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오리알'된 바티스타가 전해주는 교훈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7.01.10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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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 바티스타. /AFPBBNews=뉴스1



지난해 2월 슬러거 호세 바티스타가 소속팀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5년간 1억5,000달러에 재계약 오퍼를 제시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지난해 시즌을 끝으로 프리에이전트(FA)가 되는 그가 FA시장에 나서는 것을 포기하고 잔류하는 대가였다. 이 엄청난 액수에 대해 바티스타는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지만 재계약 협상은 제대로 시작도 되지 않았다. 지난 시즌을 새로운 계약 없이 마친 그는 토론토가 제시한 1년 1,720만달러의 퀄리파잉 오퍼를 거부하고 FA시장에 나섰다. 팀 동료 후안 인카나시온,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마크 트럼보 등과 함께 이번 오프시즌 최대 거포로 꼽히던 그였기에 FA시장에서 대박 계약을 얻는 것은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자신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의 달콤했던 기대와는 전혀 달랐다. 그는 해가 넘어간 현재까지도 그 어느 팀으로부터도 계약 오퍼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와 계약할 가장 유력한 후보로 손꼽혔던 토론토는 1년 1,720만달러의 퀄리파잉 오퍼가 거부된 이후엔 그에게 어떤 추가오퍼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고 다른 팀들도 이미 만 36세가 된 그에게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볼티모어에서는 “팬들이 그를 싫어하기에 구단 차원에서 그와 계약을 하기 힘들다”는 구단 수뇌부의 이례적인 발언까지 나왔다. FA시장에서 그의 주가는 바닥없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버티스타의 추락은 사실 어느 정도는 예견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그는 특급 슬러거이긴 하지만 사실 메이저리그에서 모두가 싫어하는 선수를 꼽으라면 첫 손에 꼽힐 정도로 평판이 좋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오죽하면 볼티모어에서 “팬들이 싫어해 계약할 수 없다”는 말까지 나왔을까. 더구나 그는 이미 나이가 만 36세로 조만간 지명타자 전문선수가 될 가능성이 높고 선수로서 전성기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대부분이 싫어하는 인성을 지닌 데다 실력도 조만간 급격한 하락세로 돌아설 위험성이 있는 선수에게 장기계약, 그것도 1억달러가 넘는 초대박 계약을 안겨줄 팀은 전혀 없다고 단언해도 된다.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퀄리파잉 오퍼를 받을 걸’이라는 후회가 생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바티스타가 떠날 것을 예상하고 그를 데려가는 팀으로부터 대가로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받기 위해 그에게 퀄리파잉 오퍼를 제시했던 토론토 구단은 지금쯤 그 오퍼가 거절당한 것으로 인해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지 모른다.


사실 이번 FA시장에서 임자를 만나지 못한 거포는 바티스타만이 아니다. 메이저리그 홈런왕인 트럼보 역시 아직도 미계약 상태로 남아있고 내셔널리그 홈런왕인 크리스 카터는 아직 FA 자격이 없음에도 아예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방출돼 연봉조정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사실상 포지션이 겹치는 이들 3명이 모두 갈 곳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더구나 트럼보나 카터(이상 만 30세)보다 나이도 훨씬 많은 바티스타로선 퀄리파잉 오퍼를 거절한 것이 상당한 실책이 될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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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트럼보 /AFPBBNews=뉴스1


더구나 그가 퀄리파잉 오퍼를 거절한 것으로 인해 그를 데려가는 팀은 전 소속팀 토론토를 제외하면 요즘 가치가 폭등한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잃게 되는데 이 때문이라도 그에 대한 관심은 식을 수밖에 없다. 그가 계속 계약을 못하고 시장에 남아 있으면 오프시즌 막판에 어떤 다급한 팀이 가성비를 고려, 1,000만달러 이하의 저렴한(?) 가격에 그를 영입하겠다고 나설지는 모르지만 이미 대박 장기계약 희망은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완전히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분위기다.

