한된 범죄행위였음이 밝혀져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존 모제리악 세인트루이스 단장도 “정말 힘든 과정이었고 그 와중에 많은 것을 배웠다”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추가조치를 실시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주 미 연방판사가 이번 사건과 관련한 법정 자료들을 공개하면서 코레아의 해킹 시도가 과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집요하고 조직적으로 이뤄졌음이 드러났다. 코레아는 당초 검찰에서 자신이 휴스턴의 데이터망을 해킹한 이유가 과거 세인트루이스에서 함께 근무했다가 휴스턴의 단장 특별보좌역으로 떠나간 지그 메이달이 세인트루이스의 스카우팅 정보를 훔쳐가고 있는 것으로 의심해 그것을 확인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코레아는 메이달과 루나우 단장을 포함한 5명의 휴스턴 직원의 이메일 계좌를 해킹해 2년 반 동안 총 48차례에 걸쳐 휴스턴의 ‘그라운드 컨트롤’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하면서 정보 누출 확인을 훨씬 넘어서는 수준의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코레아를 기소한 연방검사 마이클 추는 “코레아는 휴스턴의 통계 분석팀의 연구프로젝트를 알고 있었다. 어떤 아이디어가 가치가 있고 어떤 아이디어는 피해야 할지를 판단하는 것이었다. 그는 지그 메이달이 읽고 쓰는 모든 것을 들여다보고 있었다”고 밝혔다.

추에 따르면 코레아는 자신의 행동을 세인트루이스 동료들에겐 숨긴 채 휴스턴의 연구 자료를 활용해 자기 아이디어인 것처럼 포장하고 이를 토대로 지난 2013년 아마추어 드래프트 때 세인트루이스가 전체 19번으로 왼손투수 마르코 곤잘레스를 지명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가 세인트루이스의 스카우팅 디렉터로 승진한 것도 휴스턴에서 빼낸 정보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는 왜 이처럼 무모하고 어리석은 행동을 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단순히 꼭 필요한 스카우팅 데이터를 뽑아내 회사에서 뛰어난 능력자로 인정받고 싶어서였을까. 공개된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코레아의 이번 행동은 단순한 성공욕을 넘어 라이벌에 대한 복수 의식이 깔려 있음을 가리키고 있어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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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등 세인트루이스 선수단의 모습.


코레아는 세인트루이스에서 메이달 밑에서 스카우팅 분석가로 일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은 여러 차례 충돌했고 적대적인 라이벌 관계가 됐다. 그리고 메이달이 루나우 단장과 함께 휴스턴으로 떠나갈 때 회사 랩탑을 반환하면서 랩탑의 패스워드도 제출했는데 문제는 메이달이 휴스턴으로 옮긴 뒤 자신의 예전 패스워드를 거의 그대로 사용한 것이 문제였다. 코레아는 메이달의 예전 패스워드를 이용해 메이달의 휴스턴 어카운트에 접속할 수 있게 됐던 것이다.

코레아의 행동인 단순한 성공욕 뿐만이 아니라 라이벌 메이달에 대한 복수를 노린 것이라는 결정적인 증거는 지난 2014년 6월25일자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 커버스토리가 나온 직후에 나타났다. SI는 이 스토리에서 휴스턴의 통계 분석적 접근 방법을 칭찬하고 휴스턴이 2017년 월드시리즈 챔피언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메이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기사를 보고 분노와 질투심에 눈이 먼 그는 다음달 새벽 코레아는 휴스턴의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해 각종 필요한 정보들을 빼내고 있고 계속 시도를 했고 휴스턴이 마이너리거들에 대한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제한시킨 탓에 원하는 정보를 얻지 못하자 휴스턴의 감독 보 포터와 투수코치 브렌트 스트홈의 어카운트까지 이용해 접속을 시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그는 이 시도에서 계속 실패하자 그날 아침에 그동안 자신이 빼냈던 휴스턴의 각종 대외비 자료 가운데 각종 트레이드 협상 과정을 담은 서류를 인터넷매체 데드스핀에 흘려 공개하기도 했다. 라이벌을 쓰러뜨리기 위해 온갖 시도를 마다하지 않았지만 그의 이런 행동은 결국 고스란히 자기 자신에게 부메랑으로 돌아갔다. FBI의 수사가 시작되면서 그의 범죄행각을 어렵지 않게 드러났고 그는 단순 해킹보다 훨씬 무거운 징역 46개월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초범인 코레아는 형무소에서 모범수로 복역할 경우 형량의 85%를 채운 39개월을 채우면 가석방이 가능하다고 한다. 장래가 촉망됐던 메이저리그의 한 중역이 성공과 질투에 눈이 멀어 인생을 망친 스토리가 한 편의 영화 시나리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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