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욱 "꽃미남 배우요? '커피프린스'가 벌써 10년 전.."(인터뷰)

영화 '다른 길이 있다' 김재욱 인터뷰

김미화 기자 / 입력 : 2017.01.23 17:39 / 조회 : 7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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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재욱 / 사진=영화 스틸컷


김재욱(34)은 눈빛으로 말하는 배우다. 많은 대사와 수다보다는, 깊이 있는 눈빛으로 관객과 소통한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아픔을 가진 인물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김재욱은 2002년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로 데뷔, 단역으로 활동하며 얼굴도장을 찍었다. 김재욱은 2007년 MBC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꽃미남 배우로 사랑 받고 있다. 김재욱은 최근 작은 영화를 이끌며,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영화 '다른 길이 있다'(감독 조창호)는 얼굴도 이름도 모른 채 삶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기로 한 두 사람의 아프지만 아름다운 여정을 그린 영화. 김재욱은 나약하고 상처가 많은 경찰관 수완 역할로 연기를 펼친다.

'다른 길이 있다'는 2년여 전 촬영 한 작품. 개봉이 밀려 2년 만에 빛을 보게 됐다. 새 작품 개봉을 앞둔 김재욱을 만났다. 2년 만에 어렵게 영화가 개봉한 소감이 어떨까.

"벌써 영화 촬영한 지 2년이 됐네요. 영화 개봉을 기다렸다기보다는, 영화를 완성하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해외 영화제도 갔다 오고, 감독님이 영화를 다듬으시는 것을 옆에서 계속 지켜봤어요. 다만 꼭, 영화가 겨울에 개봉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겨울에 개봉하게 돼 다행이에요."

김재욱이 맡은 캐릭터는, 어릴 때 목격한 엄마의 죽음으로 상처를 가지고 있는 인물. 자기 연민으로 가득 찬 사람으로 나약한 삶은 살다가 자살은 결심한다. 이처럼 내면의 상처가 가득한 인물이기에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을 터. 김재욱은 어떻게 수완을 이해하고 표현했을까.

"수완이는 기술적인 것보다 정서적인 것으로 다가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준비했고, 현장에서는 그때 나눴던 대화를 되새기며 끊임없이 의심하는 방법으로 연기했어요. 이게 맞을까, 대사는 이렇게 해야하나 계속 의심하며 촬영했죠. 그 의심의 과정이 낳은 결과물이 지금의 영화인 것 같아요. 힘든 작업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가장 옳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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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재욱 / 사진=영화 스틸컷


배우로서, 자신의 연기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의심하면서 촬영하는 것이 정말로 힘들었을 것 같다. 흔들릴 때도 있었을 텐데, 어떤 마음으로 연기 중심을 잡았는지 물었다.

"정서적으로 접근한다는게 큰 도발이고 리스크가 있는 작업이거든요. 이런 작업을 꼭 해보고 싶었어요. 여태까지 그런 기회가 없었는데 '다른 길이 있다'를 찍으면서 그동안 내가 표현하고자 했던 것에 대한 갈증을 풀었어요. 불확실성과의 싸움이었죠. 감독님도 그렇고 저도 그랬고 서로 '지금 너무 좋았어'라고 한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그런데 오히려 그런 작업이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김재욱은 이번 영화 촬영을 위해 얼음 위에 계속 올라가고, 물에도 빠졌다. 정신적으로도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몸까지 힘들지는 않았을까. 그는 2년 전 촬영장을 떠올렸다.

"한강에서 찍은 장면은 다행히 꽁꽁 얼어서 안전했어요. 오히려 춘천에서 찍은 장면이 위험했어요. 눈이 꽁꽁 얼고, 눈까지 오면 좋겠지만 계속해서 기다리다가 촬영했어요. 감독님이 생각한 만큼 얼지 않아서 불안한 상태에서 촬영을 시작했어요. 얼음 위에서 트랙을 깔아놓고 촬영하는데, 사람이 많이 올라와서 무겁잖아요. 사람들이 한꺼번에 움직이니까 얼음 깨지는 소리가 나서 무섭기도 했어요. 그런 불안한 감정에서 도움을 받은 부분도 있죠."