이번 오프시즌 퀄리파잉 오퍼를 거부하고 FA로 나선 선수 가운데 아직까지 계약을 하지 못하고 있는 선수는 바티스타와 트럼보 두 명 뿐이다. 개중 트럼보는 아직 만 30세로 상대적으로 어린데다 바티스타처럼 평판이 나쁜 것도 아니어서 그나마 아직도 장기계약의 희망이 있지만 바티스타의 경우는 아무리 생각해도 전망이 캄캄하다. 시장 동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과 평소에 이미지 관리를 잘못한 것으로 인해 호된 대가를 치를 가능성이 커졌다.

사실 FA시장에서 거액 다년계약은 실패할 경우 구단 전체를 수년간 뿌리 채 뒤흔들 정도의 큰 타격이 된다는 것을 많은 ML구단들은 그동안의 학습효과로 익힌 상태다. 바티스타 같은 선수가 FA로만 나서면 대박이 절로 따라오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 오히려 몸값 대비 가성비를 꼼꼼히 따지기에 자칫하면 몸값이 비싼 베테랑일수록 고개를 숙여야 할 수도 있는 세상이 됐다.

더구나 바티스타처럼 인성문제에 대한 우려까지 겹치면 더욱 상황은 꼬이기 마련이다. 지난 2007년 행크 애런의 메이저리그 통산 홈런기록을 깨드린 배리 본즈가 FA로 나섰을 때 당시 그의 에이전트였던 제프 보리스(그는 과거 잠시 박찬호의 커리어 말년에 에이전트를 맡기도 했다)는 당시 그의 나이가 만 43세였음에도 불구, “모든 메이저리그 팀들이 그에게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2007년 시즌 성적을 살펴보면 타격슬래시라인이 .276/.480/.565로 OPS가 1.045에 달해 그의 22년 커리어 평균 OPS 1.051과 거의 비슷했다. 홈런 28개와 66타점, 75득점에 볼넷 132개를 골라내고 삼진은 54개밖에 없었던 그의 2007년 시즌 성적은 그가 44세의 나이에도 충분히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위협적인 타자가 될 것임을 분명히 말해주고 있었다. 아무리 다음 시즌에 44세가 되는 선수라고 해도 누군가는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했다.

하지만 오퍼는 그 어디서도 오지 않았다. 그 어느 팀도 ‘경기력 향상 약물 복용’으로 정식 기소된 후에도 그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법정에서 사법부는 물론 메이저리그 및 팬들과 전면전을 펼치고 있는 본즈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 2008년 시즌 아무데도 오라는 곳이 없어 2008년 시즌을 통째로 쉰 본즈는 2009년 시즌을 앞두고 보리스를 통해 메이저리그 30개 팀에 미니멈 연봉 40만달러에 뛰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으나 이번에도 답신은 없었다. 메이저리그 통산 홈런왕의 커리어는 정식으로 은퇴도 하지 못한 상태로 그대로 엉거주춤 막을 내렸다.

본즈는 수 년 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담합해서 자신의 계약을 봉쇄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증거부족으로 기각됐다. 물론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담합해 그를 ‘왕따’시켰을 가능성은 배제할 순 없지만 실질적으론 그 누구라도 그런 골칫거리를 떠안기 싫었기 때문으로 충분히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메이저리그에서 뛰려면 실력은 물론 기본적인 인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없는 사실이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지녔어도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고 모두의 골칫거리가 된다면 그런 선수가 설 곳은 없다. LA 다저스가 야시엘 푸이그의 뛰어난 재능과 잠재력에도 그를 떼어버리려고 애쓰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지녔다고 해도 인성이 뒷받침해주지 않는다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는 것은 금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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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AFPBBNews=뉴스1



그리고 그 것은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에게 고스란히 적용된다. 이미 미국 언론에선 강정호가 메이저리거로선 의심할 여지없이 성공한 케이스지만 인격적으론 ‘숨어있던 인간쓰레기’(secret scumbag)였음이 드러났다는 말까지 나왔다. 지금의 분위기로 보면 강정호가 2018년 시즌 후 현 계약이 종료되면 또 다른 계약을 얻게 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앞으로 2년 남아있는 계약기간동안 강정호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인격적으로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는 것이다. 단순히 경기만 잘하는 것으론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순 없고 인격적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나마 아직 2년의 계약기간이 남아있기에 회복의 여지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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