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열 "아무 것도 아닌 얼굴 갖고 싶다"(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7.01.1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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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성균 기자


'응답하라 1988'로 스타덤에 오른 뒤, 류준열(31)의 행보는 열일이다. 열심히 일하는 것. 주인공을 쉬 탐내지 않고 좋은 작품이라면 이것저것 마다 않고 뛰어들고 있다. 그래서 차기작에 차차기작에 차차차기작까지 쉴 틈 없이 달리는 중이다.

18일 개봉하는 '더 킹'은 그런 류준열이 일찌감치 뛰어든 영화. '관상' 한재림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조인성 정우성 배성우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줄줄이 참여한 작품이다. 말석에 가까웠을 류준열은, 자연스럽게 영화에 녹아들었다. 더러는 잘생김을 연기하고, 때로는 멋짐도 표현했다.


'더 킹'은 권력을 잡으려 검사가 된 남자의 이야기. 조인성이 검사 역을, 류준열은 조인성의 친구이자 폭력조직 들개파 2인자로 출연했다. 현장이 마냥 행복했다는 그에게 그 의미를 물었다.

-'더 킹'에 왜 출연했나.

▶우선 시나리오가 재밌었다. 이 시나리오로 만든 영화에 내가 꼭 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조인성과 친구로 나오는데. 실제로 5살 차이고 외모로도 차이가 나는데. 별다른 얼굴 분장 없이 출연했는데.

▶그래서 그냥 메이크업을 안 하고 촬영했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세수하고 로션만 발랐다. 조인성 선배가 워낙 오래 전부터 활동을 해서 나이 차이가 상당히 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몇 살 차이 나지 않더라. 또 조인성 선배가 워낙 늙지를 않아서 괜찮다고 생각했다.

-전형적인 조폭 역인데 기존 영화 속 조폭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던데.

▶조폭영화가 많아서 사람들에게 전형적인 조폭의 모습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한재림 감독님과 그 부분을 이야기 많이 했다. 한재림 감독님이 '더 킹'에서 검사와 조폭은 다를 바가 없다고 했다. 둘이 구분이 안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검사와 조폭이 데칼코마니 같다고 했으니깐. 그래서 오히려 나는 어떻게 하면 검사처럼 보일까 고민했다. 껄렁하지 않으려 했고.

-액션이나 전라도 사투리도 연습을 많이 했을 것 같은데.

▶액션은 무술팀과 3개월 정도 연습을 많이 했다. 사투리는 어머니가 군산 분이라 실제로 많이 써왔다. 어머니와 이모들 만나면 전라도 사투리를 써왔기에 특별히 고민하지 않았다.

-평소에는 전라도 사투리를 쓰지 않고 서울말을 쓰는데. 통상 경상도 출신 남자배우들은 사투리를 잘 안 고친다. 경상도 출신 여자배우들을 비롯해 전라도와 충청도 등 다른 지역 출신들은 사투리를 고치고. 그런 점을 의식하나.

▶그렇지는 않다. 아버지는 서울 분이시고 나도 서울에서 자랐으니깐. 차기작인 '택시 운전사'에서 전라도 대학생 역을 맡았는데 사투리를 따로 배웠다. 송강호 선배가 사투리는 어차피 잘 구사하려 해도 현지인만 못 하니 감정 전달에 더 주목하라고 조언해줬다.

-'더 킹'에서 조인성 정우성 배성우 등 검사들보다는 캐릭터가 입체적이지 않다. 비중도 상대적으로 적고.

▶그런 건 큰 의미가 없었다. 내가 맡은 역할보다 이야기 자체가 좋아서 참여했으니깐. 나름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더 킹' 시나리오는 단숨에 읽었다. 그 만큼 재밌었다.

-조인성과 정우성, 둘의 투샷은 비주얼이 강렬한데. 걱정하진 않았나.

▶꽃미남 두 분과 경쟁을 걱정했냐는 것이라면 전혀 그렇지 않다. 영화 속 인물로서 잘 묻어나면 된다고 생각했다. 큰 고민은 없었다. 조인성 형이 먼저 다가와줘서 더 편하게 녹아들 수 있었다. 신인으로서 고민이나 이런 것들을 많이 조언해줬다. 인성이 형이 "지금 잘 하고 있다. 지금이 아닌 이후가 중요하다"는 조언을 해줬다.

-차기작에 차차기작에 차차차기작까지 쉬지 않고 달리고 있다. 왜 그렇게 열일을 하나. 불안한가, 아니면 뭔가를 빨리 이뤄야 한다는 조바심이 있나.

