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선무비]북한에서 온 남자는 꽃미남 인간병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7.01.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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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김수현, '공조'의 현빈, '용의자'의 공유 스틸컷


영화 '공조'(감독 김성한)가 '더 킹'과 함께 설을 앞둔 극장가를 쌍끌이 중입니다. 현빈과 유해진이 주연을 맡은 '공조'는 범죄자를 잡기 위해 최초의 공조수사를 벌이는 남북한 형사의 이야기를 액션과 코미디를 버무려 그려낸 작품입니다.

그 중 현빈이 맡은 임철령에 눈길이 갑니다. 아픈 사연을 갖고 남한으로 넘어 온 임철령은 따져보면 북한 특수부대에 몸담은 장교입니다. 누가 봐도 "잘생겼다"를 연발하는 훤칠한 외모에 인간병기라 불러 마땅한 전투력을 지녔습니다. 말로만 듣던 17대1의 맨손 격투를 입 떡 벌리고 감상할 수 있습니다. 어디 격투기 뿐인가요. 카체이싱과 총격 등 못하는 게 없는 전투 전문가임이 곳곳에서 확인됩니다.


이런 현빈의 임철령은 그간 영화에서 반복해 그려져 온 북한에서 온 남자들의 계보를 충실하게 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꽃미남 인간병기라고 하면 설명이 될까요. '남남북녀' 인식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이 북한에서 온 남자들은 사연은 서로 달라도 여심을 자극하는 매력적인 마스크에 훤칠하고 균형집힌 신체, 과묵함 그리고 가공할 전투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강동원이 남파간첩으로 등장했던 영화 '의형제'(2010)가 그 시발이 되다시피 했습니다. 특히 2013년엔 느낌은 다소 다르지만 꽃미남 북한 특수부대원의 범주에 있는 남자주인공들을 1년 내내 극장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일약 톱스타가 된 김수현은 바로 그해 차기작 '은밀하게 위대하게'로 꽃미남 남파간첩의 부활을 알렸습니다. 달동네 바보로 위장해 남한에 숨어든 그는 본 모습을 회복한 뒤에는 무자비한 인간병기가 되어 잔혹하기까지 한 액션을 펼쳐보였습니다.


'동창생'에선 빅뱅의 탑이 꽃미남 인간병기가 됐습니다. 북한 수용소에 갇힌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남파간첩이 된 소년으로 분했습니다. 그는 괴로움에 눈물 흘리면서도 어쩔 수 없이 잔혹한 살상 임무를 이어가야 하는 처지를 연기하면서도 요원으로서는 최고의 전투 능력을 뽐냈습니다.

'용의자'의 공유는 그해 꽃미남 인간병기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북으로부터 버림받은 특수요원이자 가족의 복수를 위해 내달리는 남자로 분한 공유는 로코킹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진 상남자가 됐습니다. 근육질의 몸을 유감없이 과시하며 육해공을 넘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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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공조' 스틸컷


'공조'의 현빈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 눈에도 남한형사 유해진은 적수가 안 될 전투 요원이죠. 그와 1대1로 붙어 싸울 만 한 상대는 그처럼 북한에서 넘어온 특수요원 출신들 뿐입니다. 익숙한 패턴이지만 요 근래 북한 출신 캐릭터를 주역으로 내세운 작품들을 찾아보기 힘들었기에 이런 모습이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물론 생계형 간첩 집단을 그렸던 '간첩'(2012)처럼 색다른 접근을 시도한 작품들도 있습니다. (재미있게도 '공조'에서 생계형 남한형사로 등장하는 유해진이 '간첩'에선 북한 간첩으로 나왔습니다.) 대개의 영화 속 북한 특수요원들은 엇비슷한 전투병기들입니다. 심지어 '그물'(2016)의 주인공인 북한 어부조차도 영화에선 국정원 요원을 한 방에 보낼 수 있는 돌주먹을 가졌을 정도니까요.

북한에서 온 남자들. 영화 속 그들의 모습은 이들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에 전통적인 남성 이미지, 흥행을 위한 꽃미남 비주얼이 결합된 듯 합니다. 거꾸로 말하면 우리가 북한 남자들에게 지닌 선입견이나 판타지가 바로 이런 모습이란 방증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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