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 오승환과 박찬호에게 육개장이란?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7.01.23 06:05 / 조회 : 5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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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 /AFPBBNews=뉴스1


1982년 생 ‘동갑내기 세 친구가 말하는 메이저리그와 야구 인생’을 기록한 ‘야구야 고맙다’를 읽고 있다.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이대호(전 시애틀), 추신수(텍사스)가 말하고 이영미(글) 조미예(사진)가 기록한 생생한 메이저리그 현장과 가족 이야기, 그리고 야구장 밖의 생활까지 화보집을 겸한 책이다.

오승환 편에 <끝판왕의 식사>가 있는데 ‘오승환은 뭐든 다 잘 먹는다. 하지만 한식이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론 육개장과 고등어구이를 꼽았다’고 했다. 글쓴이는 이 대목에서 웃음이 나왔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와 육개장, '쇠고기를 삶아서 알맞게 뜯어 넣고, 얼큰하게 양념을 하여 끓인 국'의 추억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가장 가까운 기억이 2006년 박찬호가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에서 뛰던 때였다. 박찬호는 6월1일 팀과 미 동부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 원정을 가 다운타운에 있는 스시와 데판야키, 그리고 한식까지 요리하는 레스토랑 ‘스시 김”을 찾았다. 박찬호를 비롯해 메이저리그 시절 김병현 등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이 피츠버그를 가면 늘 그리운 한식을 먹으러 가는 곳이다. 특파원들도 편하게 스시 김 아저씨라고 부르는 한국인 재미 동포가 직접 선수들에게 요리를 해준다.

당시 박찬호는 다음 날 선발 등판을 앞두고 자신의 전담 포수인 조시 바드 등 7명을 데리고 스시 김 레스트랑을 방문해 동료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했다.

그리고 자신이 선발 등판하는 2일(현지 시간) 경기를 앞두고 박찬호는 혼자 ‘스시 김’ 레스토랑에 들렀다. 그가 등판을 앞두고 먹고 간 음식이 바로 ‘육개장’이다.

글쓴이는 당시 스시 김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물었다. “오늘 점심 먹으러 갔죠?” “응 왔다 갔지” “뭐 먹었어요?” “오늘 꼭 이기고 싶었는지 육개장을 먹고 갔어. (박찬호는) 변한게 없어.”라고 했다. 스시 김은 “오늘 비가 와서 경기가 늦게 시작했어. 그런데 찬호가 컨디션이 좋은 지 안타도 막 치네”라며 웃음소리가 수화기로 들렸다.

선발 투수 박찬호는 이날 자신의 첫 타석이었던 2회 무사 2루 기회에서 중전안타로 1타점, 3회 2사 1,3루에서 다시 우전안타로 추가 타점을 올리는 등 4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했다. 타선의 지원을 받아 마운드에서도 무실점 투구로 팀의 7-0 승리를 이끌었다.

박찬호는 육개장을 먹고 등판한 이날 6회까지 8개의 삼진을 잡으며 역투했다. 피츠버그전 승리로 시즌 3승째를 기록했고 통산 109승째를 올렸다. 박찬호와 이 경기에서 배터리를 이룬 포수가 LA 다저스 시절의 영광을 함께 한 마이크 피아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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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박찬호는 그해 샌디에이고에서 24경기에 출장(선발 21게임), 7승7패, 평균자책점 4.81을 마크하고 자유계약선수(FA)가 됐다.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것은 분명했는데 더 이상 그는 2001시즌을 마치고 LA 다저스에서 FA가 됐을 때의 박찬호는 아니었다. 자신에게 큰 부담을 가지게 했던 텍사스 레인저스와 맺은 5년 6,500만달러의 블록버스터급 계약이 2005년 시즌 중 텍사스에서 샌디에이고로 트레이드 돼 2006시즌을 샌디에이고에서 마침으로써 마무리가 됐다. 자신의 두번 째 FA였다.

박찬호를 받은 팀은 내셔널리그 동부의 뉴욕 메츠였다. 그러나 뉴욕 메츠에서 겨우 1경기 선발 등판해 4이닝 7실점 투구를 하고 패전 투수가 된 것이 유일한 기록이다.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인생에서 가장 암흑기가 2007시즌이었고 이후 2008년 자신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LA 다저스로 돌아가 사실상 불펜 투수로 변신하게 됐다.

박찬호는 자신도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른다고 했는데 어느 날 점심에 육개장을 먹고 승리한 기억을 뚜렷이 가지고 있어 특별하게 먹고 싶은 것이 없으면 육개장을 선택한다.

과거 선동렬 감독은 해태 타이거즈에서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 광주 구장 인근 중국집에서 ‘짬뽕’ 한 그릇 시켜 먹고 마운드에 올라 0점대 방어율을 기록했다.

육개장과 고등어구이를 좋아하는 오승환은 절친 김용무씨가 운영하는 짬뽕집을 즐겨 찾는다. 고교 1년 때까지 야구를 했다는 김용무씨는 ‘용무있습니까’라는 흥미로운 상호의 짬뽕 전문집을 열어 성공했다고 한다. 오승환이 전화로 짬뽕 타령을 하니까 아예 가게 문을 닫고 식재료를 준비해 세인트루이스까지 와서 직접 짬뽕을 해줄 정도의 우정이라고 하니 대단하다.

공교롭게 오승환은 박찬호의 육개장, 선동렬감독의 짬뽕까지 다 좋아하는 투수이다. 한국 최고의 슬라이더를 가졌다는 선동렬감독이 ‘패스트볼은 오승환이 나보다 낫다’고 인정해줄 만큼 한국의 국보 투수의 반열에 올라 있다.

‘야구야 고맙다’에 실린 오승환의 특별 인터뷰를 보면 그는 12월 말부터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식단대로 음식 조절을 하면서 몸을 만들겠다고 했다. 한식을 입에 대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오승환은 메이저리그 식단 위주로, 한식과 거리 두기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음식에 변화를 주면 공이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찬호는 현재 날렵한 몸을 유지하고 있다. 선수 시절의 근육이 강한 몸 보다는 유연해져 보인다. 음식 조절과 운동을 잘 하고 있다고 했다. 선동렬 감독도 늘 한결 같이 날렵한 몸 관리를 하고 있다.

글쓴이는 선동렬감독에 이어 박찬호의 은퇴 결정 과정을 지켜봤다. 두 번 모두 아쉬움이 컸다. 빠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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