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민 "이상을 낮추는 데 16년 걸리네요"(종합)

문완식 기자 / 입력 : 2017.01.13 15:16 / 조회 : 4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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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민 /사진=플럭서스 뮤직


일기예보, 러브홀릭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겸 프로듀서 강현민이 16년 만에 솔로 EP 앨범 '리플렉티브'(Reflective)를 발표했다.


1989년 강변가요제에서 수상하며 가수 데뷔한 강현민은 일기예보, 러브홀릭, 브릭 등을 결성해 '인형의 꿈', '화분' 등 오랫동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들을 발표했다. 동시에 작곡가 겸 프로듀서로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국내 최고의 가수들의 앨범에서 작사, 작곡가로 활약했다. 어반자카파 조현아와 함께 부른 드라마 '치즈인더트랩' OST '서치'(Such)로 음원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 앨범은 강현민이 첫 솔로 앨범 '쉬'(She) 이후 16년 만에 발표하는 솔로 앨범이다. 미발표곡 200여 곡 중 5곡을 추려 완성한 앨범으로, 강현민의 목소리만이 소화할 수 있느 감성에 오롯이 집중했다.

‘반영된, 투영된’ 이라는 뜻을 가진 앨범명 ‘리플렉티브’는 강현민이 거울 앞에 서듯 자신의 내면을 가장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표현한 작품이라는 의미로 정했다.

강현민은 13일 오후 2시 서울 신사동 팝 라운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7~8년 전부터 솔로 앨범을 준비했는데 이상이 너무 높았다. 이래서는 솔로 앨범을 못 내놓을 것 같아 이상을 조금 낮추고, 이번에 드디어 솔로 앨범을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16년 만의 솔로 앨범이다.

"첫 솔로 앨범('늘')은 2001년에 나왔다. 그 전에 하던 일기예보는 포크 중심이었는데 저는 좀 더 록적인 음악을 하고 싶었다. 그때 '늘'이라는 앨범을 통해 록적인 음악을 했다. 여기서 발전해서 러브홀릭을 통해 밴드적인 음악 활동을 했다.

'늘' 앨범은 잘되지 않았는데 다른 뮤지션들이 많이 좋아해줬다.

제 노래에 되게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일기예보 때도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아마 제가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 것 같다.

7~8년 전부터 솔로 앨범 준비를 시작했는데 점점 이상이 높아지더라. 내 노래가 마음에 안들었다. 그러다 작년에 아, 내가 이상을 좀 낮추고, 내 노래를 들려드리자고 결심해 이번에 앨범이 나오게 됐다."

-200곡의 미발표곡 중 5곡을 골라 이번 앨범에 실었는데.

"이번 앨범 타이틀곡 '추억'은 많은 분들이 타이틀곡으로 하면 좋겠다고 한 곡이다. 만든 지 한 10년은 된 곡인데, 제가 정말로 숨겨놓았던 곡이다. 사랑이야기인데 제가 겪었던 이야기는 아니고 어떤 사랑에 대한 이미지를 담은 곡이다.

앨범에 실린 5곡은 가사가 어둡다. 회사 대표님은 그래서 싫어 하신다(웃음). 그런데 전 어두운 내용의 가사가 좋다. 나이가 들수록 세상일이 별거 아니더라. 어렸을 때는 사랑은 아름답다는 내용의 곡을 많이 썼는데, 마흔 살이 넘어서부터는 그게 아니더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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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민 /사진=플럭서스 뮤직


타이틀곡 ‘추억’은 몽환적이고 따뜻한 멜로디 라인을 가진 곡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특별한 순간의 찬란한 기억들을 투명한 감성으로 표현한 곡이다. 강현민은 이 곡에서 피처링에 참여한 김이지의 청아한 목소리와 자신의 담백한 보이스를 번갈아 전하는 구성으로 공감의 스펙트럼을 확장시켰다.

-타이틀곡 '추억' 피처링을 꽃잠프로젝트 김이지가 했는데.

