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접속 35만 리쌍록'… 왜 아직도 '스타1'에 열광하는가

김우종 기자 / 입력 : 2017.01.20 04:11 / 조회 : 7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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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쌍록' 1835일의 기다림. /사진=아프리카TV 제공



지난 17일 저녁, 해가 지고 서울 삼성역 근처에 어둠이 깔렸다. 한겨울의 쌀쌀한 날씨. 그 시각, 프릭업 스튜디오에는 그저 발만 동동 굴린 채 건물 입구를 서성이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선착순으로 나눠준 입장권을 받지 못해 경기장에 들어가지 못한 팬들이었다. 불가피하게 출입을 통제하는 아프리카 관계자들도 안타까워하기는 마찬가지. 그렇게 6년 만의 '리쌍록'이 시작됐다.

무려 1835일 만의 열린 스타1 '리쌍록'이었다. 이미 스튜디오는 입구부터 포화 상태였다. 학생과 직장인, 그리고 외국인까지…. 경기 시작 한 시간을 앞두고 대기실에서 두 선수가 나왔다. 엄청난 환호성이 쏟아졌다. 이어 두 선수가 몸을 풀기 시작하는 동안 스튜디오에 침묵이 흘렀다. 재깍재깍. 시간이 갔다. 그리고 오후 6시 59분. 중계방송 시작 시간은 7시. 5초를 남기고 카운트다운을 알리는 화면이 나왔다. 그러자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경기를 기다리던 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크게 외쳤다. '5!.4!.3!.2!.1!'.

두 선수의 세팅이 마무리됐다. BGM이 끝나고 '뚜. 뚜. 뚜. 뚜. 뚜. 뚜'. 0 Seconds. '이영호, 하나 둘 셋, 이영호 파이팅!', '이제동, 하나 둘 셋, 이제동 파이팅!'. 두 선수의 이름을 차례로 부르는 응원에 스튜디오가 울릴 정도였다. 경기도 명승부였다. 1세트에서 이제동은 이영호를 아무 것도 못하게 만들며 승리했다. 일격을 당한 이영호는 2,3세트를 가져가며 역전에 성공. 하지만 이제동은 4세트서 '땡히드라' 필살기를 터트리며 승부를 2-2 원점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최후의 5세트.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얼마 후 화면 왼쪽에 'GG'가 찍혔다. 이제동의 항복 선언. 최후의 승자는 이영호였다.

앞서 염보성과 도재욱의 4강전 역시 5세트까지 가는 혈투였다. 당시, 약 16만명이 실시간으로 시청했다. 심지어 아프리카TV 공식 중계 방이 폭파(다운)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리고 이번 '리쌍록'. 이번에도 한 차례 중계 방이 다운됐다. 동시 시청자 수는 무려 35만명. 아프리카 TV 관계자는 19일 "아프리카TV를 포함한 국내외 플랫폼에서 35만 명 이상의 최고 동시 접속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 또 300만 명 이상이 생방송으로 경기를 시청했다"고 밝혔다. 이는 웬만한 프로야구 경기를 훌쩍 뛰어넘어 축구 A매치 혹은 류현진(30,LA다저스)의 선발 경기에 버금가는 수치다.

스타크래프트1의 역사는 1998년(출시)으로 올라간다. 1999년 '프로게이머 코리아오픈'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게임 중계가 시작됐다. 방송 후 흘러나왔던 동창회의 '다시 만날 때까지'. 이기석의 배럭 날리기부터 국기봉과 최진우의 사우론 저그, 'Grrr...' 기욤 패트리의 등장과 임요환과 홍진호의 '임진록', 그리고 '택뱅리쌍'까지…. 지난 20년 스타 역사를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다. 스타로 전국에 PC방 열풍이 불었고, 수많은 프로게이머 스타들이 팬들과 함께 호흡했다.

올해로 20년째를 맞이하는 이 게임은 '고전 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이 게임에 아직도 많은 이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영호는 17일 결승 진출 후 "팬들로부터 관심을 많이 받는 것 자체가 기뻤다. 예전으로 돌아가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선수 때에는 당연하다고 (관심이) 생각했는데"라고 오랜만에 리쌍록을 치른 소감을 말했다. 이어 팬들이 여전히 열광하는 이유에 대한 생각을 묻자 "아무래도 스타1의 향수에 젖어계신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저 또한 그랬다"고 답했다.

이날 경기장에서 한 팬이 들고 있던 치어풀 문구가 한동안 가슴에 남았다. '스타크래프트는 예술이었고, 문화였으며, 우리의 학창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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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보성(좌)과 이영호의 결승전은 오는 22일 오후 5시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린다. 지난 2004년 EVER 스타리그 결승(임요환vs최연성) 이후 4442일 만의 테테전 결승이다. /사진=아프리카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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