영화 속 김재욱과 서예지는 자살을 결심하고 찾은 춘천에서 서로의 외로움을 알아보고 함께 침대로 든다. 침울한 분위기 속 이뤄진 베드신은 어땠을까.

"사실 저는 여배우와 베드신은 이게 처음이에요. 첫 키스 장면도 남자 배우와 촬영했었거든요.(웃음) 베드씬은 서예지씨에게 굉장히 중요한 장면이었어요. 그래서 어색해 하는 예지씨의 긴장감을 풀어주는게 중요했죠. 촬영이 끝날 때 쯤 편해져서 농담도 하고 그랬어요."

'다른 길이 있다'가 동반 자살을 소재로 한 영화이고, 주인공들 역시 힘겨운 일상을 살아가는 인물들인 만큼 영화도 차분하고 차갑다. 담담한 인물들 속에 희망의 불씨가 보이지만, 영화의 대부분에서 죽임이라는 소재가 주는 무거운 공기를 느낄 수 있다. 현장 분위기 역시 이런 작품의 분위기가 녹아 있었다고 한다.

"수다스러운 현장은 아니었어요. 인물들도 대사가 많이 없잖아요. 오히려 뭔가 주인공들 주변의 공기를 담아보자고 했죠. 그래서 현장이 즐겁지는 않았어요. 저도 서예지씨도 현장에서 감정에 집중을 해야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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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재욱 / 사진=스타뉴스


김재욱은 평소에도 작품에 따라서 달라지는 현장 분위기에 맞춰서 적응한다고 말했다. 벌써 15년 차 배우인 그에게 가장 좋았던 촬영 현장이 무엇이었냐고 묻자, 일말의 고민도 없이 '커피 프린스 1호점'이라고 답한다.

"현장 분위기는 함께 하는 배우들과의 관계, 그리고 그 속에서 나의 위치 경력 등에 따라 좀 달라지는 것 같아요. 거기에 맞춰서 가는 거지, '꼭 이렇게 한다' 정해진 것은 없어요. 아무래도 가장 기억 나는 것은 '커피 프린스 1호점'이죠. 아마 앞으로도 그렇게 좋은 분위기의 현장은 만나기 힘들 것 같아요. 그때 저는 신인이었고, 연기 경력도 없었는데 정말 보석같은 현장이었어요. 김창환 선생님도 그렇고 이선균 형도 그렇고 앞으로 이런 현장은 없을 거라고 할만큼 좋았어요. 지금 생각해도 너무 좋았어요. 게다가 드라마까지 잘 됐으니 기적이었죠. 벌써 10년이나 됐네요. 하하."

'커피 프린스 1호점' 속 꽃미남 배우 김재욱은 어느새 30대 중반의 15년차 배우가 됐다. 그는 배우로서의 삶이 힘든 순간도 있지만, 작품에 대한 뿌듯함을 느끼고 때로는 스스로 자아도취에 빠지기도 하면서 지금까지 왔다고 말했다.

"제 스스로가 어떤 배우인지 말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10년 넘게 배우 생활을 하면서 힘들 때도 있고 즐거울 때도 있었어요. 누군가가 저의 작품을 보고 삶의 온기를 느낄 때 저도 기쁨을 느끼죠. 그런 기분에 취해서 힘든 부분을 모른 척 하기도 하고 스스로를 포장하기도 했어요. 아직까지는 갈 길이 더 먼 것 같아요. 저는 환경이 주어지는 한 오래오래 배우를 하고 싶어요. 슈퍼 스타를 바라는 것은 아니고요, 원하는 역할을 선택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초조해 하지 않고, 가다 보면 언젠가는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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