"대표님이 싫어하겠지만(웃음), 사무실이 같은 사무실이다. 그래서 김이지씨가 라이브 하는 걸 많이 봤다. 목소리가 너무 좋다.

이번에 드라마 '캐리어를 끄는 여자' OST를 하는데 여자가 부르는 노래를 써달라고 해서 김이지씨가 부르면 어떻겠냐고 대표님에게 추천했다. 녹음을 해보니 라이브와 많이 다르더라.

저는 아이 목소리다. 목청도 안 열리고 조근조근 부르는데 김이지씨는 밝지만 뿌옇다. 몽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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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민 /사진=플럭서스 뮤직


꽃잠프로젝트 김이지가 피처링에 참여한 타이틀곡 ‘추억’을 포함해 이번 앨범에 수록된 다섯 곡 모두 한번 들으면 쉽게 잊혀 지지 않는 선명한 멜로디 라인을 지녔다. 장르적으로 세련되고 감성적인 팝 사운드로 채색된 이번 앨범은 그동안 밴드 러브홀릭을 통해 보여줬던 모던 록 감성과 또 다른 강현민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러브홀릭도 그렇고, 유독 멜로디가 도드라지는데 멜로디에 주력하는 이유가 있는지.

"성향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어떤 멜로디가 좋은 건지는 모르겠다. 제가 좋아하는 멜로디는 도약이 있는 멜로디다. 완성된 음악을 들을 때 저는 멜로디가 좋으면 다른 건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박혜경, 지선, 거미, 이소라, 신효범, 진실, 김이지, 이지, 린, 조현아 등 유독 여자 보컬들과 작업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 가장 호흡이 좋았던 가수는.

"저는 노래를 너무 잘하는 가수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박혜경씨는 매끈하지 않고 까칠까칠하고 비트도 흐트러지는데 그 와중에 자신의 중심이 딱 서 있다. 처음에는 외국 가수 같았다. 뭔가 새로웠다. 제가 여자 가수와 일하고 싶은 마음을 들 게 한 게 박혜경씨다. 정말 매력적인 보컬이다."

-평소 곡의 영감은 어디서 얻나.

"저는 원래 곡을 먼저 쓰고 가사를 쓰는데, 가사를 먼저 쓰고 곡을 나중에 쓴 곡들은 꼭 히트를 하더라. '인형의 꿈'이 그랬고, '화분'도 '멀리서 멀리서' 데모 상태가 그랬다. '숨겨왔던' 이것도 가사를 먼저 만들었는데 히트했다.

곡의 영감을 얻는 방법은 따로 없는 것 같다. 제가 먼저 내놓은 곡에서 영감을 얻는 것 같다(웃음)."

-러브홀릭의 멤버 이재학이 오늘(13일) 결혼식을 한다. 러브홀릭 컴백 계획은.

"이재학은 집도 가깝고 가족 같은 친구다. 어제(12일) 하와이로 결혼식을 하러 갔다(웃음). 오래 쉬다 보니 노래를 하기 어려워졌다. 술과 담배를 끊고 자기 관리와 준비를 해서 소극장에서 공연을 하고 싶다."

이날 강현민은 "노래가 히트하는 건 홍보와 마케팅의 힘"이라는 얘기를 많이 했다.

"어렸을 때는 하고 싶은 얘기도 많고 그랬는데, 요새는 '뭐하러 그런 얘기를 하나' 이러면서 좀 더 염세적이 돼가는 것 같아요. 홍보를 위한 방송 활동은 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그냥 이 사람이 이런 노래를 부르구나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공연은 다르죠. 50석짜리 소극장에서 공연을 하라면, 하겠습니다. 미발표곡이 많이 있는데 앞으로 싱글을 수시로 낼 생각이에요. 싱글들을 모아 이번 EP앨범과 묶어 정규 앨범을 낼 수도 있고요. 다음 솔로 앨범은 16년은 걸리지 않겠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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