▶그렇지 않다. 지금 내가 시나리오를 읽고 작품을 하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 지금 달려야 할 때라거나 뭔가를 위해서 열일을 한다거나, 그런 것보다는 그저 지금이 그냥 행복하다. 그런 이들을 고민하면 할수록 의미가 없는 게 아닌가. 내가 어던 계획을 세운다고 해도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런 생각을 아예 끊어버렸다.

누가 찾아주고 하는 게 너무 행복하다. 피곤하지 않냐고 묻는 분들도 있는데 그렇지도 않다. 피곤에 지쳐 잠자리에 누울 때도 내일 만날 스태프, 배우 동료들, 장면들을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했던 많은 신인 배우들이 있다. 그들의 행보를 참고하기도 하나.

▶글쎄. 얼마 전 안재홍이 하는 연극을 보고 왔다. 그 친구는 원래 연극에 뜻이 있어서 연극도 하고 영화도 한다. 난 대학교 다닐 때부터 영화를 공부하고 영화가 재밌었다. 그래서 서로 다른 길을 걷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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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성균 기자


-열성적인 팬층도 많고, 루머를 양산하는 안티팬도 많은데.

▶나를 좋아해주는 팬들은 내게서 어떤 동질감을 느끼는 것 같다. 내가 SNS에 올리는 표현들을 좋아해주는 것 같고. 안티팬은 좋아해주는 사람이 많으면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란 걸 일찍 알게 됐다. 둘 다 감사하다.

-배우치고는 드물게 SNS를 많이 하는데. SNS로 논란도 많이 생기는데 주위에서 그만 하라는 사람은 없나.

▶그런 소리를 하는 분들이 없지는 않은데 나랑 생각이 다른 것 같다. 내 SNS에는 '쉬다가'라는 문구가 있다. 말 그대로 쉬었다 가는 곳이었으면 한다. 팬들과 소통의 창구이기도 해서, 그런 소리들을 크게 개의치 않는다.

-'더 킹'에서 손가락과 온 몸에 문신이 많은데 어떤 의미가 있나.

▶특별한 의미가 없다. 한재림 감독님이 숨은 의미를 부여하지 말자고 하더라. 그냥 조폭인 거다. 검사 같은 조폭, 조폭 같은 검사랑 구분이 안되는 사람. 거기서부터 출발했다. 문신은 실제 문신을 그리는 분이 매번 3시간 가량 그려줬다.

-조인성은 류준열의 무표정한 눈이 매력적이라고 했는데. 그런 무표정한 눈에서 관객들이 저마다 감정을 읽어낼 수 있다고 하면서.

▶그렇게 이야기해줬다면 진심으로 감사하다. 실제로 그렇게 하려 애를 써왔기 때문이다. 내겐 어떤 벽 같은 부분이기도 하다. 보통 사람들은 감정을 얼굴에 크게 드러내지 않는다. 영화란 게 삶을 담아내는 게 아닌가. 그래서 무표정한 얼굴에 어떻게 감정을 담아내야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또 그런 배우가 되고 싶고. 아무 것도 아닌 얼굴을 갖고 싶다.

팬들 사이에서 나를 보고 친척 오빠 닮았다는 소리를 많이 한다. 편안하다는 뜻일테다. 1년에 한 두 번 보는, 너무 가깝지도 않고 아주 먼 사람도 아닌. 그런 사람이란 게 아주 좋다. 친척 오빠 닮았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아주 뿌듯하다.

-쉼 없이 작품활동을 할 수 있는 건, 주인공 욕심을 내지 않아서 이기도 한데. 그런 욕심을 낼 만도 할텐데.

▶주인공 욕심을 생각했다면 이 영화를 못했을 것이다. 그냥 내가 재밌고 행복한 작품을 하자는 주의다.

-1월 16일로 '응답하라 1988'이 종영한 지 만 1년이 됐는데. 굉장히 오래 전 같기도 하고 얼마 되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스스로에게는 어떤가.

▶사실 그런 날짜 잘 생각하지 않는 편인데 '응팔' 종영한 지 만 1년이라는 건 의미를 두게 되더라. 계속 뭔가를 해서 그런지 정말 얼마 안 된 것 같기도 하다. '응팔'도 그렇고 '운빨 로맨스'도 그렇고 '더 킹'도 그렇고,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다. 소중한 것들이 점점 더 쌓이는 것 같다.

-비슷한 또래들과 작품을 같이 하다가 최근 들어 여러 선배들과 작업을 같이 하는데. '더 킹'도 그렇고, '침묵'에서는 최민식, '택시 운전사'에선 송강호 등등.

▶이래서 선배님들이 오래 하는구나란 생각이 들더라. 내가 하는 얕은 고민보다는 선배들은 중요한 걸 집요하게 고민하고 나머지는 흘러 가게 하거나 주위에 맡기더라. 매일매일 감사하게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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